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B는 언제 준비해야 할까?
드디어 깨졌습니다. '딱! 365일만 해보자'라고 마음먹었었는데, 끝내 고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당분간 좀 쉬면서(? 오히려 바빠서 그런 것인데...) 좀 더 책을 읽고 사진도 좀 찍어 보고 그래야겠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 업로드를 못하고 있고, 브런치 용은 다음번 포스팅 차례까지는 됩니다. 문장은 그래도 꾸준히 업데이트 중인데, 지금은 오히려 날짜를 못 따라잡고 있습니다. 1개월치 미리 모아 놓고 시작했는데도 이러네요. ㅎ
일을 하면서는 늘 플랜 B를 준비합니다. 만약에 비가 오면, 누군가 사고가 나면 등등...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플랜 B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게 되면 애초에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땜질하기 일수죠. 예전에는 그런 사고에 대해서 무척이나 민감하고 나중에 비판도 많이 당하거나 하곤 했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합니다. 사고는 일어날 수 있는 것이고,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미련 가질 필요는 없으니까요. 아직도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그런 순간에 대해서 정신 못 차리긴 합니다만 그것도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으려니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 플랜 B라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할지 중단할지에 대한 결정 아닌가 싶습니다. 계속한다고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128호실의 원고]도 어느새 꽤 오래전에 읽은 책처럼 느껴집니다. 이 책에서 뽐은 마지막(책의 마지막이란 뜻은 아닙니다) 문장인데... 언제 또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몰라서 조금 자세히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책이 아니라 원고가 이동합니다. 원고가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거치면서 20년이 지난 후에 그 여정을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이와 비슷한 것이 '북크로싱'이라고 있습니다. 다 읽은 책을 공공장소에 놓아두고 아무나 가져가 읽고, 다 읽은 후에는 그것을 또 공공장소에 놓아두는 것이지요. 저는 이것을 '지오캐싱'과 합쳐서 서비스를 기획했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형태로요. 그래서 가칭 '북 캐싱'이라고 해서 사업화하려고 했었습니다. 지금은 지나간 일(벌써 6~7년 전의 일이 되어 버렸네요)이지만... 장담컨대 누군가는 하고 있거나(찾아보진 않았습니다), 아직 없다면 누군가가 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플랜 E 쯤 되려나요?)
이 소설은 예전의 '북 캐싱' 아이디어가 거의 그대로 시각화되어 있습니다. 편지라는 글의 형태까지도 포함해서요. 그래서 약간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처음 양자역학에 대해 알았을(?) 때에는 그저 신기하게만 생각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말장난 같기도 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이거 신이 진짜로 있는 거 아냐?'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테드 창의 작품에서도 이를 이용한 작품이 있는데, 저는 이 문장처럼 좀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봐야 확인할 수 있다'라는 부분만 떼어 놓고 보면 지극히 일상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지 않고도 있다고 믿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본다면 말이죠. 그래서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ㅎ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아니 에르노의 [세월]은 아직 읽고 있는 중입니다. 늘 이런 식인 것 같습니다. 생각나면 읽다가 또 한 구석에 놓아두었다가.... 아직 [세월]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일생의 기억을 모으는 것인지... 아니면 기억 그 자체를 얘기하는 것인지...
문장 스타일도 조금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는데, 아무렴 어떻습니다. 아니 에르노인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기억'에 대한 이 설명은 사실 알듯 모를 듯합니다. 따로 뽑았다는 것은 저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는 뜻인데, 이게 다시 보면 깜깜해지고 그럽니다. ㅎㅎ
보통 어렵게 돌려 쓰거나, 이중삼중의 은유가 들어간 글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그런 장치는 좋아합니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문장은 간결하고 분명한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이 문장도 그런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데, 이게 볼 때마다 달라집니다. 나이 들어 깜박깜박하는 게 심해져서 그러려니 변명해 봅니다.
사실은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라고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 '종교'가 무서운 건 일상을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일매일 무언가 할 일을 만들어 준다는 측면에서 사람이 종교에 기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게 아마 [츠바키 문구점]을 읽고 난 후였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저 혼자만의 깨닮음은 아니었나 봅니다.
양자 물리학도 그렇고 아니 에르노의 [세월]도 그렇고... 참 떼어 버리기 힘드네요.
종교란 것이... 무신론자의 플랜 B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