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니콜라스 홀트 주연의 <호밀밭의 반항아>를 봤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봤기에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제목을 따 온 거라 생각했다. 내심 귀여웠다. 니콜라스 홀트의 극 중 이름은 J.D.샐린저였다. 외국 이름임에도 친숙했다. 알고 보니 <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였다. <호밀밭의 반항아>는 J.D.샐린저의 전기 영화였다. 제목만 보고 비웃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속죄하는 차원으로 하루빨리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책은 홀든 콜필드가 10대 시절 겪은 며칠 간의 행적을 담고 있다. 10대 시절 누구나 겪었을 법한 치기 어린 질투와 사랑 그리고 관계로 인한 콜필드의 혼란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다. 콜필드는 자기 비판적이다. 그렇다 보니 그의 목소리로 서술된 책 곳곳에 자기 자신에 대한 조소와 비아냥이 넘쳐난다. 아무도 자신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콜필드는 되뇐다. 의지할 대상마저 없는 그는 오죽하면 한밤중에 부른 매춘부에게 성관계 말고 자신의 얘기를 들어달라 간청한다.
“어떤 것들은 계속 그 자리에 두어야만 한다. 저렇게 유리 진열장 속에 가만히 넣어두어야만 한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는 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난 계속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었다.” – p.165
누구나 한 번쯤 어린 시절, 자신의 인생이 가장 처연하고 고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에 발맞춰 형성된 자조적이고 삐뚤어진 시선은 혼돈을 탐닉하게 한다. 이 지점을 샐린저가 파고든 것 같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젊은 세대들이 콜필드에 열광하는 이유인 듯싶다. 샐린저와 콜필드처럼 공공연하게 자기를 깎아내리는 사람은 사실 누구보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다. ‘너를 사랑하고 아끼는 누군가를 위해 우선 너 자신을 사랑해라’가 샐린저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아닐까.
19.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