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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Apr 22. 2020

모든 건 결국에 있다가 없어지니까

Coming around again

책 못 읽고 있다고 하기가 무섭게 책을 펼쳐 밤을 새워 읽었다. 그러니까 책을 못 읽겠다는 등은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 그저 게으를 뿐이거나, 하기 싫은 것일 뿐이다.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 북튜브 스타일로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떨어 보려고 한다.


- 최근에 '하우스'라는 소설을 먼저 읽었다. 작가 이름(김희재)도 비슷한데, '집'을 주 배경으로 삼고 있어, 살짝 혼동이 되기도 했다. 사실 두 방문객은 두어 달 전에 먼저 펼쳤다가 내려놓은 적이 있었다. 솔직하게 '하우스'에 대해서는 정말 실망해서... 사실 이 책에 대해서도 뭔가 의심쩍었다. 다만 나 혼자 혼동되다 보니 한번 다 읽어 보자는 심정으로 읽었다. 서로 다른 두 작품을 비교하는 건 좋아하지는 않지만 앞서 얘기한 일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두 개를 놓고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심플하게 중학생과 대학생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나름 장르 소설 주요 소비자이고 애정 하는 사람이지만, 솔직히 이런 차이라면 우리 장르 소설 작가님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지 세세하게 따진다며 그건 각 작가님들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고... 이 정도가 독자의 입장에서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 같다.


- '두 방문객'에서 감탄한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무엇보다 연출이 탄탄하다. 조금 과장하면 문장 하나하나가 쓸모없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전체 이야기 속에서 역할을 함과 동시에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보통 영화 같은 영상물에서 연출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소설에도 당연히 연출적인 요소가 있다. 가령 아무 생각 없이 수영장 딸린 집?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니 반드시 수영장 딸린 집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수영장이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고, 많은 사건(?)들이 수영장을 배경으로 펼쳐 지니까, 전체적으로 작품이 자연스럽고 완전해진다.


가끔 책에 나온 그대로 영화화하면 좋겠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사실 그건 사람들이 책을 읽으며 영상으로 상상하게 되면서 생긴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영화로 하면 나는 어떻게 할까 생각해 보니.. 확실히 책과는 다른 이야기 구조와 연출이 나온다. 암튼 소설은 소설 나름의 구성과 연출이 있는 것이다.


- 이 작품에는 살짝 미스터리 요소가 있는데, 묘한 것이 대 놓고 '알아맞혀 봐'라는 식은 아니다. 그런데 그 미스터리가 문제 풀이 식이 아니라 장면 장면에 집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기술은 보이지 않아야 그 진가가 나온다고 늘 얘기하는데, 바로 이런 경우다. 미스터리 좋은 건 다 안다. 그래서 장르 마니아도 있는 것이고... 그런데 미스터리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건.. 그게 과하게 되면, 감성은 반감된다.


- 개인적으로 특히 감탄한 요소 중의 하나는 날씨다. 폭염이 찌다가 어느 날 더위가 누그러지는 그 과정이 5일 동안 전개되는데, 그게 참 감탄스럽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지난 3년간 알게 모르게 그걸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8월 15일이라는 것과 거기에 맞추어 묘사되는 더위는 정말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난 몇 년 동안 카운트다운을 했다고 할 만큼 그 시기의 온도와 더위의 느낌을 잘 알기에 한 방에 서로 통하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 책 읽고 난 후에 버릇처럼 작가 검색을 하다... 이런~, 이전에 '날짜 없음'때 얘기했던 쌍둥이 작가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허허 웃을 수밖에.... 뭔가 한 방 맞은 느낌...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다는 걸 들킨 느낌이어서 뻘쭘했다. 


-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의 표지는 보통 지지하는 편이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는 살짝 거리감? 수영장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의미적으로는 잘 표현했지만, 분위기와 같은 작품의 질감과는 거리가 있어 보여서 살짝 실망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천천히 운전해 달렸다. 한 번도 빼 본 적 없던 반지가 사라져서 손가락이 좀 허전했다. 그런데 허전한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모든 건 결국엔 있다가 없어지는 거니까. 사라지는 것에 금방 익숙해질 줄 아는 것도 나를 위로하는 문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쪽)


-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폴 오스터의 '선셋 파크'가 생각나는 마무리... 뭐라고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암튼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담고 있다. 


- 어울리는 노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작품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멜로디가 있었다. 다만 기억력이 떨어지는 지라, 좀 찾아보긴 해야 했는데.... 잘 어울리는 선곡이라고 확신한다. ㅋㅋ (동의하거나 말거나) 

노래 가사도 그럭저럭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두 방문객 책 표지

두 방문객(오늘의 젊은 작가 22)

김희진 지음

2019년

민음사











know nothing stays the same EP cover(copeland, 2004)

Coming around again (by copeland)

미국 밴드 copeland가 2004년에 발매한 EP 수록곡. 커버곡으로만 이루어진 앨범인데, EP 타이틀은 coming around again의 가사

원곡은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의 곡으로 1986년 개봉된 영화 'Heartburn'의 주제곡으로 히트 발매 당시에는 꽤 유명했다.

커버는 매우 담담하게 거의 원곡 그대로 부르는데... 어제도 말했지만, 좋은 곡은 굳이 손대지 않아도 괜찮다. copeland의 보컬 음색과 연주가 더 소설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copeland가 인디 밴드라 국내 발매 상황은 말 모르겠는데... 예전에 '김영하의 여행자-하이델베르크'의 책 ost 형식으로 나왔는데, 여기에 선곡되어 실려있다. 그러고 보면 소설 '두 방문객'도 독일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뭔가 곡이 독일의 느낌이 있다는 것인데... 원곡도 밴드도 모두 미국인들이다. 그러니까 별 중요한 건 아니라는 이야기.

#보너스 https://youtu.be/iMysqunFc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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