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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트러플은 이탈리아에서도 비싸더라

화이트트러플 리조또

by 로마언니



아침에 집을 나설 때부터 남편은 점심 뭐 먹을지 생각해보라고했다.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언젠가 봐두었던 로마에서 피렌체식 스테이크를 잘한다.더라 - 하는 집을 이야기했고 점심 때 들러보았다.

로마 곳곳에 보석같이 숨겨진 맛집들이 얼마나 많을까? 숨겨진 그 곳들을 내가 다 찾아낼 수는 있을까?



분위기는 한편으론 올드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오랜 역사의 로마와 잘어울렸다.
오픈과 동시에 착석하여 “여기 진짜 맛집 맞아?” 의구심 가득한 남편의 말에 이내 반박이라도 하듯 런치임에도 불구하고 한껏 뽐낸 멋쟁이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피렌체식 스테이크를 잘한다고하니 고민할 여지없이 피오렌티나 스테이크 1킬로그램 남짓과 아이와 함께 먹기 좋은 리조또도 주문했다.


Risotto al Tartufo (리조또 알 타르투포)
트러플 리조또, 송로버섯 리조또

그 귀하다는 트러플을 이탈리아에 살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에 쉽게 접할 수있는 건 참 행운이다.

마침 트러플이 제철이기도 하고,
보통 트러플 파스타나 리조또를 주문하면 대부분 블랙트러플이 나오기 마련인데 특이하게 이 곳은 블랙과 화이트 중 선택지가 있었다. 어줍잖게 어디서 주워들은바로 화이트 트러플이 풍미가 조금 더 부드럽고 향이 짙으며 무엇보다 값이 조금 더 비싸다고 했던 것 같아 그래! 이왕이면 비싼거 먹지 뭐,
인생 14개월생의 입 맛에도 맛이있는지 참새마냥 입을 쩍쩍, 어찌나 잘 받아먹던지 아이가 잘 먹는 것 만큼 기쁘지않을 부모가 어디있을쏘냐


곧이어 나온 두번 째 접시,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도 곁들인 사이드메뉴 감자까지도 만족스러웠다.

남편도 아이도 잘먹는 모습을 보니 소소하게나마 이런 맛집을 찾아낸 내 자신이 내심 뿌듯하리만큼 기분이 좋았던 찰라,

영수증을 받아들고서
‘그럼 그렇지...’

이탈리아에서 흔히 먹던 보통의 트러플 리조또 혹은 파스타는 20€내외, 즉 2-3만원이면 즐길 수가 있었다. 화이트 트러플이라서 그랬을까?
배 이상? 아니 배 가 뭔가 3배는 족히 비싼 가격의 리조또였다.
흔히 미슐랭이라고 칭하는 레스토랑에서 만나던 가격대의 화이트 트러플 리조또

분명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했다.
이 가격이었다면 주문하기 전 충분히 고민을 했었을거다. 메뉴의 가격과 틀려도 너무 틀리니 헛웃음이 나고 이의를 제기했더니 이건 메뉴에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1차는 아 - 당했구나
베네치아 여행에서 해산물 스파게티 주문했더니 200€ 웃도는 가격이 나왔더라, 하는 여행객들의 후기를 수도없이 들었다. 알고보면 메뉴판에 깨알글씨로 100g당 가격이라고 한다고

근데 이건 메뉴에도 없다고하니 더 헛웃음이 난다. 나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피렌체 공인 가이드며 바티칸 공인 가이드며 로마 NCC기사인 남편도 같이 있었는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더니 우리가 당한건가? 정말 그런건가?

2차로 진정되고나니 화이트 트러플 하나의 가격만 놓고보면 그렇게 비싼 가격은 또 아니다
보통 주문시에 블랙 트러플이 나온다는 것도 알면서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았어야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추가요금에 대해 일절 이야기 하지 않는다. 가령 스테이크 주문시에 같이 곁들일 샐러드나 감자튀김 필요해? 하면 그래 하나 줘봐, 하는 순간 사이드 메뉴는 추가요금이 된다.
결코 친절하게 스테이크에 곁들일 사이드 메뉴로는 샐러드와 감자 기타 등등이 있어, 선택하면 그에 대한 추가요금은 별도야 ~ 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알면서도 놓친 부분이다, 완전한 내 불찰이다.


아니 멍청 비용 지불한 나에대한 합리화? 가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냥 그렇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수증을 받기 전까진 아주 행복했었다.
분위기는 편안했고 음식은 맛있었고 누구보다 그 비싼 리조또를 잘 먹은 건 14개월 내 아이였다.
그래, 그거면 됐다.

맛집임에는 틀림없는데, 섣불리 추천을 할 수가 없는게 다만 조금, 아니, 많이, 아쉽다.

화이트가 아닌 블랙 트러플을 주문했었더라면 또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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