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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순이 Jul 31. 2023

바보야 그러다 너 죽어!

- 이러다 죽으면 눈앞에 너도 있고 안 쓸쓸하고 좋네.

몇 차례 고비를 넘긴 친구가 그 고비들을 핑계 삼아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선명한 시야에서 홀로 겪는 고통보단 뿌연 연기 속 흐리멍텅하게 세상을 보는 게 편할 거 같단 생각을 하면서 이해도 가면서도, 몸도 성치 않은 애가 힘들게 끊은 담배를 다시 무는 게 영 신경 쓰였다. 그래도 나조차 줄 수 있는 위로가 없어 함께 앉아있던 카페에서 몇 차례 몸을 일으켜 담배를 피우러 가는 그 발걸음에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다 여섯 번째쯤인가 몸을 일으키는 친구에게 대뜸 큰 소릴 쳤다.


"바보야 그러다 너 죽어!"


그러자 대충 언제 네가 그 말을 할지 기다렸다는 듯이. 그는 내게 "이러다 죽음 눈앞에 너도 있고 안 쓸쓸하고 좋네." 하며 웃곤 "마지막이야 오늘 이 곽 다 피고 다신 담배 안 피울게. 네가 하지 말랬으니 안 할게. 4개 남았다. 갔다 올게." 했다.

아마 기다렸던 것 같다. 네 달 내내. 누구라도 본인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는 말을. 네가 이걸로 더 아프기까지 하면 어떡하냐는 그 걱정의 눈빛을, 그게 내가 아니어도. 본인을 향한 모든 다정한 말을 기다렸던 것 같다. 진심으로 묻는 안부를. 본인을 염려하는 마음을.


다정함의 힘을 안다. 나 역시 몇 차례 그 힘으로 버티고 살았고, 지금도 그 간의 다정으로 살고 있으니.

밥을 먹었냐는 물음보단 "같이 밥 먹을까?"가 좋고, 잘 지내냐는 물음보단 "보고 싶다"가 더 좋고, 뭐 하고 있어 보단 "요 근래 네 생각이 자주 나더라."가 좋고, 좋은 밤 보내 보단 "네가 잘 잤으면 좋겠어."가 좋고 또 보자보단 "언제든 연락 줘."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 숨은 의미를 다 펼쳐 놔 주는 말들이 좋다. 그게 어떤 비싸고 좋은 영양제보다 효과가 좋고 정해진 수명의 +30일쯤은 더 살게 해주는 것 같다. 다정한 말을 자주 듣기 위해선 나부터 다정해져야 함을 잘 안다. 누구보다 이기적이고 맘이 못돼 처먹은 나로선 너무나 어려운 일이지만, 달을 보며 비는 소원이 늘 같았는데 요즘 하나 더 늘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살게 하진 못하더라도 나 때문에 상처받진 않게 해주세요. 달님.’






- 요 근래 내가 들은 가장 다정한 말.


: 너의 서러움은 전부 나에게서 왔어

: 맞아. 근데 나의 다정함도, 사랑도 전부 새롬. 네게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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