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하우스, 롸잇 나우. But...

<공포-백악관의 트럼프>를 읽고

by 롤린스

야사는 언제나 흥미롭다. 권력에 관한 야사라면 더욱 그렇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자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 때문일지도 모른다. 야사, 권력, 백악관.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까지. 완벽한 삼위일체에 화룡점정 그 자체다. 그 점을 찍은 사람마저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은 미국의 전설적인 기자다. 출간 일주일 만에 백만 부가 팔릴 법하다.


“회의장 안 불신의 골은 컸고 신랄했다. 분위기는 야만적이었다. 참석자 모두 겉으로는 한편이었지만, 그들은 전투용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대통령이 그랬다.

미쳤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라고 프리버스는 결론지었다.” – p.327


방대한 취재 범위는 트럼프 취임 이후 순식간에 무너진 백악관의 결정 체계를 샅샅이 조망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 책, 뭔가 빈약하다. 중구난방으로 썼다는 느낌이 강하다. 장마다 일관성이 없다. 모든 동맹을 돈의 논리로 접근하는 트럼프 일화에서 갑자기 부부관계로 넘어가더니 불쑥 참모들 간 대립을 얘기한다. 맥락을 찾기 힘들다. 시간순으로 작성된 것도 아니다. 정치, 사회, 경제 등으로 장을 나눈 뒤 각 분야의 중요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 서술했다면 굳이 500페이지에 달할 일 없는 밀도 높은 책이 됐을 것이다.


투박한 번역도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 무수히 많이 등장하는 백악관 참모진을 성과 이름을 혼용해 가며 서술한 게 대표적이다. 원작을 그대로 반영한 것일지라도 낯선 미국 이름이 때에 따라 다르게 등장하니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좋은 수사법이 발휘된 문장도 찾지 못했다. 이 또한 번역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퓰리처상 작가인데 문장마저 빈약했을까.


그럼에도 그동안 익히 들어본, 하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트럼프의 백악관’에 대한 이야기를 소상히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을 정확하게 담고 있다.


“”당신은 빌어먹을 거짓말쟁이입니다.”” – p.507


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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