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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Sep 10. 2018

옆집 여자

그래서, 옆집의 앨리스가 누구야?

스모키(Smokie)의 'Living Next Door To Alice'의 전주를 듣다 보면 자꾸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기시감과 몽롱함이 혼재되어 뜬금없이 '이제 일어나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노래에 나와 앨리스 외에 제삼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샐리가 '나'의 엄마인 줄 로만 알고 있었는데, 가사의 마지막 부분의 24년 기다림은 샐리의 것이었다는 내용을 보고는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기분에 저절로 엄마 미소 혹은 아빠 미소를 짓게 된다.


중학교 시절 옆집(이라기보다는 한집에 가깝다)에 동갑내기 여자가 살고 있었다. 부모님들끼리는 가깝게 지냈는데, 나는 아는 척하는 정도를 제외하면 근 3년 동안 대화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 이런저런 상상은 많이 한 것 같은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그보다 어린 시절... 입학 전에는 사실 남녀 구분이 없었다. 이 집 저 집의 아이들이 한데 뭉쳐서 놀이도 하고, 또 탐험도 하고 그랬다. 덥거나 혹은 물가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옷도 훌렁 벗어젖히고 그랬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남자 여자의 구분이 생기고, 무리는 자연스럽게 등하굣길이 같은 아이들끼리 뭉치게 되고, 학년이 높아지면서 이제 '관심사'같은 것이 생겨서 뭔가 얘기가 통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생겼던 것 같다. 계속될 것 같은 일들이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이사를 많이 다녀서 친구에 대한 역사가 없다. 보통 1~2년 주기니까, 처음 낯 가리다, 이제 좀 친해질 만하면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는 식이었다. 만약 내가 한 곳에서 오래 자랐다면, 옆집의 동갑내기 여자가 이와 함께 자랐다면 좀 달라졌을까? 어딘가에도 밝혔지만, 지금도 '동네 친구'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예전에는 '옆집 여자'에 대한 환상이 가미되었던 것 같다.


노래에 대해서 여기저기 자료(그렇다고 방대하게 뒤지는 것은 아니다. 위키를 중심으로 자주 보는 몇 개 사이트가 있고, 개별 뮤지션이나, 노래별로 파생되는 한두 가지를 읽어볼 뿐)를 보다가, 작곡자가 인터뷰에서 Dr. Hook의 'Sally's Mother'에 영감을 받아서 곡을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는 바로 그 노래를 찾아들어 보았다. 여자 친구의 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여자 친구의 엄마가 전화를 바꿔주지 않는 그런 내용이었다. 슬픈 이야기인데... 내용(여자 친구 엄마가 전화를 안 바꿔주고 멀리 떠나가니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그런 내용, 그 와중에 더 통화하려면 돈 더 넣으라는 안내 메시지)이 너무 재미있어, 노래를 듣는 내내 속으로는 계속 웃었다. (근데 노래는 참 좋다)


그 어느 시절에는 그랬었다. 집안에 전화 한 대. 전화를 받는 것은 대체로 어머니. 여자 친구(남자 친구도 마찬가지지만)와 전화를 하려면 거의 필연적으로 친구의 어머니와 맞닥드릴 수밖에 없었다. 어렴풋이 "안녕하세요, 저는 000의 친구, 아무개라고 합니다. 이런저런 일로 전화를 드렸는데, 000과 통화하고 싶습니다"라고 해야 한다는 전화예절 교육이 기억난다.


가끔은 어떻게 만난 친구냐? 와 같은 돌발적인 질문이 돌아오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어디 사느냐부터 시작하는 상세 호구조사까지.... 제법 난처한 경우도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한 대 밖에 없는 전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친구의 가족들과도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한 번은 여자 친구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가 어머님과 30분 통화를 하고는 정작 그 친구와는 통화를 하지 못했던 일도 있었다. (돈이 다 떨어져서...ㅠㅠ) 'Silvia's Mother'와 같은 상황은 아니고, 그냥 어머님과 얘기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같이 수다를 떨었었다.


암튼... 가끔 노래 하나 이리저리 뜯어 보다 보면 얽혀 있는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이 노래의 커버 버전 중에 'Gompie'라는 일종의 프로젝트 밴드의 곡이 있는데, 'Alice, who the fuck is Alice?'라는 곡이 있다. 'Living Next Door To Alice' 노래와 같은데 중간중간에 'Alice, who the fuck is Alice'라는 추임새가 들어간다. 독일에서 어느 프로듀서가 술집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사람들이 노래 중간중간에 이런 추임새를 넣는 것을 듣고 재미있다고 생각하여 바로 녹음하고 싱글로 발매했다고 한다.


우리도 이런 문화가 있었는데, 술자리 마지막에 돌아가면서 노래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노래는 중간중간 추임새가 있어 다 함께 외치게 되는 것들이 꽤 많았는데... 어느 하나라도 기억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개중에는 진짜 재미있는 것도 있었는데... 단점이라면 대부분 살짝 외설적인 내용이었다. 암튼 우리 사회에도 그런 문화가 있었다. 


우연찮게 노래를 듣다가 이것저것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어, 한동안 재미있었다. 오래간만에 Dr. Hook의 재미있는(?) 노래를 함께 첨부한다. https://youtu.be/U-3o7bYMRbA


Cover of Living Next Door to Alice (Smokie, 1976)

Living Next Door To Alice (by Smokie): 3분 28초

작사/작곡: Mike Chapman, Nicky Chinn

1976년 발표된 스모키의 싱글, 2007년 그들의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Midnight Cafe'의 리마스터링 에디션에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세상 사람들 거의 모두가 스모키(Smokie)의 버전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최초의 리코딩은 그보다 훨씬 전인 1972년, New World라는 호주의 팝 그룹에 의해서 싱글 발매되었었다. (찾아서 들어 보았는데, 뭔가 많이 허전하다...)

영국의 팝 밴드인 스모키(Smokie)는 1964년 결성되었지만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은 1973년 Mike Chapman과 Nicky Chinn 작곡 콤비를 만나게 되면서부터인데, 앨범의 전곡을 그들의 곡으로 채운 건 아닌데, 히트한 곡들은 대부분 이 둘 콤비의 작품이다.

짐작컨데 작곡자들이 Living Next Door To Alice라는 곡에 대해 애정이 많았는데, 1972년의 실패를 아쉬워하여 어느 정도 성공한 스모키에게 다시 녹음하도록 부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왜 그런 거... 내가 보기에는 이 거 꼭 뜰 것 같은데... 때가 안 맞아서 잘 안된 것들... 결코 이렇게 무너질 게 아닌데... 하는 그런 것들)

그런 경우가 많이 없는데, 위키의 이 노래 항목에는 번안곡 섹션이 있다. 그중에 첫 번째가 옥슨 80의 '그대 떠난 이 밤에'다.(나름 괜찮다. 홍서범이 보컬로서의 잠재력은 있다. 터지지 않았을 뿐...) 찾아보면 이런 번안곡이 제법 많다. 유명한 팝송은 대부분 번안곡으로 발표된 적이 있다고 생각하면 대체로 맞을 확률이 높다. 2000년대 인터넷이 어중간하게 이용되던 시기의 표절 논란을 보자면... 차라리 번안곡으로 발표해도 될 것을... 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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