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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n 30. 2018

잔치가 끝나고....

sail away on a wave of mutilation

우연찮게, 모처럼.... 옛날 사람들이 모였다. 벌써 30년 전인가.....

그때 꽤 괜찮았던 한 사람은 세상 속에 숨어 지내는 사람으로, 뭔가 큰 일을 할 것 같은 한 사람은 그럭저럭 작은 일들을 만족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그때 잘 보이지 않았던 사람은 여전히 그만큼... 상상하기도 버거운 20년을 훌쩍 넘기고 그 미래를 이렇게 보니, 후후 별것 없네라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10년, 그 이후도 별 것 없을 것 같다.


한바탕 잔치였다. 소주에 편의점의 간편식을 안주로 삼아 왁자지껄하게 떠들어 댄다. 일 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사람들이지만, 마치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나는 것처럼 스스럼없다. 별 것 아닌 것에도 목소리가 커지고, 저마다의 지나온 시간들에 대해서 또 지금의 시간들에 대해서 두서없이 쏟아 낸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조각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만나고 있다는 것은 우연을 몇 번 곱한 것만큼이나 신기하고 믿을 수 없다. 어린 눈으로 보았던 그때의 잔치가 이제 이해가 된다. 소란스럽고, 정신없고, 지저분하면서도 왠지 서글펐었던...


지나간 시간이 그리운 것은 그것이 실제로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이 아니라 직접 겪어낸 일들이었기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있었던 것들에 더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 같은 시간을 살았던 사람이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이 객관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나이 든 사람들이 만나서 지나간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잔치가 끝난 후, 한 사람은 떠났고, 한 사람은 간이침대에 앉아서 잠들고, 한 사람은 바닥에 누워 잔다. 그 현장을 바라보니 '하~, 이게 지옥인가 봐...ㅎ' 희미한 미소가 나온다. 먹고 마신 것들은 정리가 되지만, 공간에 떠도는 삶의 무게감, 회한, 후회 아쉬운 감정들은 쉽사리 정리가 안된다. 여기가 지옥인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애초에 지옥 따위 별 게 아니었음을 알았어야 했다.


마음이 무거운 시간들... 무거우면 무거운 대로,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갈 일이다. 끝을 보고 달릴 것이 아니라, 시작과 끝 사이에 존재하는 지금을 살아낼 일이다. 


* 이 이야기는 실제 겪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소설집 '비행운'의 주인공들이 한데 모인 장면을 상상한 것이기도 합니다.


비행운, 표지사진 SATA, Sata Air waTer Air, sata_1, 2009)

비행운 (소설집)

김애란 지음

2012년 7월 18일 초판 1쇄 발행

2018년 2월 5일 초판 24쇄 발행

문학과지성

2009년~2011년 발표된 소설을 묶어 펴낸 소설집

2017년에 문문이라는 가수의 '비행운'이라는 곡이 차트 역주행(원곡은 2016년 발표)을 하면서 표절논란이 일었다. 뭐라 말하기는 복잡하지만 자료를 종합해 보면 그냥 처음부터 '비행운'이란 작품을 읽고 곡을 만들었다고 하면 될 일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었을 거라 믿었나?)

김애란 작가는 2002년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1호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이후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할 작가로 성장해 왔다.(고 한다)

작년 말쯤에 '바깥은 여름' 중에 '가리는 손'을 읽고 심장이 덜컹하는 충격을 받았었는데, '비행운'을 읽으면서는 내내 그런 진동을 몸으로 느꼈다. 그런 거 보면 등단 이후 2010년대 초반이 김애란 작가의 리즈시절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확실히 문장의 생동감이 지금보다는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특별히 지금이 나쁘다는 식으로 해석되지 않길 바란다. 누구나 그런 굴곡은 있는 것이고, 그렇다고 그런 흐름 때문에 클래스가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

무엇보다 일상에 대한 신들린 것 같은 묘사와 이야기들은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폭발력이 있다.


Wave of mutilation (by Pixies): 2분 4초

작사/작곡: Black Francis

1989년 발매된 픽시스(Pixies)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에 세 번째로 수록된 곡. 영화 '볼륨을 높여라(Pump Up The Volume)' 사운드트랙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UK Surf 버전으로 싱글 'Here Comes Your Man'의 B-side 수록곡으로 발매되었다.  이 버전은 느리게 편곡되어 있어 발라드처럼 들리는데, 앨범에 실린 것은 보통의 록 템포다.

이 곡은 사업에 망한 일본인 비즈니스 맨이 가족과 함께 바다로 투신자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토리 상으로 '비행운'의 이야기들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픽시스는 얼터너티브 음악의 시조로 평가되는데, 단순히 얼터너티브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도 위대한 록밴드의 반열에 들 수 있는 밴드다. 너바나의 'Smella like teen spirit'이 픽시스 사운드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이미 너바나의 모든 멤버들이 밝힌 사실이다.

1986년 결성해 1991년까지 4장의 앨범을 남기고 해산했는데, 이 4장의 앨범 모두 명반으로 손꼽힌다. 2003년 이후 재결성하여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데, 개인 멤버들의 사이드 활동도 병행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킴 딜(Kim Deal)의 Breeders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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