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란 무엇인가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읽고

by 롤린스

어떤 글을 쓰든 간에 글쓴이는 독자의 완독이 제일 중요하다. 평가는 다음이다. 독자의 두 눈을 지면(혹은 화면)에 붙들어 놓는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글쓴이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는 영역인 셈이다. 불친절한 서술로 독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 완독에 이르게 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활자에 극도의 긴장감을 불어넣어 ‘쪼는 맛’으로 쉼 없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작가도 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저자 김영민 교수는 독자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유머를 택했다. 사회 곳곳의 어두운 단면을 모순적이지만 키득거리며 관조하게 한다. 작년 이맘때 경향신문에 실린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는 가히 저자의 필력이 정점에 달한 글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의 모범이었다. 더 많은 예를 접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도서관에서 빌린 책 중 가장 오래 기다린 끝에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은 내 예상과 조금 달랐다. 익살스러운 서술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학문 정진을 업으로 삼는 교수답게 저자는 주제의식에 대한 성찰과 그 끝에 얻어낸 결론으로 글 대부분을 꾸몄다. 드물게 배치된 저자의 유머는 결국 끊임없는 고찰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주제에 관한 모든 것을 깨우쳤을 때 비로소 유머를 녹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성찰, 유머, 여유는 모두 다 질문과 반문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설파한다.


“반문은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지요. 질문이라는 게 사람을 어느 면에서 좀 숭고하게 만드는 게 있는 데다 얘기를 진지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제가 되기도 하니까요.” – p.306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독자의 시선을 붙들고 싶다면 질문부터 해라. ‘드립력’ 향상은 그다음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전도연과 똑같이 생겼다는 저자가 내게 전해준 말이었다.


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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