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관찰기
파드득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창밖을 봤다. 매미가 방충망에 붙었다. 곤충 치고 큰 크기의 매미는 어디서 여기까지 날아온 걸까. 방충망 아래 모서리에 붙어 있다가 조금씩 올라갔다. 슬금슬금 얇은 다리를 꿈찔거리며 기어 올라간다. 저게 다리인가. 저렇게 생긴 건 처음 본다. 기어 올라가는 모습도 처음 본다. 다리는 손으로 잡기만 해도 뚝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얇은 머리카락 같다. 슬금슬금, 천천히 규칙성 없이 다리를 움직인다. 젤 위에 쭉 뻗은 다리는 위로 뻗어내는데 그 아래 달린 다리들은 구부정하게 굽어있다. 밖으로 펼쳐진듯한 다리를 120도가량 벌려 조용히 올라간다. 조금 올라가다가 지쳤는지 멈춘다. 멈추어 가쁘게 숨을 들이쉰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매미의 엉덩이 부분이 위아래로 움직여서다. 사람이 달리기를 하고 나서 숨을 고를 때 가슴이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처럼 매미의 엉덩이도 꿈찔댄다. 저러다가 똥이 나올 것만 같다.
날개는 몸집의 2배 정도는 되어 보인다. 파리하게 얇은 날개가 빗금처럼 촘촘하게 짜져 있다. 날개도 손가락이 닿기만 해도 파사삭 부서질 것만 같다. 어떻게 저렇게 약한 날개로 11층까지 날아왔을까. 어딘가에서 떨어진 것 같이 착륙했는데 더 높은 층에 있다가 내려온 것인가. 방충망을 꾸물 꾸물 올라가다가 결국엔 저 날개를 펼쳐져 날아오를 것만 같다.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계속 응시하게 된다.
저 멀리 매미의 친구들은 열심히 울고 있다. 마지막 남은 여름을 붙잡는 듯이 열창을 이어간다. 방충망에 붙은 이 녀석은 저 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 않은가? 어서 합세해서 같이 울고 싶을 텐데 말이다. 아니면 지쳐서 휴식을 하러 온건가 싶기도 하다. 얼핏 알기로는 매미가 우는 건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던데 짝짓기를 위해서라던데 이 녀석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을 수도.
잘 올라가던 매미가 방충망에 끼는 건지 발을 헛디딘다. 힘내라 힘내.
중학생쯤이었던가, 그때도 우리 집 방충망에 매미가 붙었던 적이 있다. 그 매미는 울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무려 18층 높이의 집까지 올라와서 왕왕 울기 시작했다. 징그러웠다. 크기도 어마어마한 녀석이 위협적으로 울어대서. 멀리 있는 매미소리는 위협적이지 않은데 방충망에 딱 붙어 내는 울음소리는 대단했다. 확성기를 내 귀에 대고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였다.
소리를 멈추는 방법은 매미를 털어내는 거였다. 파리채를 가져와 매미와 멀리 떨어진 곳을 툭 쳤다. 혹여나 매미가 찔릴까 봐, 상처는 주기 싫었다. 진동에 놀라서 알아서 날아가길 바랬다. 그런데 웬걸, 더 우렁차게 울었다. 툭 치는 정도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파리채 머리를 매미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가져가 툭툭 쳤다. 끄떡없었다. 손바닥으로 방충망을 타다다닥 쳤다. 뭉툭한 소리가 나더니 매미가 아래로 떨어졌다.
창가에서 파르르 하는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방충망을 쳐다보니 매미가 철창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철봉들 사이를 탁탁 부딪히며 좌우로 휘청이다 급하게 중심을 잡더니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다른 집으로 가나 지켜봤는데 구름을 향해 올라갔다. 아, 매미가 저렇게 높이도 나는구나. 친구들에게 가지 않고 날아오른 매미는 또 어디 도착했을까. 이번 여름은 이렇게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