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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예지 Jun 04. 2020

흔들림 없이 일상 설계하기

잘 사는 삶을 탐색하는 과정에 대하여, 하나

밥 먹기 전 리모컨을 찾는다. 매일 아침 뉴스가 나의 식사 BGM이다. 자극적인 이야기 탓에 혀를 끌끌 차게 되고 뉴스의 내용 때문인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오늘도 게운치 않은 식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던 어느 하루, 뉴스를 끄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켰다. 그리고 재즈 음악을 틀어놓고 숟가락을 떴다. 다른 때와 특별하게 반찬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브런치를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먹은 음식들도 위에서 매끄럽게 내려가서 체하지도 않았다.


분명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기로 나 자신과 약속한 지 딱 한 달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요가 매트를 깔고 요가를 하고, 저녁에는 무조건 고구마를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기로 다짐했다. 이번 달부터 학생들에게 요가를 가르칠 준비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다이어트는 필수적이었기에 의지는 불타오르다 못해 강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하게 실패였다.


첫째 날에는 분명 약속을 지켰다. 그다음 날에는 울리는 알람을 듣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한 주, 알람을 끄고 다시 침대로 향한다. 몸은 똑같은 패턴으로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알람을 끄고 잠을 청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하는 일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첫 10분 간 나는 거의 똑같은 행동을 취한다. 불을 켜고 물을 한 잔 마시고 세수를 한다. 이건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일일까? <해빗>에서 작가는 광대하고 반쯤 숨겨진 '비 의식적 자아'가 작동한다고 말한다. 이는 바로 그 어마 무시한 습관이다. 습관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흘러가는 일이다. 그래서 일이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 '습관이다'라고 내 의식이 한 일이 아님을 명확히 한다. 습관과 나는 '다른 사람'인 것 마냥.


내가 좋아하는 한 선배님이 '이 책을 추천'해 주셨다.


만약 어쩔 수 없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일을 반복하고, 의식적으로 내가 계속 시도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일 역시 반복이 되면 결국 습관이 된다. 늘 똑같은 일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결국 나의 뇌 속에서는 새로운 신경 시스템이 계속해서 재구축되고 있다. 뇌의 연상 고리로 알려진 신경 시스템인 '미상핵'이 활발해지는 모습을 보이며 '감각운동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또다시 시작했다. 불을 켜고 물을 한 잔 마시고 세수를 하고, 요가 매트를 편다. 딱 3일이 됐다. 4일 차. 습관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알람을 끄고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아직까지도 나의 미상핵은 아침 수련이라는 감각운동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한 탓이었다.


한참을 좌절하고 나의 어쩔 수 없음에 한탄하고 있던 나를 작가가 발견한 걸까. 습관을 실패했을 때 이를 위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우리가 나약한 인간임을 인정하는 데부터 습관 형성이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그래. 인간의 의지력은 대단히 나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나를 용서해보자. 다른 활동을 시도해보는거야.


내 삶을 조금만 쉽게 생각해보자. 생각 속에서 나를 조금씩 다독여주는 연습을 시도해보자. 마음을 다 잡는데 실패했다면 다이어리를 펴보자. 그리고 그 안에 아무 말 대잔치라도 해보자. 또, 오늘 요가를 못했으면 스트레칭을 하면 되고, 스트레칭을 못했으면 그 자리에서 명상을 해보기라도 하자.



일상을 습관화시키면 '잘 사는 삶'을 기대할 수 있다


프리랜서인 나는 해야 하는 일이 참 많다. 매일 아홉 시부터 여섯 시까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시간표를 가지고 활동을 진행해야 한다. 똑같은 계획표를 짤 수 없기에 월간계획표를 치밀하게 짜는 편이다. 머릿속에 내가 해야 할 일을 두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플래너에 맡기는 편이다. 플래너가 없어진다면. 상상할 수 없다. 내 일에 모두 빨간불이 켜지게 되니까.


모든 일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나에게 루틴은 '잘 사는 삶'의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루틴이 없는 삶은 아주 쉽게 타인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로 설계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무엇일까?


일상을 노력이 필요 없는 정신의 자동 활동 영역에 더 많이 넘겨줄수록, 마음은 '본래 처리해야 할 일(Proper Work)'에 더 많은 힘을 쏟을 수 있다. - 윌리엄 제임스 <심리학의 원리>


반복은 폭발적인 성장의 유일한 지름길이라고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무엇이다. 따라서 탁월함이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사실 사람인지라 아주 쉽게 휘몰아치는 감정을 어찌할 줄 모를 때가 참 많다. 특히 결혼 이후에 남편과 하루 온종일 붙어 있는 나날들이 반복되면 항상성을 잃어버리기가 참 쉬웠다.


머릿속에서 길을 잃지 말고 본질을 자각하기.


습관적 마음은 철저하게 무심한 마음. 곧, 머릿속에서 길을 잃지 말고 본질을 자각하는 마인드풀니스를 강조한다.  내 마음을 시스템화 시키지 않는 이상, 매일 똑같이 계획한 내 일을 마무리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 내 일은 아주 나중으로 밀려버리게 된다. 무엇보다 내 감정을 순간 자각하고 그 감정을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는 연습이 선행되어야만 결국 본질을 자각하는 마인드풀니스가 가능하다.


흔들림 없는 일상 설계하기


변화하는 하루하루 속에서 매일 같은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의 리추얼이 필요했다. 리추얼(Ritual, 종교의식)은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보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추얼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믿음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플라시보 효과처럼 말이다.


매일 같이 우리는 '습관이 지배하는 삶' 혹은 '습관을 지배하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왔다. 결국 이건 틀렸다. 그냥 습관을 향해 애쓰는 삶이 아니라 그냥 묵묵히 나의 일상을 만들어 나가고 그 일상을 시스템화 시키는데 해답이 있었다. 오히려 가볍고 쉽게 나의 흔들림 없는 일상을 설계할 수 있었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 시도하는 과정에서 내가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 감정을 바로 보는 연습을 시도한다면, 그리고 완벽하지 않음을 이해한다면 그 과정에서 나의 습관은 서서히 내 몸 안에 스며들지 않을까. 흔들림 없는 일상을 설계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창업 도전기 1회 차.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창업을 도전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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