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아들의 엄마 집에서 살아남기- 8화

'엄마' 집에서 살아남기를 위해서는 가족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by 롤로

어느 날 아침, 귀염둥이 막내아들이 30대 백수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a89b7389ee54c68151e206bfc639a265e35d3a9b 한동안 유행했던 엄마에게 내가 바퀴벌레가 되었을 때를 물어보던 챌린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한 어머님의 답변을 가져와봤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편치 않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거대한 갑충으로 변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소설 속 그레고르 잠자는 원래 집안을 먹여 살리는 역할을 하던 든든한 아들이었지만 어느 날 아침 갑작스럽게 갑충이 되어버렸고 결국 가족들에게 외면당하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인물로, 어떤 사람들은 이 소설을 부양력을 잃은 가장이 몰락하는 과정을 담았다고도 해석한다.


물론 요즘같이 얼어붙은 구직 시장에서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건 큰 재앙이 맞다. 하지만 사람이 거대한 갑충으로 변해버리는 것과 비교할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다. 또한 내 경우에는 가족들에게 외면당하는 일은 없이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나름 즐겁게 백수생활을 보내고 직장을 간 케이스라 카프카 씨의 대단한 작품과 비교할만한 일은 절대 아니다. 나는 집을 부양하는 가장도 아니었을뿐더러 끔찍한 갑충으로 변해버린 게 아니라 그냥 실업급여받는 백수가 되었던 것이니까.


그래도 어찌 되었든 나와 우리 가족은 어느 날 침대에 누워있던 막내아들이 백수가 되어버리고 조금 더 자세히 보니 녀석이 벌써 30대의 아저씨가 되어버린 차가운 현실을 겪었던 건 사실이다.


매일 아침 회사를 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던 아들이 집에 계속 있는다는 건 가족들에게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을 거고 특히 한평생 쉬지 않고 출근하며 가족을 부양한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와 함께 살아오던 어머니에게는 새로운 일이었다.


오늘은 백수 생활 중 가족과 불편하지 않게 지내기 위해 최소한 어떤 노력을 했는지와 가족들에게 고마웠던 내용을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당연하지만 가족에게 소홀했던 기본 지키기

1690202442890-oy6uf7hix4k.jpg 힙합의 기본은 라임이라고 한다. 운문에서 흐름을 만들기 위한 운율처럼 백수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기상부터 다시 잠에 드는 순간까지의 일상 속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돈을 버는 행위 외에도 쾌적한 삶을 살기 위해 집을 가꾸고 신변을 정리하는 일을 집안일이라 한다. 혼자 사는 1인가구라면 신발은 신발장에 벗어두고 (물론 어떤 나라에서는 당연한 일이 아니긴 하다) 집을 청소하고 입었던 옷을 세탁하는 등 기본적인 집안일을 해야 하고, 이것은 은근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집을 가꾸고 정리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드는데 더욱 사람이 많은 가정에서 이런 일을 하는 건 더욱 어려울 것이고, 다행히 내가 학교와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 집에서 어머니가 이런 일들을 해주신 덕분에 집안일을 당연히 여겼었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어머니는 이제 작은 일에도 지치는 나이가 되었고 집에서 삼시 세끼를 거의 다 해결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긴 만큼 집에서 할 일은 늘었다. 갑자기 집에서 노는 아들이 생긴 걸 당연히 가족들도 인식할 거고 이 변화를 긍정적인 상황으로 포장해야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아주 최소한으로 내가 가족에게 기본적인 부분이지만 소홀했던 점을 생각하고 조금씩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크게 신경 쓴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이전 장에서 언급한 적 있던 부분이지만, 나는 백수 생활 중에도 최대한 늦잠을 경계했다.

천성적으로 침대에 누워있거나 방에 있는 걸 정말 좋아하지만 가능하다면 일찍 일어나 아버지가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인사를 드리고 아침에 운동을 하고 점심 식사를 어떻게 해결할지 집에 함께 있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나름 구직활동이나 외주 등의 경제활동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저녁에는 산책을 하거나 백수와의 인간관계를 유지해 주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며 사회성을 유지하는 인간관계까지 백수가 과로사한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규칙적이고 부지런하게 지냈다.


조금만 경계심을 놓치면 나태하고 게으르게 보이기 쉬운 백수라는 상황 속에서 조금이라도 부지런하게 보이기 위해서 나름의 루틴을 만들고 규칙적으로 행동했던 것은 지금도 꽤 좋은 습관이 되었다. 덕분에 엄마 집에서 나와 혼자 살고 있는 지금도 제법 부지런하고 깔끔하게 지내고 있다. (내 기준에서는)



2. 집안일 돕기

2장에서 언급한 내용이지만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요리를 하는 경우는 대부분 나 혼자 집에 있을 때였다.

바깥 음식에 충분히 적응된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감당하기에 부모님은 나름의 스타일이 있으셨고 어머니와 함께 점심, 저녁을 준비할 때 언제나 나의 포지션은 재료 준비나 음식을 볶는 등 최대한 힘을 쓰는 보조의 역할이었다. 메뉴를 구상하고 지시하는 사람, 간을 보고 최종 컨펌을 내리는 헤드셰프는 늘 어머니였다.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요리만 하는 것은 나의 취미 생활이지 보조로서 어머니를 돕는 게 집안일이라고 생각해 집안일로서의 요리에도 충실하게 임했다.

물론 그런 집안일로서의 요리도 솔직히 나는 즐거운 일이었고, 식사 준비뿐만 아니라 별로 안 좋아했던 청소, 빨래, 세탁소 방문 등 다른 집안일도 하나씩 해나가면서 3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어머니의 노하우를 배우는 건 나름 재밌는 과정이긴 했다.


밖에 나와서 살면 알겠지만, 엄마 집의 인프라는 정말 좋다!

주말에 온 가족의 옷을 색별로 분류하고 건조기까지 돌리는 것은 조금 번거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건조기가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인프라가 좋아서 조금이나마 내가 하는 일이 편한 포인트를 찾아보는 것 또한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고, 미래의 나에게 필요한 가전까지 고민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일이다.



3. 조금 더 대화를 많이 나누기

늘 사회성이 많이 필요한 직무를 맡아왔던 나는, 먼저 다른 사람의 안부와 근황을 물어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안부와 근황을 물어보지 않았고 그저 가만히 일상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물론 귀염둥이 막내아들이라는 포지션도 담당했지만, '아들'이라는 단어만 놓고 본다면 여전히 나는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다'에 가까운 오글거리는 대화를 별로 안 좋아하고 가족여행은 자주 가지만 늘 여행지에서 가장 조용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밖에서 하는 사회생활의 반의 반이라도 집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아주 조금 더 노력을 했다. 늘 집에서 보는 어머니에게 근황을 물어보고 어떤 스케줄이 있는지 먼저 물어봤고, 주말에 일정이 없다면 아버지와도 먼저 점심이나 식사를 하자고 하며 조금 어색하더라도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늘 먼저 말을 걸어주고 집 나간 아들에게 무슨 일 있나 늘 전화를 걸어주는 정말 서윗한 분 들 이어서 가벼운 대화를 먼저 시도하자는 나의 노력이 크게 어려운 편은 아니었고 이전보다 더 다양한 대화를 나누면서 가족들의 생각을 알아가는 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굉장히 별거 아니지만 집에서 백수로 살아가기 위해 나만의 기본을 만들고 지켜왔던 과정은 조금이라도 편안한 백수생활을 하는데 도움을 줬을 뿐만 아니라 백수 생활이 종료된 이후에도 가족과 함께 지내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습관이 되었다.



번외, 백수에게 좋은 가족이 되어주기 위한 방법


7646461330_486616_ef7c8881585bffd34e522237e354b61b.jpg 최근에 필자의 친누나가 필자에게 보내준 짤이다. 동생으로써 정말 비탄에 젖는 내용이라 생각해 가져왔다.


내가 이 글을 연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의 백수 생활 인상 깊었던, 즐거웠던, 고마웠던 내용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가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혹시나 이 글을 읽을 이전의 나와 같은 처지에 빠진 백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어서이고 세 번째는 업무와 상관없이 나에게 재밌는 글을 쓰면서 조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내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위의 세 가지 이유에는 딱히 없는, 혹시나 이 글을 읽을 백수의 가족을 위한 내용을 써보려고 한다


나의 백수 생활이 가족들에게도 힘든 일이었을 거다. 하지만 이를 참고 응원하고 힘이 되어준 가족들 덕분에 어찌어찌 지금 나는 사회에 나가 돈을 벌면서 살고 있고 이런 가족을 만난 게 우선 나의 가장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느낀 고마운 점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를 통해 백수에게 좋은 가족이 되는 법을 알아보자.


1. 좋은 제안을 하자

어떤 제안도 상관없다.

인터넷을 보다가 보이는 좋은 채용 공고를 확인해 보라는 제안부터 가벼운 간식을 제안하거나 주말에 시간을 같이 보내자는 등 부담스럽지 않은 좋은 제안을 자주 해주면 큰 도움이 된다.


약간의 제안에도 큰 부담을 느끼는 게 대부분 백수의 현실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좋은 게 생기면 나에게 먼저 알려주고 함께 해보자고 한다는 상황은 나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2. 가끔은 믿어준다고 해주자

집에서 놀고 있는 가족이 솔직히 많이 믿음직스러운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같이 살아야 온 가족이라면, 특히 형제자매라면 인정하긴 싫지만 이 사람이 나름 잘하는 부분과 믿음직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고 잘하는 게 있다면 가끔은 그 부분을 믿고 잘한다 은근하게 응원해 주는 건 큰 힘이 된다. 물론 갑작스럽게 매우 감동적으로 '난 너를 믿어! 응원해!' 하는 행동을 하라는 건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다. 특히 아들에게는.


3. 인생의 선배라면, 먼저 경험한 내용을 나누자

당신의 가족이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둔 백수라면, 물론 그 가족이 나보다 나이 많은 형이나 누나 혹은 언니나 오빠일 수도 있겠지만 나이차이가 정말 크게 많이 나는 게 아니라면 어쨌든 모든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 같은 경험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회사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통해 먼저 경험해 본 게 분명히 있다. (부모님이라면 훨씬 더 많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가 먼저 경험한 내용이 있다면, 그리고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꼰대처럼 보일까 참고 있다면 아주 조금은 풀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백수인 가족도 어려운 말이더라도 받아들이는 연습이 당연히 필요할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특히 가족에게도 배울 점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편하게 말을 해주면 좋겠다. 물론 내가 해주는 조언과 충고 때문에 다툰 적이 많은 가족이라면 기존 화법에서 문제점을 고민하고 말하는 방식을 바꿔서 해야 도움이 될 것 같다.


혹여나 당신이 이 글을 읽는 백수이거나 백수의 가족이라면, 그리고 가족끼리 원수 사이(이런 가족이라면 유감스럽지만 당신의 삶을 응원하겠다. 충분히 더 좋은 인연이 있을 것이다)가 아닌 단톡방도 있고 평범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그런 가족의 구성원이라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꾸준히 글을 쓰면서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나는 가족과 인간관계에 대해 늘 감사하는 사람이다. 가족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을 통해 힘을 얻는 것은 꽤나 좋은 경험이었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따뜻한 말을 나누고 힘이 되어주는 관계가 많은 삶을 살기를 응원하겠다.


나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에게 얻은 힘을 바탕으로 백수를 탈출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다. 물론 백수생활이 그립기도 하다. (조금 말고 많이) 그래도 대체로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 편이다.

아무튼 백수는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이 상황을 탈출해야 한다고 절실하게 느낌과 동시에 구직활동 중 어떤 점에서 절망을 느끼는 걸까?


다음 시간에는 이 내용에 대해, 굉장히 주관적인 5년 차 미만의 스타트업 직장인 입장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바쁜 당신을 위해 전지전능한 ChatGPT 님이 해주는 요약

30대 백수가 된 저자가 가족과의 조화로운 백수 생활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 집안일 분담, 대화를 실천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가족의 배려와 따뜻한 지지가 큰 힘이 되었으며, 백수도 나름의 역할과 노력을 통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백수를 위한 가족의 역할과 응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모두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가족이 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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