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Mar 11. 2018

전쟁과 경쟁

Glory days, well they'll pass you by

사업이 일단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당면하게 되는 1차 도전은 '경쟁'이다. 당시 우리의 클라이언트는 2~3개의 복수 대행사를 이용했다. 물론 클라이언트의 숫자를 늘려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기에는 우선 하나의 클라이언트라도 확실하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 클라이언트의 규모가 크다면 우선은 그 안에서 확실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당시 3개의 에이전시가 경쟁 중이었는데, 그중 한 곳은 우리가 무척 싫어하는 스타일의 회사였다. 소위 '영업'을 잘하는 회사였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매일 저녁마다 법인카드 들고 클라이언트 앞에서 대기하는 그런 회사였다. 그때만 해도 그런 것, 고객에게 밥값, 술값 대주거나 같이 저녁 먹고 술 마시는 것... 그리고 그다음 단계까지.... 그런 것이 '영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로비성 영업을 잘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매우 비정상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최고의 영업은 맡은 일을 최대한 성의 있고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저 일만 잘하자고 생각했다.


가끔 일이 없는 비수기에는 오히려 클라이언트 쪽에 연락을 안 하는 편이었는데, 우리 생각에는 일도 안 하는데 괜히 꼬투리 잡히거나 때론 일도 없는 데 우리가 독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인간적으로 가까워진 한 분은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법'이라며 자주 찾아오고 연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까지 해주셨다. 경쟁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것은 덤.... 그러다 보니 우리 입장에서는 그 경쟁사가 죽도록 미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처럼 행동하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일에 집중하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노력했다. 평소에 또는 휴일에 어느 식당을 가거나 개인적인 행사에 참여할 때도 괜찮은 것이 있으면 나중에 우리 일에도 적용해 보자고 꼼꼼하게 기록했고, 실제로 적용하기도 했다. 애초에 기본 경쟁력을 '서비스'로  잡았기 때문에 식당이나, 백화점 등등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되었다. '미스터 초밥왕'을 몇 번씩이나 다시 보면서 서비스에 대한 공부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가 진행하는 행사에 그 경쟁사 직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뭔 꼬투리를 잡으려고 그러나 했는데,  알고 보니 클라이언트가 우리가 일하는 것을 보고 배우라고 해서 왔다는 것이다. 뭔가 염탐당하는 듯한 기분도 들고, 괜히 아이디어도 뺏기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진 않았다. 하지만 이내 우리도 그 경쟁사가 진행하는 행사에 가보고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것들은 배웠다. 처음 들어가 보는 적진이었지만 같은 일을 하는 입장에서 배울 점도 많았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 주고받으면서 전체적인 일의 질은 높아졌다.


그 후에 그 경쟁사는 그런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른 분야의 클라이언트도 개발하고, 우리 역시 질 좋은 서비스 소문이 나면서 스스로 찾아오는 클라이언트도 생기고 그랬다. 나름 서로 잘 된 경우다.


애당초 경쟁사는 '적'이 아니었고, 우리는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쟁은 마주 보고 싸운다. 그리고 적을 죽여야 내가 산다. 하지만 경쟁은 같은 곳을 보면서 각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죽는 것은 아니다. 1등이 아니면 2등이 되어도 좋고, 결선에만 올라가도 나쁠 것 없다.


최근의 우리 사회를 보면서 '경쟁'을 '전쟁'으로만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특히나 정치가 그러한데 정치 역시 동일한 목적... 예컨대 '나라를 잘 운영하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우는 전쟁판의 모습 그대로다. '경쟁'에 대해서도 따지고 들면 이런저런 말은 많겠지만, 경쟁은 서로를 죽이는 것이 아니다. 잘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것을 통해 배우고 나를 발전시키면 결국 나에게도 좋은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동일한 목적을 더 잘 해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존중의 문제도 그렇다. 냉정하게 전쟁 상황에서 상대방을 존중하기는 쉽지 않다. 어쨌거나 죽이지 않으면 죽는 것이니까. 하지만 경쟁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상대를 존중할 수 있고, 경쟁자를 칭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길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고, 지금 진다 해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 경쟁이다. 그렇게 배워나가면 된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같은 목적을 가진 경쟁자 아닐까? 각자 최선을 다하고 경쟁자를 존중하면 된다. 전쟁은 그만 하자. 제발. 


Born In The USA Album Cover (Bruce Springsteen, 1984)

Glory Days (by Bruce Springsteen): 4분 15초

작사/작곡: Bruce Springsteen

1984년에 발매된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 'Born In The USA'의 10번째 수록곡. 이 앨범에서 총 7곡이 싱글로 발매되었는데 이 곡은 5 번째 싱글 곡이다. 싱글은 모두 빌보드 차트 10위 안에 드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앨범이다.

하지만 그 시기에 이런 '괴물 같은(좋아하는 표현은 아님)' 앨범이 꽤 많았다는 점은 어쩌면 음악적인 완성도보다는 사회경제적인 영향... 뜨거운 경제 성장으로 인한 풍요로움에 기인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미국의 'Glory Days'

좋은 곡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좋아하는 내가 좋아하는 앨범은 아니다. 다만 이 곡 Glory Days는 엄청 좋아한다. 지나간 영광의 시절을 이야기하는 내용이지만, 전체적인 사운드는 힘차고 흥겨운 기분을 만들어 준다. 뭐랄까... 칙칙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기분이 들어 좋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롤큰롤의 미래'로 불리며 기자,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상업적으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가, 이 앨범으로 인생 역전(? 굳이 역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이 된다. 본인은 이 앨범의 곡들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 앨범을 계기로 많은 팬을 얻게 되었고, 그 후에도 음악 활동을 하는데 많은 동기 부여가 되었다고 한다.

Glory Days는 실제 경험(1절)과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2절)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3절)을 가사로 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2절과 3절 사이에 가사가 더 있는데, 앨범에서는 잘렸다.

이 곡은 Bruce Springteen이 가장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로 공연에서는 보통 10분 이상 늘려 부른다고 한다.

앨범 제목과 같은 제목의 곡(Born In The USA)이 있는데, 이 곡에 대한 에피소드가 재밌는 게 많다. 제목만 보면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노래(최소한 '이 나라에 태어난 게 자랑스러워요'같은...)인 것 같지만, 가사 내용은 '헬 미국에서 태어나(망했어요)...'의 내용이다. 당시에 도널드 레이건의 재선 캠프에서 이 곡을 캠페인 송으로 하겠다고 요청했지만 거절. (요청 자체가 황당한... 말하자면 이명박이 자기 선거용으로 이승환에게 '돈의 신'을 사용하겠다고 요청하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그들이 내 앨범을 들어 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때는 그 때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