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불꽃 우정, ‘스토커(Stoker)

베트남 호치민에서 만난 '미슐랭' 식당

by 아름하루

​호치민의 낮은 뜨겁지만, 그보다 더 뜨겁게 맛있는 공간이 있다. 1군에 위치한 우드 파이어 그릴 전문점 '스토커(Stoker)'.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이렇게 말했다.


​"스토커? 거기 정말 맛있는데 저녁엔 너무 비싸서 못 가. 대신 점심에 가면 가성비가 정말 굿이야!"


'맛에 집착하는 스토커라는 뜻인가?' 하지만 알고 보니 'Stoker'는 화로를 관리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었다. 참나무 장작의 향과 거친 불꽃을 담은 스테이크라니!



비즈니스와 생일 파티, 그 묘한 경계에서


​스토커 1군점의 점심 풍경은 흥미롭다. 한쪽에서는 수트를 차려입은 비즈니스맨들이 영어로 진중한 대화를 나누고, 다른 한쪽에서는 우리가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우리는 3만 동(약 1,500원)의 행복을 두고 잠시 고민했다. 스타터와 메인으로 구성된 1안(29만 동 / 16,000원)이냐, 여기에 달콤한 브라우니를 더한 2안(32만 동 / 18,000원)이냐. 결국 생일자의 권한으로 선택된 디저트 코스는 탁월했다. 돈은 생일자가 냈다. 호박 수프의 질감, 알맞게 구워진 부드러운 스테이크, 그리고 달디단 브라우니까지. 뭘 먹어도 다 맛있는 곳이다.


​우리는 그 세련된 분위기 속에서도 풍선을 불고, 작은 소리로 생일 노래를 부르며 이 순간을 기록했다. 비즈니스 미팅 사이에서 피어난 우리의 소박한 축제는 꽤나 부끄러웠지만 자랑스러웠다.





푸미흥에서 '마음 나눌 사람'을 찾는다는 것


​호치민의 한인 타운, 푸미흥(Phu My Hung)에 살다 보면 아는 사람은 넘쳐나지만 정작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을 찾기는 의외로 어렵다.

​주로 아이 친구 엄마들과 인연을 맺게 되지만, 그 관계는 때로 '사돈지간'처럼 조심스럽다. 아이라는 공통분모가 사라지면 금세 어색해지기도 하고, 좁은 교민 사회 특성상 나의 비밀이 어느새 동네의 뉴스레터가 되어 돌아오는 일도 허다하다.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연결되는 이곳에서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운 좋게 '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타국 생활에서 만난 인연은 때로 한국에 있는 형제자매보다 더 깊은 의지가 된다.



​시닉 밸리 놀이터가 맺어준 '삼총사'


​우리 세 사람의 인연은 거창한 모임이 아닌, '시닉 밸리(Scenic Valley)' 아파트 놀이터에서 시작되었다.


• ​둘째 아들의 유치원 선배 엄마.

• ​첫째 아들 학원 동기인 여자아이의 엄마.


​매일같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서 마주치던 시간이 쌓여 우리는 어느새 삼총사가 되었다. 서로의 말을 곡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안함, 한국에 다녀올 때면 작지만 마음이 담긴 선물을 챙기는 다정함.

​이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집이 가까워서만은 아니다. 제일 큰 공헌은 우연 또는 운명이 했다. 우리는 서로 코드가 맞다는 것을 알아봤지만 알아보게 해준건 운과 운명이 한 일이다. 또는 주님의 인도하심이라는 크리스찬 버젼도 있다.


물론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의 밸리씨스터즈의 경우 맏언니가 직접 지은 따뜻한 집밥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하나님께 기도도 했다.





​마무리에 대하여


​호치민에서의 6년. 이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그 음식을 앞에 두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느냐는 사실이다.


​참나무 장작 타는 냄새가 근사했던 스토커에서의 점심처럼, 우리의 우정도 적당한 온도로, 하지만 오랫동안 따뜻하게 타올랐으면 좋겠다. 좁은 교민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우리들. 오늘 우리가 나눈 브라우니의 단맛처럼, 호치민에서의 일상도 조금 더 달콤하게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