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들 있나요?
가을이 왔는지도 모르게, 겨울이 와버렸네요. 아직 준비가 안된 것인지 차가운 바람이 더 차갑게 다가옵니다. 슬쩍 작년 이 맘 때는 어땠는가 생각해 봅니다. 일을 하고 있었네요. 혼자가 아니어서 그나마 좀 나았었던 걸까요? 기억 속의 작년 이 맘 때는 지금처럼 춥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혼자 사는 삶이 점점 나이 들어가면서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혼자이고 싶은 것과 세상을 온전히 홀로 살아가는 것과는 다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라고 할 때는 그저 혼자인 시간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혼자인 시간은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시간이 혼자이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모든 시간 동안 혼자라면 그것은 꽤나 고통스러운 일일 겁니다.
그럼에도 점점 세상은 혼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 건물 안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치기도 쉽지 않고 출입문에서 마주쳐도 쉽게 인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봅니다. 두려운 것 같습니다. 세상이 무서운 것이 한 둘이 아닙니다만, 사람을 두려워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 저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를 빼앗아 갈 것 같은 느낌. 세상 사람이 나를 공격하는 기분. 그건 진짜 공격일 수도 있지만, 무시하거나, 구박하는 것처럼 다른 모습으로도 나타납니다. 우리 모두가 넉넉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은데, 반대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는 어찌할 수 없는 무력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피하는 것만 같습니다.
지금의 나에게 혼자인 시간은 지나치게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입니다. 문제는 만나서 무엇을 하느냐,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는 것이겠지요. 맨날 반복되는 남녀 간의 이야기, 서로 통하지도 않는 정치나 일 이야기. 그런 소소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정말 마음 깊은 곳에 감춰둔 이야기를 함께 나눌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우리가 그저 먼지 같은 존재임을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이야기해도 좋을 사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음을 알고 있는 사람. 함께 하는 시간만큼 스스로의 시간도 멋지게 가꾸어 나가는 사람. 이야기를 적당한 시간 동안 적당하게 끝낼 줄 아는 사람. 위에 올라타지 않고 옆에 서 있을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여전히 나는 이렇게 혼자 서성이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시대는 어쩌면 지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지난 시대 속의 사람들. 흔히 말하는 실패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 그런 가운데서 차분히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다들 어디에서든 잘 살고 계시죠?
Calling you (by Jevetta Steele): 5분 20초
작사/작곡: Bob Telson
1987년 공개된 영화 'Bagdad Cafe' 사운드트랙의 주제곡이다. 싱글로는 1988년에 발매되었다. 작곡자인 Bob Telson이 부른 곡도 사운드트랙에 같이 실려 있다.
대단하거나 위대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사람들의 삶과 같이 하는 영화들이 있다. 내게는 '욜(Yol)', '볼륨을 높여라(Punp Up The Volume)',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천국보다 낯선(Stranger Than Paradise)', 리얼리티 바이츠(Reality Bites)'와 같은 것들인데.... 바그다드 카페(Bagdad Cafe)도 그런 영화 중의 하나다. 지금은 거의 잊혔지만, 또래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아! 그 영화... 최고지!!!'하게 되는 영화들.
영화와는 별개로 이 곡은 그리 즐겨 듣는 곡이 아니다. 몽롱한 배경과 보컬이 이질적이어서(누군가는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할 것이지만) 잘 어울리는 때는 찾기가 어렵다. 아무 생각 없이 듣기에는 부담스럽고, 보통의 감정과도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잘 맞을 때가 있다. 요즘처럼.... 대체로 무념무상의 상태?
하지만 사운드트랙의 다른 곡들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특히 5 번째 곡인 'C-Major Prelude From The Well Tempered Clavier'는 담백하고 깨끗한 피아노 연주곡인데, 언제 들어도 좋은 곡이다. 어떤 사건이 지난 후의 남겨진 풍경에 어울린다.
'호텔 아프리카'라는 만화가 있는데, 내 기억 속에서는 이 둘이 세트처럼 연계가 된다. 그러니까 호텔 아프리카를 보면서 이 영화를 생각하게 되고, 이 영화를 생각하면 그 만화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Jevatta Steele는 가스펠 가수로 이 곡으로 리코딩 데뷔를 했다. 이후 가족과 함께 The Steeles를 결성하기도 했고, 솔로 앨범도 몇 장 발매했다. 프린스와 함께 활동을 했고, 종종 사운드트랙이나 다른 가수들의 앨범에 참여했다. 가스펠 가수들의 목소리는 굵고 깊은 편인데, 이 곡에서는 앳된 느낌이 들어서 가스펠 가수라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셀린느 디온(Celine Dion)이 이 곡을 라이브에서 자주 불렀는데, 파리 공연 라이브 앨범에 수록되었고 후에 이 라이브 버전이 싱글로도 발매가 되었다. 어느 정도 상상이 되어 듣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확인차 찾아들어보다가 중간에 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