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베트남 호치민에 사는 이유 – 단점 1​편

"맹장입니다. 수술해야 하니 큰 병원으로 가세요."

by 아름하루

​​호치민에 산 지 어느덧 6년. 평안한 일상 속에서는 참 살 만한 나라이지만, 문득문득 이곳이 타국임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순간들이 있다.


​1. 병원 – 아픈 게 제일 큰 일


​의료보험은 역시 한국이 최고다. 이곳에도 이런저런 병원이 있긴 하지만 늘 실력이 문제다. 한국이었으면 간단히 해결될 일도 여기서는 큰 문제가 되곤 한다.


​지난 24년 겨울 방학, 한국에서 지내다 개학 직전 호치민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일요일 밤, 첫째 아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등교 전 들른 근처 병원 '참사랑'에서 의사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어머니, 70~80% 맹장입니다.
수술해야 하니 큰 병원으로 가세요."



비행기를 타다 터지면 큰일 난다는 말에 결국 이곳 FV 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했다.


​그때 진짜 진심으로 한국으로 귀임할까 생각했다. 수술! 수술??? 타국에서, 베트남에서 수술이라니. 수술방 앞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병원비는 1일 입원했는데 500만 원 가까이 나왔다.

가깝던 지인이 급성 백혈병으로 단 며칠 만에 하늘로 돌아갔을 때, 계속 머리를 맴돌던 원망 '한국이면 지금 살아있지 않을까? '


또 다른 지인 남편이 설거지하다 그릇을 놓쳐 잡으려다 깨지며 피가 안 멈춰 'FV 병원'에 갔는데 지혈이 안 돼 다음 날 다른 의학병원으로 갔다. 그 병원에서는 출혈 부위에 젤을 바르고 초음파를 보려고 했다.

'온유'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해주며 한국으로 가라고 했다. 상처는 비밀로 하고 비행기를 탔다. 결과는 신경에 동맥까지 파열됐다고, 한국 오길 정말 잘하셨다는 말을 들었다. 베트남에서는 자연 치유하라고 했었다.

평안한 일상에서는 살 만한 나라 베트남. 하지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이곳은 타국이고, 나는 자국민이 아니라 외국인이다.





​2. 바퀴 선생과 들쥐 – 사라진 걷는 즐거움


​호치민에서 잃은 것 중 하나는 '걷는 즐거움'이다. 더운 날씨와 열악한 대중교통도 문제지만, 길 위에서 마주치는 존재들이 더 큰 장벽이다.


​나는 길에 있는 바퀴벌레가 너무 싫다. 운동화라도 신으면 다행이지만, 조리를 신은 날은 무방비로 노출된 내 발이 불안하다. 음식점이 많은 동네는 더 심하다. 수풀 속 들쥐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길 위의 참새만 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물론 집안은 방역을 철저히 하기에 쾌적하다. 하지만 20층이 넘는 고층까지 날아 들어오는 '바선생'의 예의 없는 방문을 겪고 나면, 이곳에서 쾌적한 산책이란 참 어려운 일임을 깨닫는다.


새 동네일수록 좀 낫고, 미드타운이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생긴 순서
: 스카이 아파트 → 파노라마, 그랜드 뷰 → 시닉밸리 → 미드타운


미드타운 거리





​3. 본 가족 – 그리움



부모님 돌아가시기 전에 귀임할 수 있을까?



“근데 참 이상하다. 나는 분명 딸을 낳았거든 분명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졌다. 너는 네모 속(폰 속) 딸이다.”

​코로나 시절, 2년간 한국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엄마가 서운함을 담아 하신 말씀이다. 타국에 살며 부모님께 늘 미안하고 애틋하다. 특히 어른들이 큰 수술을 하실 때면 마음이 무겁다.


​한국에서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관계의 풍부함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백업 없는 홀로 인생'이다. 내가 갑자기 쓰러지면 누가 우리 아이들을 봐줄까 하는 불안감을 항상 안고 산다. "언제든 갈 수 있는데 안 가는 것과, 가고 싶어도 비행기를 타야 해서 못 가는 건 마음이 전혀 다르다"는 엄마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4. 관계 – 복잡하고도 고립된 인간관계


​호치민 한인 사회는 좁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안다. 아이 엄마로서 평판 관리는 숙명에 가깝다. 잘나 보이면 잘난 척한다고, 없어 보이면 거지라고, 활발하면 나댄다고 욕먹기 십상인 곳.


​재능 넘치는 이들이 좁은 울타리 안에서 서로만 바라보다 보니 생기는 부작용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한인타운을 벗어나기 힘든 인프라적 한계 속에 있다.


가십에 흔들리기보다 내가 원하는 삶의 중심을 잡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서로 위하며 사는 게 중요하다.



​5. 교육 – 결국 거기서 거기


​한국의 교육은 확실히 다양하다. 이번 방학만 해도 아이는 한국 공공 센터에서 코딩, 영어 뮤지컬, 스마트팜 수업을 무료로 누렸다. 작은 선택지들이 아이의 일상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을 보며 아이는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호치민 2군에도 S.T.E.M 수업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7군에서 가기에는 거리라는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컸다. 결국 폴리, 상어수학, 리딩스타 학원으로 모인다. 나쁘지는 않지만, 선택지가 적다는 사실은 늘 마음 한구석에 짐으로 남는다.





​교육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음 글에서는 조금 더 말랑한 주제인 '문화생활' 이야기부터 다시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