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을 읽고
십 대 소녀의 간지럽지만, 낭만적인 첫사랑 이야기가 빼곡히 가득 담겨 있을 것 같은 제목이다. 책장을 열어젖힌 후 닫을 때까지 목격한 것은 점차 생기를 잃어가는 십 대 소녀의 처절한 절규였다.
팡쓰치는 또래 남학생들이 흠모하는 명석한 문학소녀다. 팡쓰치의 이웃이자 인기 학원 강사인 리궈화는 동료 학원 강사들과 안줏거리 삼아 누가 더 어린 여학생과 ‘연애’하는지 경쟁적으로 자랑하는 50대 남성이다. 리궈화와 그의 동료 강사들에게 ‘연애’란 강간이다.
팡쓰치를 탐한 리궈화는 작문 수업을 핑계로 그녀를 강간한다. 더러운 환희에 차 평소보다 빨리 사정한 리궈화는 사랑의 개념조차 모르는 팡쓰치를 나무란다. 갑작스레 끔찍한 일을 당했음에도 리궈화의 꾸중에 팡쓰치가 희미하게 토해낸 첫마디는 “죄송해요”다.
또래보다 명석하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깨달은 팡쓰치는 누구보다 자존심이 높다. 그녀의 부모는 딸의 입시에만 관심 보일 뿐 아직 여물지 못한 그녀의 자아 형성엔 시큰둥하다. 리궈화는 이 점을 파고든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그녀를 마음껏 짓밟는다. 결국 팡쓰치는 스스로 최면을 건다. 이것은 ‘사랑’이라고.
“그녀의 흰 얼굴이 생기를 잃기 시작했다. 욕실 타월 같은 흰색에서 양초 같은 흰색으로 변했다. 주변에서는 그녀가 고3이라 힘든 거라고 여겼다.” – p.145
““내가 처음으로 죽음을 생각했을 때 사실 나는 이미 죽은 것이었다. 인생은 옷처럼 그렇게 쉽게 벗겨지는 것이다.”” – p.268
‘그루밍 성범죄’가 판을 치고 있다. 피해자에게 ‘왜 그동안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곤 한다. 이 책에 그 답이 있다.
19.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