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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Mar 05. 2020

마음을 돌보는 습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자가격리가 된 당신에게

말 그대로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닌데 자가격리 대상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타의 반 자의 반 거의 열흘째 바깥세상과의 소통과 단절되었다. (물론 너무 답답할 때는 집 앞 공원을 산책하기도 하지만)


신학기가 시작하는 3월을 기다리는 학생처럼 나 역시 3월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1년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강의가 시작되는 시기가 3월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지원 역시 3월이나 4월부터 시작하기에 본격적으로 출발선에 서서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코로나 때문에 나의 모든 예상은 틀어져버렸다. 아마 나처럼 어쩔 수 없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된 사람들 특히 문화예술인이 참 많을 거다.


잠깐 우리 앞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마음을 돌봐야 해요


갑자기 빨간불이 켜졌다. 언제까지 신호대기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은 점점 커져간다. 마음이 혼란스럽다. 그럴 때일수록 몸의 움직임에 집중해본다. 요가매트를 깔고 목과 어깨를 찬찬히 풀어본다. 잡생각이 사라지고 내 몸의 소리 그리고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준비가 된다.


일단 요가 매트를 펴 보세요


요가할 줄 몰라도 집에 요가 매트 하나쯤 있는 걸 추천한다.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원국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의 말속에서도 힌트를 얻었다. 그는 '글을 쓴다고 해서 그냥 써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뇌를 훈련해서 글을 쓰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눈을 감고 상상하면 그곳이 어느새 해변가가 되어 있을 수도.


그의 조언에 힘입어 글 쓰는 환경 외에도 다른 것들도 작은 패턴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특히 운동을 시작할 때는 온 집안의 불을 끄고 요가 매트를 깐다. 그리고 노란 스탠드 등을 켜고 가습기를 켰다. 작은 향초를 켜 주는 것도 은은향 향을 통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데 특효약이다.


그리고 눈을 감고 내 호흡에 집중해본다. 코로 들어오는 호흡이 내 몸의 어느 길로 향하는지 바라본다. 손에서 발 끝 그리고 정수리까지. 이렇게 5분 정도만 내 몸을 흐르는 대로 놔 두기만 해도 신기하게 복잡했던 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걸 느끼게 된다.


당신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빨간불이 켜졌다. 언제까지 신호대기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의 불안은 점점 커져간다. 마음이 혼란스럽다. 그럴 때일수록 나에게 집중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제일 우리에게 좋은 건 '하루의 리듬을 내 마음 가는 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루의 리듬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느낌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 <휴식> 올리히 슈나벨 -


갑자기 일을 그만뒀을 때,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브런치를 시작했다. 미친 듯이 쓰고 다시 읽어보면서 '내가 지금 이렇게 불안하구나.' '이런 마음이구나'라고 나와 대화하는 방법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당신이 글을 썼으면 좋겠다.


한 인터뷰에서 김영하 작가는 '일단 첫 문장을 적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는 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렇게 자기 안에 내장되어 있는 내러티브가 있다고 말이다.


그의 말은 '글쓰기'도 똑같은 작용을 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합니다. @tvn 알쓸신잡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자신을 지키고 싶지 않아서 글을 안 쓸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지키고 투쟁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일단 그 과제를 제쳐놓고 세상이 자동적으로 자신에게 회의적이 되기를 기다리는 거죠. 그렇게 때문에 안 쓰는 건데 그건 다른 문제죠."


책을 읽어보세요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를 때,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책에는 나와는 다른 주인공들이 나오고 때로는 평상시에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이상한 사람들은 본인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데 선수들이다.

                                                             

10년 전부터 우리는 책을 읽자고, 책을 읽어보자고. 하지만 변한 건 그리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책 속의 인물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치던 모든 일을 잠깐 멈춰볼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나 역시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안에는 주인공의 시선이 되어 사람들을 바라볼 때가 있다. 그렇게 상상력이 풍부해지면 일상생활의 또 다른 즐거움을 찾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건 <글감>을 찾는다는 것. 글감은 꽁꽁 숨어 있어 촉수를 세우지 않는 이상 찾기 어렵다. 책을 썼더라도 원고가 잘 써지는 기간과 안 써지는 기간이 있다. 컨디션과 정서 여러 가지 조합이 맞아야겠지만, 더 중요한 건 글감이다.


난 한 권의 책을 읽기보다 여러 권의 책을 함께 읽는다. 상황에 따라 A권의 책의 주인공이었다면, B권의 책의 주인공이었다면 비교를 하다 보면 새록새록 글감이 떠오르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자가격리가 풀리기까지 적은 분들은 일주일에서 많으면 14일 정도 남았겠지. 지금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잘 먹고, 그리고 나를 잘 쉬게 해주자. 아직 2020년 시작 안 했다. 이번 3월. 마음을 돌보고 나서가 우리의 본격적인 시작임에 틀림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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