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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Feb 02. 2016

How I wish you were here

네가 이 세상에 있었으면 좋겠어...

친구,

벌써 해가 바뀌었네. 참 날도 잘 잡았어. 그 해 1월 1일 아침에 쫓기듯 널 보내고, 잠은 또 왜 그렇게  쏟아지는지... 그래, 그 후로 많은 것이 변했네. 나? 나는 아직 잘 살고 있지. 따져보니 나는 또 변한 것도 없이 그대로네. 네가 얼핏 흘리는 말로 예언했던 것처럼...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지금 네가 내 옆에 있다고 해도,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딱 부러지게 얘기할 수 없고, 내가 서 있는 갈림길에서 어느 길로 가라고 시원하게 얘기해 주지도 못할 테지만, 그래도 네가 있어서 내가 잘못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따끔한 핀잔이라도 주었으면 좋겠어.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설령 내가 잘못한 일들이 있어도, 이해한다는 듯이 다 듣고 나서 개똥 같은 소리 하지 말라며, 술이나 권해 줬으면 좋겠어. 때로는 내 얘기 듣기 싫다며 닥치고  가만있으라고  재수 없게 말해 주었으면 좋겠어. 만약에 지금 내가 좀 넉넉하기라도 하면, 한 달 동안 밥 사라고 아니면 여행 가게 용돈이나  내놓으라고 했으면 좋겠어.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네가 있어서 함께 누워 보던 별이 쏟아지는 밤을, 적막한 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던 단풍 젖은 산을, 무겁게  가라앉은 검은 바다 옆의 소주잔을 지겹도록 다시 반복했으면 좋겠어. 주위 사람들이 질려 버리게 말이야. ㅎㅎ


네가 있어서... 이렇게 갇혀 있는 기분이라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여기서 나갈 수 있다는 조그만 자신감이라도 갖게 말이야.


설령 네가 이 세상에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내게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당장 만나지도 못하더라도,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언제고 널 만나서 세상 처음 보는 것들에 대해 떠드는 것처럼 쉴 새 없이 말하고, 또 눈물이 마르도록 울어도 괜찮을 때가 올 거라며, 오늘 하루를 견뎌낼 수 있도록... 네가 있어 내 작은 희망이 사라지지 않도록...


오래간만에라도 그리워할 수 있도록... 네가 이 세상에 있었으면 좋겠어.


Wish you were here (by Pink Floyd): 5분 40초

작사/작곡: Roger Waters, David Gilmour

1975년 9월 12일 발매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앨범 제목이자, 4번째 수록곡. (그래 봐야 전체 수록곡이 5곡이다.)

시드 배리트(Sys Barrett)에 대한 헌정이 큰 콘셉트를 이루고 있다. 시드 배리트는 핑크 플로이드 초기 결성 멤버이면서 모든 작곡을 리드했지만, 정신 분열로 그룹을 떠나야 했다.

핑크 플로이드에 대해서 설을 풀자면 한도 끝도 없어서... 검색하면 나온다.

이 곡도 몇몇 가수들의 커버 버전이  존재하는데, 최근에 발표된 에이미 알렌(Aimee Allen)의 버전을 추천한다. 절묘하게 힘을 뺀 목소리에, 슬쩍슬쩍 힘을 주는 목소리가... 좋다. Youtube에서는 볼 수 없고, 음원은 검색하면 나온다. 같은 제목의 곡이 제법 되는데, 특히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의 곡은 제법 인기도 있어서 헷갈리기 쉽다. 전혀 다른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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