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육 전공자들의 음악 취향 톺아보기
오늘도 우연히 이곳에 당도하신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
지난 2월 말부터 저희는 과학, 사회, 그리고 문화까지 총 3가지 분야를 음악과 연결해서 다양한 음악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정말 다양한 장르를 다루었고, 저희가 경험한 음악들을 최대한 연결해서 '음악 교과의 교과 융합 가능성'에 대해 나름의 연구를 한 4개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1악장, 2악장, 3악장과 프롬나드 3개를 거쳐 이 여행을 마무리할 4악장에서는 '음악 그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연계와 융합에 집중해 하지 못했던 음악 이야기를 조금 더 깊게 해보려고 합니다. 음악을 고르는 조건은 순전히 귄록루역 4명의 '취향' 1가지입니다. 어쩌면 중구난방 정신없는 이야기가 될지도, 어쩌면 다양한 음악을 한 번에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저희의 음악 세계 속으로 같이 떠나보시죠!
#악기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Ai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에는 참 신기한 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챗 GPT를 켜는 시대, 심지어 챗 GPT는 사주를 봐주기도 하고, 이미지를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ai 기술은 음악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Ai가 화성과 모티브 멜로디를 추천하기도 하고 심지어 화성학적 지식이 없어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내 머릿속에 있던 생각을 음악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노래를 내가 좋아하는 어떤 가수가 부른다면 어떨까?'라는 순수한 궁금증을 ai를 활용해 해결하는 것이죠. 목소리를 덧입혀 어떤 노래를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경험은 분명 기술 발전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축복일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어떤 천재 가수는 한때 악기가 돼버린 것 같았습니다. 오늘 제가 가져온 노래는 DEAN의 'DIE 4 U'입니다. 'DIE 4 U'는 딘이 무려 4년 6개월이라는 공백기를 가진 후 싱글 음반 4:44를 통해 발매한 곡입니다. 미리 제 귀로 감히 평가부터 하자면, 딘이 사랑은 음악인인 이유를 보여주는 정수 같은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DIE 4 U'의 장르를 따져보자면 아마 얼터너티브 r&b정도가 될 것 같아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r&b에 다른 장르의 소스나 실험적인 요소를 추가해 개인적 감정을 노래하는 장르라고 할 수 있겠네요. 'DIE 4 U'는 2023년에 발매된 노래지만, 2023년의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딘의 스타일이 잘 녹아든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특유의 차분한 듯하면서도 감정을 숨기지는 않는 댄디한 무드와 섬세하게 도제 된 사운드 속에 담긴 드라마틱한 구성은 우리가 알던 딘의 음악 그대로였어요.
드라마틱한 구성과 감정의 전달은 가사를 읽어보면 더 분명하게 전달됩니다. 비유적인 가사나 어려운 가사는 없어요. 굉장히 솔직하게 1가지 생각을 화자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는 너를 위해 죽을 수도 있어.'라는 뜨거운 감정을 차분하고 솔직하게 전달하고 있어요. 아마 이별 후의 슬픔과 그리움, 재회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노래라고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딘을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저로써는 딘이 사라진 4년 6개월 동안 수없이 많은 ai 커버를 들었습니다. 오죽하면 1시간짜리 딘의 ai 커버 플레이리스트가 유튜브에 돌아다닐 정도로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DIE 4 U'를 처음 들은 순간, AI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음악인들의 보법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인들이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 작곡 공부는 왜 해야 하냐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딘이 증명한 것처럼, 딘뿐만 아니라 많은 음악인이 보여주는 것처럼 AI를 통한 구현이 절대 낼 수 없는 맛은 디지털 세상이 아닌, 음악인의 볼펜과 오선지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저번 달에 'suno'를 이용해서 수업을 해보았는데, 정말 좋은 툴이지만 어쩔 수 없이 틀에 박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더라고요. 음악인들만이 낼 수 있는 창의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모든 음악인을 항상 존경하고 있습니다.
음악인을 꿈꾸며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본인을 도제 하는 모든 음악 전공생들을 응원하며 오늘 글은 마치겠습니다 :)
#시간은 금이다. 그것도 24k.
https://youtu.be/UqyT8IEBkvY?si=rOGkVmjG4b_OZ_W2
여름 방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번 여름휴가 계획 있으신가요? 전역을 앞둔 저는 아주 야무진 말년 휴가를 보낼 계획입니다. 친구들과 계곡도 놀러 가고, 제주도도 가고, 여자친구도 만나며 후회 없이 마음껏 놀고 올 예정이죠. 그중 제가 가장 기대하는 시간은 친구들과 신나는 노래를 틀며 드라이브를 다니는 시간이에요. 시원한 에어컨, 쉴 새 없이 지나치는 아름다운 풍경들, 그리고 그 안에서 파티처럼 흘러나오는 노래들. 상상만 해도 즐거워지는데요. 오늘의 제 노래는 제 즐거울 말년휴가의 소망을 담은, 최애 드라이브곡 “Bruno Mars - 24K Magic“입니다!
브루노 마스가 2016년에 발매한 정규 3집 앨범 “24K Magic”은 발매되자마자 초대박을 터뜨리며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앨범의 중심에는 제 오늘의 곡 “24K Magic”이 타이틀로 있는데요. 이 곡은 80~90년대 음악에 대한 브루노 마스의 존경심이 담긴 곡으로, 화려한 펑크 리듬과 R&B 사운드를 레트로스러우면서도 세련되게 녹여냈습니다. 신나는 파티 분위기의 노래 속에서 부와 즐거움, 그리고 본인에 대한 자신감을 노래하죠. 브루노 마스는 이 곡을 작업하며 며칠 동안 밤을 새우며 스튜디오에서 춤을 추며 녹음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팬들이 이 곡을 들었을 때 파티의 한가운데 있는 느낌을 받길 바랐다고 해요.
곡을 한 번 들어보실까요? 노래 시작과 동시에, 진한 오토튠의 브루노 마스 목소리가 화려한 기교를 선보입니다. 이후 등장하는 강렬한 펑크 리듬, 베이스 라인과 신스 사운드는 듣고 있으면 몸을 가만 두기가 힘들 정도이죠. 뮤직 비디오 속의 브루노 마스는 한밤중의 신나는 파티 속에서 후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데, 마치 제가 그 장면 속에 있는 것처럼 흥겨움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이 곡뿐만이 아닙니다. 이 “24K Magic” 앨범 전체의 노래가 하나하나 거를 타선이 없어요. 저는 앨범 제목이 참 마음에 들어요. 고작 이 앨범 하나가 제 삶에 마법을 걸어 주는 것 같거든요. 이 앨범을 자동재생하며 드라이브를 다니자면, 제 집 앞 공도마저도 미국 번화가가 되어버립니다. 가 본 적도 없는데도요.
요즘 저는 매일 달력을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얼마 안 남은 말년 휴가와 전역을 세느라 말이에요.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닐 이 기나긴 시간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요? 이 노래는 이런 저에게 작은 위로를 줍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요. 저를 위한 24K Magic이 준비되어 있다고요.
여러분의 마법은 무엇인가요? 그 마법을 손에 쥐는 날까지. 모두 힘내요, 우리!
#운명에 관한 서곡
https://youtu.be/EJC-_j3SnXk?si=naUTOGluISQnwrzF
‘노래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cantare에서 유래한 칸타타(cantata)는, 본래 독립된 기악 반주 위에 성악이 더해지는 형식의 음악입니다. 종교적이거나 세속적인 이야기를 담아,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함께 거대한 감정의 구조를 세우죠.
오르프의 Carmina Burana는 그런 칸타타 중에서도 가장 극적이고, 가장 격정적인 곡으로 손꼽힙니다.
Carmina Burana는 이름부터가 흥미롭습니다.
라틴어로 '노래들'을 뜻하는 Carmina, 그리고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지명을 라틴어로 표기한 Burana, 즉 ‘바이에른의 노래’라는 뜻이죠.
13세기경, 독일의 수도원에서 발견된 이 시가집은 유랑 학생과 음유시인들, 소위 골리아드(Goliard)들이 남긴 라틴어 세속시로 구성돼 있습니다.
풍자와 연애, 술잔치와 쾌락, 종교적 풍경까지.
삶의 이면과 본능, 그리고 인간 내면의 혼란을 담아낸 이 시집은 때로는 외설적이고, 때로는 통렬합니다.
그리고 오르프는 그중 24편을 골라, 거대한 칸타타 Carmina Burana를 완성했습니다.
그 서곡이자 종곡인 〈O Fortuna〉.
운명을 상징하는 이 곡은 처음부터 압도적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음악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마치 누군가의 분노가 하늘을 찢고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소리.
귀를 찢는 듯한 첫 박의 절규, 그 속에서도 정제된 아름다움이 흐릅니다.
곡은 단 두 개의 코드, 단조의 근음과 반음 아래를 중심으로 반복됩니다.
지속적인 리듬은 집요하게 다가오며, 마치 문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강박적이죠.
그럼에도 계속 전진해야만 하는 불가해한 에너지.
가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O Fortuna, velut luna, statu variabilis…
“오, 운명이여. 달처럼 변덕스러운 자여.”
“그대는 차고 기울며, 우리들의 삶을 희롱하는구나.”
그리고 이 주제는 집요하게 반복되며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밀어붙입니다.
특히 마지막 mecum omnes plangite! 에서 om을 길게 이어서 mecum ommmmmnes plangite! 부르며 절정에 다다릅니다.
슬퍼하라, 나와 함께, 모두 함께.
운명 앞에선 누구도 예외가 아니라는 듯이.
합창은 단호하고, 관현악은 무겁습니다.
그러나 이 곡이 정말 위대한 이유는, 그 안에 감정의 폭발을 정제해 담았기 때문입니다.
과잉되지 않은 격렬함, 정밀하게 조율된 광기.
정확히 제어된 카오스.
〈O Fortuna〉는 단지 절망을 노래하지 않습니다.
찬란한 공포, 반복되는 생의 리듬,
끝과 시작이 맞물리는 회전.
그건 어쩌면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와 닮아 있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고, 마무리하고, 다시 시작하는 일상.
이 곡을 들을 때면 저는 마치 거대한 무대 위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 듭니다.
관객은 없고, 조명은 하늘 위에서 떨어지고,
내 안에 쌓인 감정의 무게만이 나를 감쌉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압도적인 음악이 끝난 뒤에는 내 안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걸 느낍니다.
누군가가 내 안에 눌어붙은 먼지를 폭풍처럼 털어준 것 같은 기분.
운명은 바뀌지 않습니다.
이 음악도 그러하듯.
하지만 그 안에 흐르는 리듬을 알게 되면, 그 수레바퀴 위에서 버티는 일이 조금은 덜 아프고, 덜 외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이 곡을 듣습니다.
운명의 리듬 속에서, 내 리듬을 다시 찾기 위해.
O Fortuna.
오늘도, 우리의 무대는 시작됩니다.
#터널
https://youtu.be/7KCZPvT4ZFU?si=RgRSb_j_o65UPswO
저는 한때 엄청 게을렀던 시즌이 있었습니다. 바로 2020년 팬데믹이었는데요. 그 당시 제가 고2였습니다. 그때 학생이셨던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개학이 미루어지고, 대부분의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되었죠. 그전까진 걸어서 아침마다 편도 20분짜리 통학을 하는 게 매우 귀찮았습니다. 그러다 좋은 조건이 갖추어져 옳거니 싶어 하루에 17시간은 누워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집합도 안 돼, 나가서 운동도 못 해, 여행도 못 가, 나가서 밥도 못 먹어....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버지가 노파심에 사다 놓은 3분 카레와 3분 짜장 5박스를 하루하루 비워내는 일뿐이었습니다. 방에 불은 항상 꺼져있었고, 불이 필요할 때면 이케아에서 산 키다리 조명만 간헐적으로 켜두었습니다.
학교 수업을 켜놓고, 영상이 끝나는 시간에 맞게 알람을 맞추고 항상 모자랐던 아침잠을 온몸으로 누렸습니다. 잠이 안 올 때면 alt+f4 단축키로 인터넷을 돌아다녔습니다. 네 히키코모리가 따로 없죠. 그러다 점점 아려오는 허리 때문인지, 새벽 4시까지 컴퓨터를 하느라 뻑뻑한 눈 때문인지,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자괴감이 몰려오며 뭐라도 해보려고 하나하나 리스트를 써 내려갔습니다.
간략하게 알려드리면 일단 밀린 수업 진도를 따라가야 하고, 그동안 찐 살들도 좀 빼고, 기타랑 피아노도 다시 잡자는 정도였습니다. 막상 리스트를 쓰고 보니 너무 뿌듯했지만, 미친 듯이 쏟아져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일단 잠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살짝 열려있는 암막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왔습니다. 제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일은 그 암막커튼을 제대로 여미고, 수업을 켜고, 다시 침대에 안기는 일이었습니다. 하루아침에 그 원대한 계획을 세우던 저는 온데간데없고, 다시 아침잠이 모자란 평범한 펜데믹 고등학생으로 돌아온 겁니다.
‘수성의 하루’는 그런 내용입니다. 매일 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을 하고, 다음 날이면 바로 원래대로 돌아오는 사람의 시점입니다. 누군가 말을 걸어와도, 문을 두드려도 숨고 모른 체 하기 바쁘고, 스스로 이렇게 비겁한 하루를 바라왔었냐는 의문을 품죠. 그러다 기운이 다한 건지, 이런 삶이 지긋지긋해진 건지 마음은 다시 차오르지만, 모든 건 다시 내일의 몫이죠.
근데 돌이켜보면 그 게으른 날들이 다 의미 없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불 꺼진 방 안에서 혼자 오래 있으면서, 제가 어떤 사람이고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많이 알게 됐거든요. 방구석에서 지구를 돌아보며 자꾸 듣게 되는 음악, 펜데믹이 끝나면 꼭 하고 싶은 것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방향을 알게 된 시간들이었어요.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까 오히려 제가 또렷해지는 것도 있었어요. 누구랑 비교할 필요도 없고, 보여줄 대상도 없고, 그냥 저 혼자였으니까 무너지는 것도, 다시 일어나는 것도 다 저더라고요. 그때는 막막하고 멍청해 보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건 세상과 잠깐 떨어져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드문 시간이었어요.
사람이 혼자 있는 시간이 꼭 나쁜 건 아니더라고요. 어쩌면 사람에 휘둘리지 않고 ‘나’라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몰라요. 펜데믹이 끝난 이후엔 실제로 그 일들을 다 이루어냈고요. 원하는 대학에 가서 이런저런 공연하고 사람들이랑 어울려도 보고 상처도 받아보고 군악대에 들어오는 것까지 사실 다 펜데믹 때 그렸던 그림들입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요 ㅋㅋ
그러니까 무기력한 삶에 너무 잡아먹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것도 다 자신의 일부이고, 무기력에 집중하는 것도 엄청 열심히 사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