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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Jun 01. 2020

남해 찐 폭식여행

연남동에서 파나마로

채리에게


어제 늦은 저녁에 집에 도착해서 부족했던 잠을 몰아자고, 현실로 돌아와 답장을 쓴다. 국밥에 곁들이는 깍두기도 성공했고, 족발도 성공한 거 같더라? 미리 축하해줄게. 이제 당분간은 족발을 그리워하느라 여행이 고파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 :) 그리고, 축하해! 드디어 통행금지가 완화되었다니, 오늘 뉴스에서 태국도 외국인 입국이 제한적 허용되었다고 하던데, 점차적으로 세계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아 듣던 중 기쁜 소식이다. 얼른 짐을 꾸리는 날이 오길 바라며.


남해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왔는데, 오랜만에 들른 남해는 여전히 파랗고 소박하고 정취가 있더라. 동네마다 오래되고 낡은 간판들을 여전히 달고 있는 식당들을 찾아가는 것도 좋았고. 지난 2월에는 혼자 떠난 여행이라 옷가지 몇 개와 읽을 책들을 가볍게 배낭에 넣고, 계획 없이 조용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었어. 숙소에서 주는 조식을 챙겨 먹고 동네에 있는 식당에 나가서 점심을 한 끼 정도 사 먹곤 했어. 이번 친구들과의 여행은 최고급 럭셔리 리조트를 예약하고, 친구의 차(벤츠)를 타고 남해로 갔어. 유명하다는 맛집에 들러 하루에 3끼를 꼬박 챙겨 먹었어.(정말 나랑 안 어울리지?) 친구들은 나와 취향이 정반대라, 엄청 세속적이거든. 나는 그런 류의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절대로 이런 식으로 돈을 쓸 리가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즐겨보려고 노력해. 하지만 돌아오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돈이 아깝군' 같은 것들이지. 온통 불편한 것들 뿐이라 온몸에 기력이 빠져나가서 기운이 하나도 없어. 게다가 요즘은 식욕도 없었는데 너무 많은 음식을 몸에 넣었더니 불쾌감마저 들어서 오늘 하루는 위장을 싹 비우느라 한 끼도 먹질 못했어. 여행이 즐거웠다기보다는 친구들과의 시간이 즐거웠다고 표현할게(ㅋㅋ) 며칠간은 아무도 만나질 않고 침대에 누워서 책이나 읽어야지.


여행의 기억은 보통 누구와 함께해서, 그 여행의 기억이 좋았다거나, 혹은 경치가 좋았다거나.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잖아? 채리는 국내 여행지중 어디가 가장 좋았을까 문득 궁금하다. 나는 국내 여행지 중 베스트를 꼽으라면 광주여행을 꼽아. 학교를 다닐 때 더럽게 공부를 안(못 X)해서, 근현대사에 대해서 무지하거든. 5.18 민주화 운동의 흔적을 따라다니는 여행을 했었는데, 전라도 음식은 너무 맛있고, 사람들은 또 어찌나 친절한지... 그날 이후로 광주여행에 매료되어서 두어 번을 더 갔어. 많은 사람들이 광주를 찾고, 또 그날의 일을 잊지 않고 진실이 모두 밝혀지길 바래. ㅠㅠ 또 가고 싶다 광주.


벌써 우리의 펜팔이 왕복으로 30개의 글이 쌓였네. 주로 너는 먹는 것과 여행 얘기를, 나는 주로 여행과 혼자 있고 싶다는 투정을 부리는 것 같군. 다음 주부터는 학원 강의를 다시 나가게 되었어. 다음엔 좀 더 신선한 소재를 들고 답장을 해보도록 할게! 그럼 오늘도 충만한 하루 :)


ps. 먹는 사진을 찍느라 바다를 감상할 감성 따위 없었기에 음식 사진만 첨부한다. 시간 날 때 답장 좀.

연남동에서 도연이가.






위에 첨부한 1번 사진은 물회인데, 내 인생물회야 꾸덕꾸덕한 양념에 뜨끈한 밥을 말아서 갓김치를 올려먹으니 영혼이 남해 바다에 빠지는 것 같은 그런 맛이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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