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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Oct 15. 2017

I'm so lonesome I could cry

긴 긴 밤의 지속

지난 금요일. 조금 일찍 집에 왔다. 술 한잔 할까 싶어서 먹을거리 약간 사들고 집에 왔는데, 잠이 쏟아진다. 바로 자면 또 밤 중에 깨서 밤을 지새우게 될 것 같아서 버틸까 생각했다. 하지만 몸도 춥고 버틸 힘도 없어서 그냥 잤다. 아무 생각 없이 깊이 잔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7시 40분이다. 오기로 또 잤다. 또 잠이 들었다.


이번에는 충분히 잤다 싶었는데, 시간은 11시 50분. 여전히 몸이 추워서 또 잘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떨리기만 할 뿐, 잠이 오지 않았다. 일어나서 휴대폰 메시지 확인하고는 멍하니,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다, 팟 캐스트 틀어 놓고 가만히 있다. 며칠 밀린 설거지도 하고, 따뜻한 커피도 한잔 마신다.


3시. 문 밖에 나가본다. 깊은 어둠에 잠겨 있고, 바람은 쌀쌀하다. 찬 바람맞으니 또 졸리다. 따뜻하게 이불 덮고 있으니 또 잠이 온다. 화장실 가려고 일어날 때 보니, 7시. 다시 누운다. 누워서 아무 생각이나 한다. 잠깐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정신 차리고 보니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다시 시계를 보니 9시 30분이다. 허리가 아파서 더는 못 누워있겠다.


다시 커피 한잔 마시고 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 한기가 느껴져서 깨었다. 시간은 어느새 12시가 다 되어 간다. 무엇을 먹어야 하나? 생각한다. 창문 밖이 화창해 보이길래 방 문을 나서본다. 해는 화창하지만 바람은 쌀쌀하다. 쓰다만 포스팅을 본다. 무언가 빠진 것 같은데, 바라만 본다. 그냥 발행하기로 한다. 12시 45분. 또 눕는다. 또 잠이 온다.


4시. 목이 마르다. 남겨둔 우유를 단숨에 마시고도 갈증이 나서 물을 그만큼 마신다. 거울을 보니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있다. 이렇게 자는 경우가 드문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콧물이 계속 나고, 몸에서는 계속 한기가 느껴진다. 따뜻한 어디론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대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는다. 다시 밤을 기다린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데, 모두 꿈처럼 느껴진다. 자고 일어나면 깨끗하게 잊히는 것처럼 생각을 하지만 금방 사라져 버린다. 밤을 기다린다. 어스름하게 깨닫는다. 밤에는 깨어있어도 깨어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밤이다. 그래서 또 올 내일의 밤까지 기다린다.


I'm so lonesome I could cry (by Hank Williams): 2분 48초

작사/작곡: Hank Williams

1949년 11월 8일 발매. 'My bucket's got a hole in it'(A-side)과 함께 발매되었다. (이 당시 시대에는 싱글이 우선이었다. 앨범이란 용어도 싱글 음반을 모은 다는 의미에서 앨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첫 번째 부인과의 소원한 관계에 영감을 받아서 이 곡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진짜 외롭고 울고 싶어서 만든 곡이라는 뜻이다.

롤링스톤지에서 선정한 역대 명곡 500위에 111위로 올라 있으며 500곡 중에 가장 오래된 곡이다.

미국 컨트리 음악의 고전이며 가장 사랑받는 곡 중의 하나다. 후대에 엘비스 프레슬리, 밥 딜런 등이 공연 시에 종종 불렀다고 한다. 물론 커버된 경우도 많다. 내가 가끔 듣는 것은 카우보이 정키스(Cowboy Junkies)가 'Trinity Session' 앨범에서 부른 것인데... 원곡보다 극단적으로 우울해서 이 곡만큼은 컨트리 스타일이 살아 있는 원곡을 좋아한다.

평소에 컨트리 음악을 미국의 뽕짝이라고 비유하는데, 우리의 트로트에 비해서는 확장성이 좋아서, 블루스 하고도 잘 어울리고 후대에 록이나, 포크와도 연결이 되어 여전히 미국 대중음악(팝)의 중요한 자산 역할을 한다.

이 곡의 경우도 자료를 보면 슬픈 감정이 잘 표현된다고 하는데, 내게는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팝의 양식이 글로벌하게 보편화된 지금 우리의 전통 음악은 제3세계 음악의 한 장르로서 만족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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