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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민 May 20. 2022

크게 좋지도, 크게 나쁘지도 않은 날들

퇴근 후 자전거│ written by 셀린

낯선 오늘


일상이 낯설어지는 순간을 사랑한다.

공기의 냄새가 변하는, 삶의 속도가 달라지는, 노을의 색 온도가 바뀌는.

두 발로 내 발 크기 만큼의 보폭으로 걷던 길을.


자전거를 타고 동그란 바퀴가 한 번 돌아갈 만큼의 속도로 달리면

내가 알던 길과는 다른 길이 되고 이전과는 다른 풍경이 된다.





익숙한 오늘


어제와 같은 내일이 올 것임을 아는 나날들의 편안함을 사랑한다.

계절의 한 가운데서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하고 다가올 계절을 기다리는,

예상 가능한 범주 내에서 반복되는 하루를,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어제 자전거로 갈 수 있었던 길을

오늘은 아주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게 되었다.






가만히 앉아


좋은 날도 있고 좋지 못한 날도 있다.

그리고 대개는 크게 좋지도, 크게 나쁘지도 않은 날들의 연속이다.


퇴근길, 해야 했던 일들, 해야 할 일들을 내려놓고 가볍게 길을 나선다.

그리고 가만히 앉아 해의 궤적을 바라본다.

오늘의 해가 완전히 제 자취를 감출 때까지.

그 시간 동안 나는 오늘에 두고 가야 할 것들을 같이 떨쳐내 본다.





계절의 길목에서


입추가 지나고, 말복도 지나고,

여름이 지나가는 계절에 서서 이 여름을, 지난 겨울을 떠올려본다.

익숙하고도 낯선 것들을,

덥고도 추운 날들을,


그럼 모든 게 그리워진다.

그럼 오늘도 그럭저럭 괜찮아진다.







크게 좋지도, 크게 나쁘지도 않은 여름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다음 계절엔 익숙한 길을 지나 좀 더 낯선 곳까지

낯선 길이 익숙해질 때까지

자전거로 좀 더 멀리, 오래 갈 수 있을 테다.





* 해당 글은 셀린이 작성했습니다. 브런치북으로 묶기 위하여 청민의 계정으로 업로드합니다.




퇴근 후 자전거

직장인 셀린과 루비의 사이드 프로젝트. 두 직장인이 퇴근 후 자전거를 타며 발견한 장면을 번갈아 가며 기록합니다. 늦봄부터 한여름까지 이메일로 총 12회 연재합니다.(6.10 - 8.26)


퇴근 후 자전거 발행인

따릉이로 한강을 달리는 셀린 @bluebyj

브롬톤 라이더 루비(청민 부캐) @w.chung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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