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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Dec 25. 2020

메리 니네 크리스마스


오랜만에 쉬는 날이라서

병원에 전화를 해서 내일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적잖이 당황했다:



그냥 햇살 좋은 날

바깥에서 커피 한 잔 있으면

평생 괜찮을 것 같다지만

비구름 낀 날이나

커피숍이 문을 닫거나

너무 춥거나

뭐 그런 변수가 생기면

어쩔 줄을 모르는 것도

존재의 역설 중 하나인 것만 같은

방식으로

어디서부터 외로워야 하는지

감당이 되지 않을 때 만큼

두 번 째 커피에 집착할 때는 없는 방식으로

나 진짜 혼자라는 생각에

흉골 아래부터의 육체가 존재하지 않은 것 같이

서늘하다.



세상을 내가 납득할 수 있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의 개수와 반비례해서

나의 세상에 대한 통제는

쉬워지는 방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달은 어느 날부터 

글을 쓸 수가 없는 방식으로

내가 써내려가는 글은

일종의 결코 멈추지 않을

관성의 일종일 것이다.



나쁜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아닌 것만큼

좋은 기분에 있다고 해서 좋은 사람인 것도

굳이 아니었다.



모든 보고 듣고 말하고 만지고 맛 본 기억들이

이 개체의 의식의 기분에 따라

선택적으로 표현되고 기억되는 방식으로

한 번에 기억해낼 수 있는 단층은

그리 많지 않기에 “너”로 정해서

꾸준히 그리워하는 만큼

멀어지는 ,

그 잔인한 사실이



애석하면 어쩔 건데.



삶은 아메리카노를 마시려면 2000원을

내야 하는 것보다 더 많고 복잡한 사실을

감당할 수 있는 것만큼 1920 원으로는

눈 앞의 아메리카노를 살 수 없는 것과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때로는 80원을 눈 감아 줄 의향이 있는

사장님들을 만나는 예외적 상황이

포함된 패키지 이기에

그래도 덜 추울 수 있는

아주 추운

크리스마스이다.




어김없이 찾아온


메리.

니네.

크리스

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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