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머잖아 서리 내리고

소식지 구르다 2025, 한로 편

by 구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쓰는 편지, 아흔다섯 번째 장









지난봄 눈부시게 아름답던 날들부터

그토록 뜨겁고 참담했던 여름날들이

다시는 저물지 않을 듯 설치던 모습 선한데

어느새 찬 이슬 오시는 한로 날이네요.


아무리 뜨겁고 불타던 것들

굳세고 단단한 것이라도

반드시 식어져 무너지는 때가 오지요.


삶은 작고 하찮은 것이 모이고 쌓여서

부모도 되고 스승, 어른, 영웅과 역사가 되는 것.


크고 작은 것은 서로의 바탕이며

번갈아 서로가 되는 자연의 눈금.


머잖아 서리 내리고 찬바람 어느 끝에

눈발 비치며 얼어붙는 날이 또 오겠지요.


더 늦기 전에

서로를 용서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2025년 10월 8일,

정 동 주







당신을 보듬다, 소식지 구르다, rollingtea.net







Leo Gestel (Dutch, 1881-1941), 'Herfstdag (autumn day)', 1909

https://www.vangoghmuseum.nl/en/collection/s0528N2012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알가와 바라밀 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