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과 생존 사이
뭘 원하냐고 묻는 건 좋은 질문이
아니었다.
질문자는 답을 알거나,
정말 알고 싶지만 답을 들었음에도
듣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위해
질문을 하는 것만 같았다.
결국 질문을 하는 자도,
대답을 하는 자도,
각자 혼잣말을 하는 방식으로
실제로 자기의 세상의 영역을
표시하겠다는
일환으로 목소리를 내어 대화를
하지만, 아무리 열띤 대화를
나눴어도 그 프레임을 벗어나면
사람들은 너무 쉽게
자기 생각에 빠지고는 한다.
너무 외롭다.
깨어 있을수록 외롭다.
그러나 외로움은 너무 일반적으로
편협한 해석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타인의 의도를 잴 수 없다,
다만 연락이 닿아서
눈 앞에 보이면 단지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게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기보다 더 좋게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상황을 늘
타인의 존재 유무를 기준으로
타인의 특성을 기준으로
정립하기에는
특정 타인에게 너무
의지해야 하는 점에서
애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는 내가 행복해야
하는 것인가.
혼자 스스로
즐거울 수 있어야 하는
것인가.
지친다.
한 사람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다니는 게
너무 지친다.
그 와중에 내가 제일
먼저 사라지고 있다.
내가 제일 무너뜨리기 쉽다.
내 감정, 내 의식이
제일 만만하다.
막, 핀잔을 주고,
막, 하나부터 열까지
네가 왜 이러고 있는지
나열하면 아주 쉽게
좌절해서는
방 안에 틀어박혀 누워 있거나
하루 종일 티브이를 보면서
그렇게 내가 제일 한심함을
증명하는 대로,
체념하고
내가 누구의 사랑을
받을 자격까지 운운하며
그러다 보면 적당히 저녁이 되고,
그 날 캔 맥을 따지 않으면
양반인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의식은 산발적으로 존재하기에
내가 선택하는 대로
그리고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로
에서 늘 시작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좋은 의식을 선택하는 게
가장 버거운 일이다.
유지 보수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마음은 늘
그 마음을 위로해 줄 사람이
많기에 나름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것을
나누기 쉬운 사람이 쉽게
주변에 있지 않았기에
스스로 막 긍정적이려고 하면
너무 피곤하고 외롭기만 하다.
아니 긍정적인 성질 자체보다는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바이탈을 유지하는 게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무 고요함은 약간의
시끄러움을 원하고,
적당히 시끄러움은
완전한 고독을 갈증 하게 하는 방식으로
모든 균형을 요구하는
의식의 세상에 존재하면서
잊고 싶어서 눈을 감아
잠들지 않아도 되던 때가
그리울 때면,
억지로 집 가까운 공원으로
지친 몸을 끌고 와서는
산책을 시킨다.
약간의 움직임으로
오늘 30 분 더 잠들 수
있음에 기적적으로 좋아하며
눈을 뜬 내일이
벌써 버겁다.
사실, 아주 기쁠 때도
울고
아주 슬플 때도
나는 울고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
가장 슬픈 이별이 되면
일반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로서
그 상실을 사라지는 기억만으로
메우기에는
매우
힘들다는 것만 알 것 같은
.
글이 실제로 지탱할 수 있는
현실은 실제의 현실보다
더 힘이 없다는 것을
알 것 같은 방식으로
이 것은 내 의견일 뿐이다.
모든 현실은 인지자의
모드에 의해 왜곡되는 방식으로
어느 누구의 현실도 실제로
완벽한 실재를 다루지 못한다.
그 왜곡된 자기장에서
현실일 수 있었던 어떤 사람을
왜 이토록 그리워해야 할까.
누군가를 만날 운명과
그리워할 운명의 값은 같은 방식으로
그리움은 내 시선의 초첨만
사라지게 하는 비 왔던 저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