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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l 18. 2016

Back in the summer of '69

생각이 나는지, 그 시절.

'살면서 가장 좋았던 때는 언제예요?' 종종 받는 질문 중의 하나다. 한 달 전쯤에도 그 질문을 받았다.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내 대답은 '지금'이었다. 나는 늘 그랬다. 매번 지금의 순간에 충실했고, 지나간 것에 미련을 두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며, 거의 고집 피우고 우기는 것에 가깝다.


가끔씩 동네 술집에서 어르신들(이제는 형님들에 더 가깝지만)과 마주친다. 동네 사람 중에 젊은 친구들이 있어 좋다고 가끔 술을 사주시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얘기 저 얘기 듣게 된다. 어느 날인가는 한 형님께서 젊었을 때(?) 일하던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 표정에서... 자랑스러움과 그리움이 동시에 보였다. 그때, 난 무언가 '인간적인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 함께 지내고 있는 형과도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보면 늘 과거로 되돌아 가고 만다. 지난 시절들... 그때는 몰랐던 즐거움과 행복. 어느새 나도 내 지난 기억들을 하나둘씩 되짚어 보게 된다. 좋았던, 나빴던지 상관없이 그 시간들은 지금의 나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고리다. 다만 우리의 이야기들은 아직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서 더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은 그런 시절을 갖고 있다. '내가 잘 나가던 시절...' 

그 시절의 이야기들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크고 선명해진다. 끊임없이 반복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인생의 훈장 같은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되돌아 가고 싶은 향수일 것이다. 딱히 어느 시절이라고 꼽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기억이 머무르게 되는 때. 그 기억들을 들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렵풋이 깨닫게 된다. 자존심이 센 사람인지, 화려한 사람인지, 소박한 사람인지, 정직한 사람인지.... 왜냐하면 스스로가 가장 찬란했던 시절이라고 생각할 때, 그 주인공은 분명 그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모습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지나간 후에야 깨닫게 된다.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는다. 스쳐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 가장 좋은 시절이 된다. 나쁘지 않다. 인생 최고의 순간을 추억하며 살던, 기다리며 살던, 그것이 우리가 사는 이유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Summer of '69 (by Brian Adams): 3분 32초

작사/작곡: Brian Adams, Jim Valance

1985년 6월 17일 발매(싱글)

1984년에 발매된 브라이언 아담스의 4번째 앨범 'Reckless'의 6번째 수록곡이며, 4번째로 싱글 발매된 곡이다.

처음에는 제목을 'Best days of my life'라고 했었는데, 가사에 summer of '69은 한번 등장하는 데 반해, best days of my life는 일곱 번이나 나왔었다고 한다. 후에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지금의 제목과 가사를 갖게 되었다.

1984년은 팝/록의 황금기라고 할만한 해인데, 이 해에 발매된 좋은 앨범이 많다. Reckless 앨범도 상당한 수작으로 좋은 곡들이 많다. 아마도 가장 사랑받는 곡은 'Heaven'일 것이다. 나의 경우는 'Somebody'와 이 곡을 조금 더 좋아했다.

브라이언 아담스는 뮤지션으로서도 성공했지만, 사진작가로서도 상당한 성공(광고, PR 캠페인과 개인 전시 횟수를 보면..)을 거두었는데, 사실 국내에서는 사진작가로서의 모습을 잘 알려져 있지 않는 편이다.

5년 전쯤인가? 외국 보청기 회사의 광고 캠페인을 국내에 론칭하는 과정에서 사진작가로서의 브라이언 아담스를 알게 되었는데, 좋은 사진들이 많았다. 예산이 부족해서 제대로 론칭하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가끔씩 여행 다니다 보면 상점에 붙여진 그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생각이 나는지 (by 최성원): 4분 49초

작사/작곡: 최성원

1990년에 발매된 최성원 2집의 7번째 수록곡

브라이언 아담스의 노래와 거의 같은 가사 내용을 담고 있다. 내 나이 또래의 음악 애호가라면 충분히 공감하는 그런 가사

들국화 멤버들의 솔로 앨범을 들어 보면 때때로 어떻게 '들국화'의 음악이 만들어졌는지 의아할 때가 있다. 그만큼 각자의 성향과 개성이 '많이' 다르다. 룰론 다 나름대로 좋다. 개인적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들국화의 음악은 전인권의 지배력이 70% 이상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래서 밴드가 지속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최성원의 곡들은 한마디로 '예쁘다.' 이 외에 다른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을 만큼....

애초에 쓰고 싶은 이야기와 곡을 1대 1일로 매치시키는데, 이 글을 쓰려고 하는 동안 계속 이 노래도 떠올라서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

브라이언 아담스의 곡은 업 템포의 록인지만, 최성원의 곡은 담백한 어쿠스틱 발라드다. 같이 들으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브라이언 아담스의 곡과 연결되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다. 어느 작품(아마도 '오디션?') 이후로 무라카미 류의 소설은 안 보게 되었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더 좋아했던 작가인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69'라는 소설 때문이다.

1969년은 여러 가지 의미로 나에게 중요한 해이다. 어쩌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과 엮이고 말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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