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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tic Eagle Apr 14. 2024

이름에 목소리와 의도가 덧칠되며 내 이름은 완성된다

'선영아 사랑해' ;)


아이들은 

시간이 즐거웠으면

쉬는 시간에

교실 밖을 나가지 않았다. 



어쩌면 

어른들도 마찬가지인지도 

모른다. 



그 시공간이 즐거웠고

존재감을 느꼈다면

어떤 특정 시공간을 

떠날 생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떠날 생각을 

한다는 것이

긴 여정의 시작을 알리고

어쩌면

결국 돌아와야 하는 

고향 



공원 벤치에 앉아

약해지는 심장과 

무관하게 

땡기는 

그 날의 믹스 커피 한잔

종이컵에 딱 들고 앉아




가장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기억하면서

혼자 웃어보고

울어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이라 불리는 곳으로 

귀가해서



그날의 술과 

그날의 기억이 정한 안주를 벗삼아

세상과 짧은 인사를 

하는 것이




인생의 단면이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 






만남의 시작은 

어떤 방식으로든 

시작이 되고



아시다시피



관계나 만남에도 

패턴이 고착된다



만나는 요일들, 

순간들, 



기대, 



어느 정도 패턴이 고착되면

'부담'이라는 개념이

마음에 들어오고



피할 궁리를 하게 되고, 



성공적으로 

피한 인생을 살다보면



그립기도 하고, 



자존심과 무관하게 

찾게되는 '장소' 와 '사람'이

있다. 




내가 원해서든, 

네가 원해서든, 


특별히 다른 관계를 원해서도 

아니지만, 





그날의 그리움이

데려가는 공간이 있다. 




편해진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편해지기까지의 

시행착오의 계절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불편한 대면, 

피함, 그리움, 

돌아감, 

대상의 부재, 

생활의 관성, 

기억의 잊혀짐,

선택적 긍정적 힘이 

결국 데려가는 

서로의 편한 시간대와 공간, 




그러나 결국 

홀로 귀가하는 

거리에는 



성시경의 

거리에서와

개인의 휴대폰과 

한 손에 들린 

소주 한 병에 새우깡 

하나가 100원짜리 

봉지 안에 들어있는

장면이 연출된다. 





서로 기억이 다르고

서로 그리움의 장소가 

다르기에 




마주하고 앉아도

많은 대화를 하지 않을 

무수한

아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 








그 틈에서 

내가 적적할 때, 

내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아니라

내가 지은 닉네임이

내가 정체성을 담은 

내 이름이 타인에 의해

불려지고, 

하나의 단어에 

목소리와 의도가 덧칠되면서

내 개인의 

정체성이 짙어지는 순간에도 









버려지지 않는 

내 첫 이름이 있다. 





내 인생 초반, 

모든 나와 연관된 사람들의 

기억에는 아직도 존재하는 

그 이름을 불러보며 





주말의 

청소를 시작하려 한다. 








'선영아 사랑해' ;)







그리움의 포화 상태 속에서 

어떤 기억을 더 

내 기억으로 삼아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늘 그런 궁금증을 

뒤로한 채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는 

집에 원두가 잔뜩

향기를 내기 기다리지만

밖에서 

아메리카노를 아이스로 한잔

키오스크를 통해 시켜서 

먹는 것이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이다. 




때로는 

집에 가만히 있는 금보다




누군가가 

물론 돈을 지불했지만

정성스럽게 타주는 커피가

더 소용이 있었다. 





그러나 

밖에서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보다 빨리

나오는 커피에게 

정성을 기대할 수 없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 중에 누군가는 

정말 정성스럽게 

커피를 타준다. 




가끔 만나는 그런 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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