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미안한데,
사랑의 증거가 널 떠나는 것이거나
미안한 증거가 너 없이도 잘 사는 것이라면
사랑하다는 말도
미안
하다는 말도
유효하지 않겠다는 데서
한 개인의 끝없는 레퍼토리는
그 역사를 이어간다.
이어가는 것 같다
라는 표현을 쓰나
이어간다
라는 표현을 쓰나
그 안의 저의가 나에게나
그 맥락이 통하는 방식으로
타인의 위한 글이 아님에도
문법을 지키겠다는 의지는
내 안에 또 다른 나에게
문법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당하기는
싫은 감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비가 오는데
해가 떠 있는 것과
다른 건 없었다.
다만 샷을 추가한 커피가
샷 추가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살짝 성가실 뿐이다.
상대의 문자에는 마음이 없지만
문자가 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는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물리적 거리가 마음이 멀어지는 데
정당한 근거인 줄 알았고
나름 납득당하고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직접 뭔가를 해줄 수 있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싶다.
뭔가를 해주는 걸 받을 수 없기에
사랑이 식은 것처럼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그냥 없어도 된다.
가 더 맞는 말이지.
그러나 원래 타인의 존재는 부수적 사태이기에
어떤 시점을 택해도
내가 단지 멀다는 이유로 널 그만 좋아할
이유도 연락을 끊을 이유도 없지만
다만 “서로”를 미래하는 입장에서
미래의 닻이 없는 한 보존될 수 없는
그 에너지가 서로에게 자꾸 신호를 준다.
너넨 아무것도 아니라고.
어떤 것도 굳이 사실이지 않은 방식으로
거짓말도 아닌 채
그냥 오늘을 빨리 보내기 바쁘고
그렇게 매일을 유지보수하기도
어쩌면 꽤 버거운 세상에
있는 방식으로
내 사고방식만이
타인이 건드릴 맘도 없는
내 세상을 지배한다.
내가 위치한 이 곳도
아주 독립적이자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모든 곳이 똑같이
소중한 존재들과의
관계와 관계들 속에 엮이고 섥킨 방식으로
당신 말대로 내가 그리운 건
당신인지 그 곳인지 이제는 내가 헷갈리는 방식으로
당신의 주위를
끌 수 없는
문자의 한계를 깨닫는 중이었다.
당신이 조금만 더 날 좋아하면
내 사랑이 덜 무거울텐데,
혹은 맘대로 좋아하겠다는
마음의 정체야말로
의심스러운
일요일
날씨 흐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