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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민 Nov 01. 2020

그럴 땐 춘천에 갔다.

#57. 문득 두려움이 찾아올 때마다.

문득 두려움이 찾아올 때가 있다.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속으론 나를 아주 별나다고 여기진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두려움은 시작된다.⠀


그럴 때면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도 애매하다. 의심이 드는 이의 진짜 마음과는 상관없이, 두려움(어느 부분에선 서운함이라 할 수 있겠다)은 나만의 문제기 때문. 표면적으론 그와 나 사이엔 아무 문제도 없으니까. 
다른 누군가에게 내 두려움의 원인을 고백하기엔, 되려 나를 쪼잔하고 좁은 사람처럼 보일까 싫고, 또 이 말들에 살이 붙어 소문을 만들어 낼까 두려워, 그냥 속으로 꾹 삼키곤 했다.⠀


그럴 땐 춘천에 갔다. 
관계에 대한 두려움은 나를 자연스럽게 춘천으로 데리고 갔다. 열여덟의 나는 여길 그렇게 싫어했는데, 서른의 나는 마음이 어려울 때마다 춘천에 간다. 춘천은 내 삶에서 가장 아픈 부분이 묻어 있는 도시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사랑하는 도시이기에.

춘천 여행은 늘 루트가 같다. 한림대와 강대 근처, 지난날 다녔던 교회, 공지천, 소양강 둘레길, 카페 포지티브즈.. 아이러니하게도 삶에서 가장 두려웠던 순간에 걸었던 길을 다시 걷는다. 걸으며 추억을 곱씹는다. 그리곤 그 시절 나와 함께 걸어줬던 사람들, 기다려주고 진심으로 웃어 주었던 얼굴들을 떠올린다. 삶에서 가장 어려웠을 적, 내게 손 내밀어준 사람들의 얼굴을.


오랜만에 필름을 인화했다. 늦겨울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여전히 이곳은 아름답다. 때로는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큰 희망을 찾아내기도 하나 보다. 사진 속 춘천의 풍경, 아름답고 그립구나. 자전거를 빌려 공지천을 힘껏 돌고 싶은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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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민│淸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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