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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Oct 02. 2018

아침, 커피, 빵 냄새 그리고

모차르트 가곡집 - Suzie LeBlanc

직업이 있으나, 없으나 일요일이 주는 느낌이 있다. 사실 생애 많은 일요일 아침은 잠으로 삭제되긴 했지만, 어쩌다 맞는 일요일 아침의 기분은 세상의 온갖 기분 좋은 것들을 다 모아 놓은 것 같을 때가 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아침의 쌉싸름한 찬 공기(그래서 가을이나 초겨울의 아침이 조금 더 좋다. 봄에는 약간 달콤한 따뜻함이 있지만..) 그리고 머리와 몸에 들어찬 나른한 기운들까지... 여기에 아무 생각 없음까지 장착하면 더 좋고...


인스턴트커피로는 약간 아쉽지만, 어쨌든 방안에 커피 향이 들어차면 더 좋다. 굳이 커피를 마시지 않더라도 커피 향이 자극하는 적당한 허기... 여기에 같은 이유로 어울리는 갓 구운 빵 냄새가 더해지면 잠 덜 깬 아침이어도 그냥 좋다.


그럴 때. 딱 그런 순간을 위한 음악이 있다. 캐나다 뮤지션들인 Yannick Nézet-Séguin(피아노)와 Suzie LeBlanc이 부른 모차르트의 가곡집이다. 굳이 음악 소리가 없어도 햇살과 향으로 가득 찬 아침이면 충분하지만, 이 소리들은 그것들을 덮는 것이 아니라 사이로 스며든다. 얇은 소리는 바람에 실리기도 하고, 커피 향과 빵 냄새와도 잘 섞인다.


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것들... 하지만 이 것들이 조화를 이룬 일요일 아침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도 그 한 번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고, 음악은 슬쩍 다른 날의 아침 혹은 한 밤중에도 여전히 들을 수 있다.


Mozart Lieder Album Cover (Suzie LeBlanc, 2006)

Abendempfindung an Laura, K 523 (by Suzie LeBlanc, Yannick Nézet-Séguin): 5분 10초

작사: Joachim Heinrich Campe 시

작곡: Wolfgang Amadeus Mozart

1878년에 처음 출판된 것으로 알려진 모차르트의 가곡이다. 제목의 Laura가 누구인지... 설왕설래가 있다.

이 앨범은 모차르트의 가곡 22곡을 담고 있는데, 아마도 가장 유명한 곡은 'Das Veilchen(제비꽃)'일 것이다.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다. 이 곡도 좋긴 한데... 앨범 전체가 좋아서 그냥 첫 번째 곡을 선곡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곡이 더 좋기도 하고...

Suzie LeBlanc는 캐나다의 소프라노이며, Early Music이라고 바로크 및 그 이전 시대의 음악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내의 프랑스 이민자 계열이며, Acadian Culture라는 그들의 전통문화에도 기여하는 바가 많다고 한다. (제법 예쁜 홈페이지까지.. ㅎㅎ)

발표된 음반은 많은데, 내가 듣은 것은 이 음반 하나다. 개인적으로도 바로크 이전 시대의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한번 찾아볼 기회는 있을 것 같은데... 이 정도로도 만족한다.

진짜로 가곡 같은 거... 나랑은 전혀 안 맞을 것 같았는데, 이 음반 사고 나서 어느 일요일 아침에 틀었을 때의 놀라움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아주 가끔은 자장가로 이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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