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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Oct 22. 2018

있는 그대로

It's all about you and me

사람이 멍하니 있으면 자연스럽게 움츠려드나 봅니다. (그래서 계속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보자 생각했어요. 첫 번째로 내가 잘하는 건 뭐가 있을까 생각했더랬죠. 타고난 능력 같은 게 있을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개똥도 쓸데가 있다는데... 나도 뭔가 잘 하는 게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잘 한다 싶었어요. 이게 어떤 능력이라고 할만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ㅋ


그런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게 어려운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보통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언젠가는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는 데, 어떤 어르신께서는 화분의 위치 같은 것도 참견하고 그러시더라고요... 또 이런 경우 많잖아요. '너는 성질이 너무 급해. 성질 좀 죽여 ' 직장 같은 데서, 흔히 하는 말이지요.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성질 급한 게 잘못된 것은 아니잖아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건데 굳이 그걸 고치라고 한다면... 당사자는 고민될 수도 있겠지요.


전에 직장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신입 사원이었는데, 제가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담당했었거든요.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 성향을 잘 파악할 수 있었어요. 그중에 한 친구가 있었는데, 되게 똑똑하고 열정이 있었어요. 저는 그 친구 괜찮게 생각했어요. 살짝 조바심? 그게 경쟁심에서 나온 것 같지는 않았는데, 뭔가 그런 게 보이긴 하였지만... 그 친구는 다른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얼마 안 가 말이 좀 나오더라고요. 의외로 그 친구가 골치 덩어리라는 거예요. 그래서 제 팀으로 받았죠. 그 친구가 어떤 성향인지 잘 아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능력이 있는 친구라고 믿었으니까. 저는 일을 맡겼죠. 최대한 간섭하지 않고요... 결과는 너무 금방 나왔어요. 너무 잘했죠. 모두가 감탄할 만큼... 하지만 결국 오래 가진 못했어요. 다른 회사 찾아서 떠나갔죠. 떠나는 그 친구에게는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충분히 빛날 수 있으니 자신에게 여유를 주라고 얘기를 해주었어요. 어떻게 할지는 그 친구의 몫이겠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혹은 인정한다는 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한편으로는 그냥 모른 척한다는 뜻일 수도 있죠. 꼭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다만 그게 관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해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건 사람이든 사물이든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거... 그런 뜻이 아닐까요? 좋고 싫고는 그다음이죠. 싫은데 아니 싫어서 이것저것 간섭하고 바꾸라고 강요한다고 좋아지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그럴 바에는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냥 나하고는 잘 안 맞는다.. 정도 생각하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나 원래 이래, 그러니까 제발 좀 내버려둬'라고 주장하고 싶지도 않아요. 누군가 나에게 어떤 얘기를 한다면 그냥 들어요. 그다음에 뭔가 스스로 고쳐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면 또 나 자신도 달라질 수 있겠죠. 내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것만 두고 살진 않아요. 때로는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고, 싫어하는 것도 있을 수 있죠. 감정도 마찬가지고요. 때론 슬프고, 화나고... 뭐 어쩌겠어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죠. 결국은 그 모두가 내 삶을 만드는 것인데요...


이렇게 생각해 보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 다는 거는 능력이랑은 큰 상관이 없는 것 같군요. ㅎㅎ 그냥 잘하는 걸로... 치고 다시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해서 더 생각해 봐야겠어요.


참, feldberg라는 밴드의 'You and Me'라는 노래가 있어요. 처음 딱 들을 때, '아! 좋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자꾸 들으면 '뭐, 별거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다가... 그러면서 서서히 중독이 되더군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노래 리스트에 올려놓기로 했어요. 그 노래 가사가... 딱 맞아떨어지는 거예요. '있는 그대로'하고요... 한번 들어 보세요~


It's all about you and me
It's just a way it's meant to be

Don't be a stranger Album Cover (feldberg, 2009)

You and Me (by feldberg): 3분 52초

작사/작곡: Einar Tönsberg, Rósa Birgitta Ísfeld

아이슬란드 출신의 팝 듀오 feldberg의 2009년 데뷔 앨범 'Don't be a stranger' 앨범에 7 번째 트랙. 싱글로도 발매되었다.

feldberg는 독일에 있는 유명한 산인데, 유명한 '검은 숲'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의 이름이다. 그 산의 이름을 따서 그룹명을 지은 것 같지는 않고, 멤버 2명의 이름을 합성한 것으로 생각된다.

데뷔 당시에 아이슬란드 음악 어워드에서 '올해의 최고 노래(Dreaming)'를 수상하기도 했고, 아이슬란드 항공의 광고에도 곡이 사용되기도 하는 등 전도 제법 성공적이었는데, 이 이후의 활동이 없다. 홈페이지를 찾아봐도 2011년 즈음 2집 준비한다고 한 이후 업데이트가 없다. (구글링을 열심히 해봐도... 나오는 게 별로 없다. ㅠㅠ)

보통 인디 음악으로 분류되는데, 개인적으로 인디는 음악 장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규모는 모르겠지만, 회사와 계약한 이력도 있으니 그냥 크게 성공하지 못한 정도? 하지만 음악은 괜찮다. 뭔가 묘한 그들만의 색을 갖고 있다. (얼핏 우리나라의 어떤 인디밴드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도 오래 알고 지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곡은 나온 지 오래 됐지만...) 그렇다고 음악이 레트로 스타일은 아니다. 오히려 위키에서는 포크, 팝에 일렉트로까지 끼어 넣을 정도다. 현재까지 음반이 한 장 밖에 안되니 감상하는 데는 부담 없는데, 다음 앨범이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듀오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이 곡에 영화 'Moonrise Kingdom'을 편집해서 만든 영상이 있다. 완전 강추!!! 'I'm cyborg bur that's ok'라는 사용자의 채널인데, 영화와 노래를 나름대로 매치시켜 영상을 만드는데... 굉장히 훌륭하다. 다른 곡들도 많다. 내가 하고 있는 작업과 비슷한 맥락이라서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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