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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Dec 27. 2020

보고싶은 건 자유인데, 만날 수는 없었더라

사랑해서 미안한데,

사랑의 증거가 널 떠나는 것이거나

미안한 증거가 너 없이도 잘 사는 것이라면

사랑하다는 말도

미안

하다는 말도

유효하지 않겠다는 데서

한 개인의 끝없는 레퍼토리는

그 역사를 이어간다.


이어가는 것 같다

라는 표현을 쓰나

이어간다

라는 표현을 쓰나

그 안의 저의가 나에게나

그 맥락이 통하는 방식으로

타인의 위한 글이 아님에도

문법을 지키겠다는 의지는

내 안에 또 다른 나에게

문법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당하기는

싫은 감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비가 오는데

해가 떠 있는 것과

다른 건 없었다.

다만 샷을 추가한 커피가

샷 추가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살짝 성가실 뿐이다.


상대의 문자에는 마음이 없지만

문자가 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는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물리적 거리가 마음이 멀어지는 데

정당한 근거인 줄 알았고

나름 납득당하고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직접 뭔가를 해줄 수 있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싶다.


뭔가를 해주는 걸 받을 수 없기에

사랑이 식은 것처럼 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그냥 없어도 된다.

가 더 맞는 말이지.


그러나 원래 타인의 존재는 부수적 사태이기에

어떤 시점을 택해도

내가 단지 멀다는 이유로 널 그만 좋아할

이유도 연락을 끊을 이유도 없지만

다만 “서로”를 미래하는 입장에서

미래의 닻이 없는 한 보존될 수 없는

그 에너지가 서로에게 자꾸 신호를 준다.


너넨 아무것도 아니라고.



어떤 것도 굳이 사실이지 않은 방식으로

거짓말도 아닌 채

그냥 오늘을 빨리 보내기 바쁘고

그렇게 매일을 유지보수하기도

어쩌면 꽤 버거운 세상에

있는 방식으로


내 사고방식만이

타인이 건드릴 맘도 없는

내 세상을 지배한다.


내가 위치한 이 곳도

아주 독립적이자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모든 곳이 똑같이

소중한 존재들과의

관계와 관계들 속에 엮이고 섥킨 방식으로

당신 말대로 내가 그리운 건

당신인지 그 곳인지 이제는 내가 헷갈리는 방식으로



당신의 주위를

끌 수 없는

문자의 한계를 깨닫는 중이었다.


당신이 조금만 더 날 좋아하면

내 사랑이 덜 무거울텐데,


혹은 맘대로 좋아하겠다는

마음의 정체야말로

의심스러운


일요일

날씨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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