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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Sep 20. 2018

주문 도와 드릴까요?

I have become comfortably numb

"주문 도와 드릴까요?"

"네, 그래 주실래요? 제가 지난 일주일 동안 허리에 통증이 와서 거의 굴러 다녔거든요. 일어서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물론 눕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고요. 병원에 가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왜 그런지는 잘 알거든요. 처음 통증이 왔을 때, 병원에 갔었죠. 몇 번인지는 까먹었는데, 척추 사이의 연골이 찍어졌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으냐니까, 의사 선생님이 수술을 하거나, 아니면 운동을 통해 주변 근육을 키워서 연골의 부담을 줄이면 된다는 거예요. 수술은 병에 비해 많이 위험하고... 그래서 이게 악화되면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냐고 물었죠. 심해지면 척주 분리증이 된다는 거예요. 죽을병은 아니라고 하셔서, 그냥 그대로 살고 있죠. 대체로 일 년에 한 번쯤 통증이 와요. 부위가 그래서 그런지 통증이 오면 몸이 힘이 안 들어 가요. 그래서 일어서고, 걷는 게 힘들어져요. 한동안은 거의 2년 동안 통증이 없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벌써 2번째네요. 그냥 며칠 참으면 돼요. 왜인지는 모르지만 2~3일 정도 가만히 있으면 통증은 사라지더라고요. 통증이 없으면 운동을 해도 괜찮고, 오래 서 있어도 그렇게 문제가 되지는 않거든요. 암튼 그렇게 이번에도 통증은 그럭저럭 없어지는데, 갑자기 목이 아프고 몸이 으슬으슬 추운 거예요. 아, 감기가 오는가? 싶어서 평소 하지 않던 짓을 했어요. 보통 감기 오면 그냥 버티거든요. 감기 때문에 약을 먹은 적이 몇 번 안돼요. 덕분에 심할 때는 약 한번 먹으면 거뜬해 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감기 기운을 느끼자마자 타이레놀 콜드를 먹었어요. 안 먹던 약 먹으니 금방 잠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오래 간만제 잠도 푹 자고 일어났는데, 웬걸 이게 더 심해졌네요. 두 번째 날은 같은 약을 먹고, 잠도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약을 먹었어요. 그랬더니 이 약은 아예 사람을 바보로 만드네요. 그래서 지금 정신도 몽롱하고, 배고 고프고, 배는 고픈데 뭐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고요, 없는 건지 몽롱해서 생각이 안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뭔가 먹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자, 이제 좀 도와주실래요?"

"(뭐래...)"  

"아, 제가 오해했을 수도 있겠네요. 근데 주문 도와 주신다는 게 무슨 뜻이예요? 제 대신 주문을 해 주신다는 건가요? 아니면 주문 시스템이 좀 특별해서 미리 알려 주신다는 거예요? 원래 주문은 카운터에서 해야 하는데, 테이블에서 주문할 수 있도록.. 그러니까 대신 카운터에 주문을 넣는다는 얘긴가? 아, 이게 가장 맞는 것 같네요. 그게 아니라면 '주문 하실래요?'라고 묻는 게 더 맞는 말이 아닌가 싶네요. 전 주문 도와 주신다고 하길래, 제 상황에 딱 맞는 주문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신다는 뜻인줄 알고..."

"(꺼져!)"


The Wall Album Cover (Pink Floyd, 1979) *원래 커버는 글자가 없다.

Comfortably Numb (by Pink Floyd): 6분 23초

작사/작곡: David Gilmour, Roger Waters

핑크 플로이드의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 'The Wall'에 (LP 기준으로) C면 여섯 번째로 실려 있다.

앨범 전체가 록 뮤지컬이고, 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기에... 이 앨범에서 어느 한 곡을 뽑아서 논하기는 어렵지만, 앨범에서 싱글 발매된 3곡 중의 하나이며, 최고의 기타 솔로곡으로 꼽히는 만큼 앨범의 대표적인 곡이 'Comfortably Numb'다. 하지만 핑크 플로이드의 유일한 차트 1위 곡도 이 앨범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라서... 대중적인 건 후자, 음악 애호가는 전자라고 해야 할 듯하다.

일설에 의하면 이 곡 때문에 로저 워터스와 데이비드 길모어의 갈등이 깊어져 결국 해산으로 이어졌다는 얘기가 있다. 영화화는 앨범 발매 3년 후인 1982년에 Alen Parker와 Gerald Scarfe가 감독을 맡았다. 이 영화의 백미는 Gerald Scarfe의 그림이다. 고등학교 시절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 영화가 해금이 된 게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비디오를 보면서도 이래서 금지된 거였구나 할 정도였으니깐... 

내가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전체 앨범을 플레이하는 앨범 중의 하나다. 

이 곡이 미스터리한 게 지금껏 당연히 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모아 놓은 플레이리스트에도 당연히 있었고...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나오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하며 하나하나 글 리스트를 뒤져봐도 없는 것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면서도 몇 번을 확인하고서 이제야 올린다. 글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어느 정도 '내가 기억하고 싶은 노래'라는 부분은 많이 옅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 곡이 없었다는 건...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 곡의 백미는 두 번의 기타 솔로다. 간주의 솔로는 40초 정도지만, 후반부의 기타 솔로는 거의 2분가량 이어지며 곡을 책임진다. 많은 랭킹 사이트에서 역사상 최고의 기타 솔로로 평가받는데, 많은 경우 1위를 차지하고, 다른 경우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그런데 이 기타 솔로가 뭐가 그렇게 특별하냐?라고 묻는다면 별로 할 말은 없다. 그냥 듣고 취향대로 결정하면 될 일이다. 개인적인 감상을 붙이자면 이 곡에는 3개의 보컬이 있는데, 로저 워터스가 부르는 부분, 데이비드 길모어가 부르는 부분, 그리고 기타가 부르는 부분... 이 3가지 보컬의 흐름과 전개가 곡의 내용과도 잘 맞아떨어지면서, 완벽한 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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