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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실궁리 Oct 23. 2020

사소한 것들로 채워지는 하루


 하루의 끝에 남은 허전함은 다른 일에 신경 쓰느라 눈길 한 번 받지 못했던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가 아닐까? 시간에 쫓겨 급하게 다른 구멍에 밀어 넣은 단추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해 비뚤어져 있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는지, 할 수만 있다면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어 질 때, 나를 의식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로 하루를 시작해본다.  



 가령 아침에 일어나 내 몸을 위한 5분 스트레칭을 한다거나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며 자신을 인식하는 거다. 한결 반가운 하루가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든든한 아침을 챙겨주고 따뜻한 포옹으로 온기를 전한다. 자주 사용하는 공간을 닦고 정리하는 행동들에 온전히 내가 깃든다.


 하루 10페이지 정도 가볍게 책을 읽는 것도 마음을 다독이기에 좋은 시간이다. '무조건 끝까지 읽어야지', '책 속에서 유익한 정보를 얻을 거야' 하는 목적성 있는 읽기를 할 때보다 훨씬 완독 하기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그 잠깐의 시간에서 어느 날은 위로를 받기도, 또 어느 날은 자극을 받기도 하면서 감정에 생기를 얻는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아줄까', '무엇이 아이에게 더 좋을까'를 생각하다가 욕심과 걱정을 키우기도 한다. 하지만 사소한 순간의 찰나는 들인 에너지의 양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행복감을 준다.


 뒤꿈치를 들고도 닿지 않던 선반이었는데 머리 하나가 넘을 만큼 훌쩍 커버린 아이의 키를 발견한 순간, 웃을 때는 반달눈이 되어 아기 같다가도 얄미운 표정으로 조리 있게 말대꾸를 하는 사소한 순간이 영원히 기억에 남을 테니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사소한 행동들이 쌓여서 내가 된다. 작은 일도 쉬이 지나치지 말고 마음을 써서 꽉 채워 나간다면, 하루의 끝에 허전함보다는 특별함이 깃드는 날의 연속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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