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시작한 연애. 연애만 했다 하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아 피로해지는 이 성격을 좀 고쳐보고자 연애 에세이 연재를 시작했다. 혹시 여태 내가 연애를 잘 못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앞으로는 관계를 건강하게 맺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연애에 대한 고찰은 실제로 현재 연애에 정말 도움이 되었다. (내가 쓰고 내가 도움받기, 셀프 칭찬해!)
20대에는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힘든 연애를 했다. 수 년동안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를 깨닫고, 글을 쓰면서 내가 생각하는 연애와 결혼의 가치관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곤 건강한 연애를 8개월 정도 이어가다 결혼을 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혼인신고를 했고, 만난 지 1년이 되는 날 정식으로 살림을 합치기로 했다.) 연애를 하면서 늘 마음을 건강하게 가지려고 노력했고,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면 휘발되어버릴 감정 자체에 빠져있지 않으려고 했다. 사소한 서운함이 쌓여 원망이 되고, 원망이 쌓여 미움으로 번지지 않도록.
누군가는 결핍이 있는 사람과의 사랑은 더 애틋하다 말한다. 그들은 사랑에 치열하고 관계에 목을 매니까. 상대적으로 넉넉하고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을 만나면 감정에 이리도 치열한 나를 감싸줄 수 있을 거라나. 하지만 그 어떤 누구를 만나도 결론은 하나였다. 불안은 온전히 내 몫이라는 것. 고질병이었던 불안과 결핍은 앞으로도 온전히 내 몫일 테지만, 이 감정의 폭을 성숙하게 잘 다스리며 살아보기로 했다.
여전히 생각과 걱정, 서운함을 휘발시키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나는 아직도 매일 삐진다.(ㅋㅋㅋ) 다행스러운 건 내면 깊은 곳에서 서럽고 서운한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는 것. 불안함이나 서운함을 느끼지 않게 노력해주는 상대를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스로가 이젠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 터.
평생 결혼 따위 안 해도 그만이지! 생각하던 내가 서른여섯에 결혼을 했다.
결혼, 연애의 끝이 아니라 로맨스의 시작이기를, 앞으로 더는 아픈 이별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0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