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e Apr 21. 2020

아무 말도 필요 없이 서로를 믿어요

아무개를 위한 우울한 편지

벌써... 2020년의 3분의 1이 지나고 있다. 원래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이라... 팬데믹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묘하게 정신이 애매해지는 것을 보니... 바이러스가 뇌로 들어간 건지... 무기력하기만 하다. 요즘 생각하면 한 6개월은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올해도 지금까지 꽤나 분주하게 달려왔다. 결과를 기준으로 본다면 거의 아무것도 안 한 건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난 연말 포스팅하려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완성하지 못하고 멀리 떠났고, 그렇게 얼떨결에 두 달을 보냈다. 그리고는 폭풍 같은 순간들이 연이어 몰아치더니 어느 순간 나는 주부가 되어 있었다. 주부... 그러니까 살림하는... 식구가 넷(사람 2, 개 2)으로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출도 늘어나는데, 가계부를 들여다보니 외식이 늘어도 식료품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이제는 음식을 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청소며 정리정돈이며 마음의 잔소리가 늘어 간다. 아직 1달도 지나지 않았으니 결과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외식은 이제 0에 가깝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에 만족하고 있으니 나쁘지 않다. 


미친 것 같은, 그리고 미칠 것 같은 선거도 끝났으니 이제 좀 조용히 살고 싶은데 당장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이 마저도 어느 순간이 되면 다른 의미로 미친 것 같겠지만, 참, 이래도 불만이고 저래도 불만인 것 같아 그런 나 자신에 또 불만이다. 


뭐든 저질러 놓고 적응하면 금방인데... 늘 그 첫발이 어렵다.


'사랑하기 때문에' 앨범 커버(유재하, 1987)

우울한 편지 (by 유재하)

지난해가 가기 전에 글을 쓰려고 선곡했던 곡이 'Famous Blue Raincoat'였는데, 그 곡도 편지 형식의 노랫말이다.

'편지'라는 형식이 특별히 글을 쓰기 쉽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묘한 형태의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쌍방향인 듯 하지만,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듯 하지만 객관적이기도 하다. 확실히 그러하다.

유재하의 곡들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늘 멀어지지도 가까워지지도 않는 그런 거리에서 맴돈다. 이와 같은 어떤 특별한 기준을 적용하면 분명 클래식이다.

2020년... 이제 곡에 대한 정보는 놓아주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그에 대한 시간 소모가 너무 많아서 본 글을 쓰는데 조금 방해가 되기도 하고... 따로 정리하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얘기하거나 아니면 그저 배경음악처럼 남아도 괜찮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이 고장 났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