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tic Eagle May 25. 2024

답장이 없으면 섭섭했기에
사랑이었다

그래서, 사람이었다.




눈에 안 보이면

없는 줄 알고 살아졌다.




그러나 보인다고

꼭 있는 존재도 아닌 듯 하다.









선물을 준다는 것으로 

어쩌면 나는 그 대상을 향한

내 존재를 상대에게 각인시키려

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것이 아니라면



내가 선물도 주고 

마음도 주는 중인데

같은 온도와 정도로 

같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생각이 없는

대상에게 

'화'가 날 여유는 없었다. 




무언가를 준다는 것의

무의식적인 의미를 알면




어떤 것도 

주지 않고

어떤 것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깔끔한 것인지도 몰랐다. 





입으로는

바라는 것이 없다고 

말은 하지만서도 





무의식적으로 

그 행동을 하게 하는 

동기는 

사실상 어떤 것을 

바라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선물 하나 준 것으로 

유세를 떨고 싶지 않지만

내가 준 선물의 가치에 대한

기억과 생각은 

섭섭한 구석을 창조한다. 




그렇게 

물건이 개입하면서

타인의 나에 대한 무관심의 

가치를 목격한다. 




관심의 가치를 목격하듯이. 







어떤 것도 주지 않는다고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무언가를 준다고 해서

마음이 더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떤 순간에는 

뭐라도 해주고 싶고, 

뭐라도 주고 싶은, 




그리하여 내가 뭔가를 했음이

내가 원하는 대상의 웃음에 

일조했다는 기분을 

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결국 준다는 것도

개인의 이득, 

개인의 무의식적 만족과 

충족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10원짜리 마이쮸 하나가

100만원 이상의 가치를 할 때가 있고, 

고맙다는 문자 하나가 

그날의 전부가 되는 것이었다. 






돈을 준 것도 기억하고

어떤 선물을 준 것도 기억하고 

무슨 메세지를 남겼는지도 기억하고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한다. 




돈도 가치가 있지만

시선과 말 한마디의 가치도 

어쩌면 같기에 



가치를 차마 매길 수 없는 것들이



가격에 적힌 숫자의 조합을 

때로는 거의 의미 없이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돈이 거의 없기에 

합리화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선물이 씹히는 것, 

말이 씹히고

문자가 씹히는 것. 




일차적으로 곱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한 평생을. 




문자가 처음으로 

씹혔을 때의 그 감정이란 

말로 형언할 수가 없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한다. 





지금은 씹힐 수 있음을 너무 잘 알지만



어떤 정보 없이

감정이 연결한 대상이

답장을 하지 않는 그 

상실의 순간은

그 어린 아이에게는 

충격이었음을 기억한다. 




밤새 

폰을 잡고

분노하고 울고 

화내고 

문자를 몇 개나 더 보내면서

왜 무시하냐는, 

혼잣말을 하던. 시절. 





어쩌면 익숙해져서 지금은 

이해되는 것들이

사실상 아직도 인내하기 힘든

감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문자를 하지도 

전화를 하지도 않고


그리하여 기대할 문자도

받을 전화도 없이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머릿 속의 장소가 있기 때문에 




다시는 사람을 미워하고 싶지도 않기에

사랑을 미뤄야 하는 

시공간을 사는 중이다. 






그럴수도 있지 

,


하고 넘기는 순간은

어쩌면 가장 외로운 순간이었다. 





그 숱한 시간을 상쇄할

어떤 실물이 없지만, 




이럴 때 눈물 몇 방울이면

괜찮아진다는 것을 알아가는 

나이가 되어간다. 







섭섭하지.




그래도 섭섭하니까

당신을 사랑했었다는 것을 

알고, 






섭섭할 수 있어서

사람이었다. 





추억이었고, 





그리하여 지금이고, 







내 진실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기억 식단 중입니다..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