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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an 04. 2018

little green, have a happy end

언젠가는 깨닫게 된다.

한 개인이 살아내는 세상은 작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하던 사람도 그래 봐야 한 사람의 생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가 아는 세상은 내가 아는 세상과 다를 뿐이다.


어느 날 문득 그런 깨달음이 왔을 때,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혼란이었다. 수없이 쏟아지는 '왜? 무엇 때문에?'라는 질문에 정신은 텅 비어 버렸다. 제법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자부심은 밖으로 나와 처음 보는 낯선 물건인 것처럼 보였다. 내가 그렇게 싸워왔던 세상이 그저 수많은 세상의 하나였을 뿐, 누구에겐가 그것은 존재하지도 않던 그런 세상이었다.


그렇게 나는 '매트릭스'의 세상에서 탈출했다. 그것은 누군가(?)에 의해서 정해진 혹은 주어진 세상이었다. 성공해야 하는 세상. 이겨야 하는 세상. 실체도 없는 잘 살아야 하는 세상...


이제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작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작은 세상이 충분하다는 것도 안다. 하루만큼 사는 사람들 속에서 나도 하루만큼 살아간다. 그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 느릿느릿 흘러가는 강물처럼. 그 강물 안의 하나의 물줄기가 되어 그저 흘러간다. 그것으로 족하다.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계속 나아갈 뿐이다. 사람들은 계속 나아간다. 수천 년 동안 그래 왔다. 누군가 친절을 보이면 그것을 받아들여 최대한 깊숙이 스며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은 어둠의 골짜기는 혼자 간직하고 나아가며, 시간이 흐르면 그것도 언젠가 견딜 만해진다는 것을 안다. (508쪽.  '에이미와 이저벨', 문학동네. 2016)

이런 문장을 쓰고 싶은 것이다. 나는.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와 이 책 '에이미와 이저벨'은 이란성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굳이 찾아보지 않으면 눈에 쉽게 뜨이지 않은 일상 속의 소품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작은 삶과 세상의 존재를 조용히 이야기한다. 나는 이런 것들을 지나치지 못하겠다.


에이미와 이저벨 (문학동네)

에이미와 이저벨(Amy and Isabelle)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Elizabeth Strout) 지음

정연희 옮김

2016년 5월 17일 초판 인쇄

2016년 5월 27일 초판 발행

문학동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1998년 데뷔 장편 소설 (12월 29일에 랜덤하우스에서 발행)

이 작품은 2001년에 같은 제목의 TV 영화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다고 한다.

이 작가가 국내에 알려진 건 200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그녀의 세 번째 장편소설 '올리브 키터리지(2008년)'때문이라고 한다.

곧 '올리브 키터리지'도 읽어볼 예정이지만, 직관적으로 이해되거나 즉각 공감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한지에 먹이 스며들듯 천천히 스며드는 감정은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흐릿하지만 지워지지 않을 자국을 남긴다.

나 같은 경우 이럴 때에는 그냥 책장을 넘기는 데 주력한다. 그렇게 한 번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읽는다.


Blue Album Cover (Joni Mitchel, 1971)

Little green (by Joni Mitchel): 3분 25초

작사/작곡: Joni Mitchel

1971년 발매된 그녀의 네 번째 스튜디오 앨범 'Blue'의 세 번째 곡

1967년에 썼다고 한다. 그보다 2년 전인 1965년에 Joni Mitchel은 딸을 출산했는데, 입양을 보내야 했고, 이에 대한 심경을 노래한 것이라고 한다. 이 사실은 1993년에야 대중에게 알려졌는데, 1998년의 어느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해진다. "I was dirt poor. An unhappy mother does not raise a happy child. It was difficult parting with the child, but I had to let her go." (후에 딸과 재결합했다고 하는 후일담이 있고, 곧 다시 헤어졌다고 하는 후일담의 후일담이 있다.)

이 곡보다는 앨범 ' Blue'에 대한 명성이 더 크다. 롤링스톤지의 '역대 최고의 명반 500'에 30위 선택되었는데 여성 뮤지션 중에서는 최고 순위다. 뉴욕타임스에서는 20세기 대중음악의 전환점이자 정점에 있는 최고의 앨범 중의 하나로 꼽기도 했다.

URL을 유심히 보면 글의 숫자가 있는데(그렇게 설정했다), 이 글은 14번이다. 그러니까 선곡은 2015년에 이미 해놓고 마땅한 내용과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된 짝을 만난 것이다. 오래 기다린 만큼 완벽한 조합이라 기분이 좋다. 

앨범 전체가 '에이미와 이저벨'과 딱 맞는다. 그러므로 이 앨범이 왜 그렇게 훌륭한가? 에 대한 답은 '에이미와 이저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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