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연 May 28. 2020

누군가를 생각하는 밤

연남동에서 파나마로

채리에게


오늘은 어쩐지 너의 편지에 댓글 형식의 편지를 쓰고 싶어져. 왜냐하면 네 편지를 읽으면서 한줄 한줄에 댓글을 달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거든.



#흠뻑젖은 거리

며칠째 연남동에도 비가 많이 내렸어. 하루는 개고, 하루는 비가 오고 그런식이었는데 꽤나 좋았지. 너와 나는 비를 좋아하는 유형의 인간이니까 :)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흠뻑 젖은 거리를 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면 그것은 감히 추측해보건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혼자인 기분이 아니었을까. 혼자 있을 시간이 많이 없는 너에게, 시호를 품에 안고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오롯이 혼자인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을 테니까.



#당장 어디로든 여행을 떠난다면

너는 어쩜 여행에서마저 현실적인거니! 당장 부담없이 갈 수 있는 과테말라! 하지만 한국에 있는 나로선 과테말라나 파나마조차도 비현실 적인 여행인 것이 아이러니 하다. 게다가 너는 과테말라에서 먹을 수 있는 한식을 그리워하다니 말이야. 회나 족발 곱창이, 노량진이나 홍대 교수곱창 거리가 아니라는 게, 생각할 수록 신기하더라고.

나에게 당장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면 나는 두말없이 태국을 꼽을거야. (네가 나에게 준 태국 여행 가이드북을 기억하니? 내가 그 책을 드디어 탐닉할 시간이야!) 곁에 있는 사람과 코로나가 잠식되면 제일 먼저 갈 곳으로 태국을 점찍어두었거든. 항공권은 편도로 구매할 예정이야. 코사무이 섬에서 휴양을 하고, 방콕으로 다시 돌아와 치앙마이로 넘어가는거지, 치앙마이에서 일상을 즐긴 후엔 치앙라이, 치앙콩을 들러 여행을 하고, 기회가 된다면 라오스까지 가보기로 했어. 짧게는 한달, 길게는...음 기약없이 가보자.하는 얘길 하고 있어. 그 사람도 프리랜서라 나처럼 시간을 낼 수 있거든. 뭐 물론 다녀와서 짤릴 위험이 있긴 하지만,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꼭 여행자 경험을 함께 해보고 싶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과 삶의 의미 같은 것들에 대부분 동의하고 그것을 함께 하고 싶다는 게 참 감사한 것 같아. 알다시피 여행자, 방랑자로 사는 것을 꿈꾸는 나를 한심해 하는 남자들도 꽤나 많거든 :)



#고운 스카프와 육아용품

너를 보고 있으면 말이지, 채리 너는 참 냉정하고 차가운 듯 싶지만 너무나 따뜻한 사람인 게 확실해. 왜냐하면 나누는 걸 좋아하거든. 누군가를 생각하고 준비하고, 그리고 그것을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걸 행복해하는 사람 같아. 지난 편지엔 나를 위한 행위가 없다는 생각에 잠시 우울감에 젖기도 했다고 했지만 말이야. (알고 보니 다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는 ㅋ) 네가 파나마로 떠나면서 나에게 나누어준 커튼, 정리 바구니들, 책들까지... 다 버려도 그만인 것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또 그것이 잘 사용되어 기뻐하는 것이 또 너만의 작은 행복이 아닐까 싶어. 네가 준 것들은 이사한 집에서 1년째 요긴하게 잘 사용중이니 마음껏 뿌듯해하길.



요즘 나도 다이어트를 시작했어. 집에서 홈트 30분과 댄스(줌마)를 10분쯤 하는 루틴을 지키고 있어. 식단과 함께 하고 있어서 몸이 가볍고 몸에 독소가 많이 빠진 기분이야. 덕분에 예민함이 조금은 상승한 것 같지만 말야. 오늘은 홈트를 하고 한강에 나가서 한시간쯤 걷다가 왔어. 요즘 한국은 날씨가 참 좋다. 사랑하기 좋은 날씨야. 여행을 떠나긴 아까운 한국의 날씨라서 이번 주말은 남해 여행을 떠난다오, 다녀와서 사진 보여줄게 :)

오늘은 누군가를 떠올리며 타인을 위한 행위에도 행복한 날 되길.



ps. 안바쁠때 답장 좀.

연남동에서 도연이가.


매거진의 이전글 당장 내일 어디든 떠날 수 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