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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Aug 31. 2020

문장 수집가의 책 일기 18

그래서 저는 관종입니다만...

최근에는 언어 사용도 극단화된 것 같습니다. 이런 시대를 대표하는 단어(그럴 리 없겠지만 먼 후대에 단어로 인정받는다면...)가 '극혐' 이겠네요. 소비의 시대, 언어 역시 소비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때그때 재미있는 말들을 쓰고 버리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상품 나오듯이 무수히 많은 말들이 새로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곤 합니다. 정말 소비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하나의 말이 긍정 혹은 부정의 의미로 단순화되는 것에 대해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말의 다른 면을 보려고 하는데요, 그래서 때론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는 느닷없이 '관종'이란 말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만, '사람은 누구나 관심받고 싶어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며칠 동안 생각해낸 잠정적인 결론은 이렇습니다. 관심이란 부산물... 그러니까 어떤 결과에 따르는 일종의 보너스여야 하는데,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리면 썩는 특성을 가진 것이 아닐까 라는... (좀 구차하네요... ㅎ)

저도 물론 관종입니다. 100% 혼자만을 위해서 이런 데다가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의 결과물에 많던 적던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더해지면 좋을 뿐인 것이죠. 만약에 오직 관심을 얻기 위해서라면 아마도 이보다는 훨씬 자극적이거나 거짓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겠죠...  

[아디안텀 블루]는 전혀 사회경제적인 작품이 아닙니다만, 덕분에 저는 '소비'라는 말의 의미를 일찍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깨달음이 분명 돈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한 가지 몰랐던 것이 있다면 그게 10년 후에나 벌어질 일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안타깝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잘 되었다면 지금의 저는 'Evil'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차라리 소심한 관종이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은 틀렸다]라는 책은 기억은 납니다만 그리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내용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어딘가에 이런 메모를 남겼네요. 이제 와서 추측컨데 사람들에 대한 원망 같은 것도 한 몫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분명 변할 거라 얘기하고 미리 선점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것에 대한 원망....


이제는 앞서 가려했던 욕망이 컸던 지난 시절의 기억으로 남겨 두고자 합니다. 세상이 변하거나 말거나...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ㅋ

맞습니다. 저도 꿈을 위해 산다는 것에는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뭐 조금 아니, 많이 늦게 알게 된 것이 살짝 아쉽긴 합니다. 제가 고전을 그리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대신 불행하게도 어릴 적에 많이 읽었습니다. 제발 어린아이들에게 고전을 읽으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통찰에 근접했다는 점은 나쁘지 않습니다. '관심'처럼 '꿈'도 일종의 부산물 같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문장을 책에서 읽을 때는 살짝 오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뭐지? 이 맞는 데 뭔가 어색하고,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당연한 것 같은 이 느낌은????'

새삼 나는 그동안 어떻게 했지? 되묻게 되는 문장이었습니다.

보통 책 좀 읽었다는 분들이 대체로 '끝까지 읽으려고 하지 마라',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다' 등등의 조언을 합니다. 그게 말이 쉽지 잘 되지 않습니다. 저도 책을 펼치면 표지부터 뒤표지까지 빠짐없이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극복하긴 했지만, 처음에는 한 권의 책을 다 읽기 전에 다른 책을 펼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엄청 경직된 독서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걸 깨는데 대략 30년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제 자신에 대한 인정...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 같습니다. 그게 보잘것없고, 별 것 아니어도 나름 하루하루 살기 위해 아니, 그저 하루하루 살아 내는 것 그 자체가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제 아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도달하기도 쉽지 않겠죠. 그렇기에 소중한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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