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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Sep 20. 2024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이탈리아 초등학교 A반


학부모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노엘라! 노엘라!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같은 반 마리아 끼아라 엄마 다.


“혹시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정말로 미안해, 다름아니라 우리 마리아끼아라가 입던 교복셔츠가 있는데 정말정말 깨끗하거든”


무슨 말인지 단박에 알아들었다.

“오! 너무 좋아!”

“괜..괜찮아?”

“괜찮지 그럼, 난 너무 좋은데?”

“지금 차에 있어! 바로 줄 수 있어! 네 차 어디 있어? 내 차는 여기 바로 앞이야”


서둘러 차로 간 닐카는 뒷좌석에서 커다란 비닐봉투 속 셔츠를 꺼내 혹여나 마음 다칠까 염려하는 듯 하나 하나 조심스레 보여줬고 그것들은 정말로 깨끗한 셔츠들이었다


“사이즈가 작은데 솔직히 너무 아까워서..엄마들이랑 이야기 했더니 프란체스카가 노엘라한테 한 번 물어보라는거야, 삐꼴리노 있으니..”


“아 정말? 프란체스카도 너무 고맙네, 잘 입힐께 고마워”


“동복 체육복 세트도 있는데..혹시?..”


끝까지 조심스레 말을 건네던 닐카에게 너무 고맙다며언제든 시간 될 때 가져다주면 받겠다 인사했다

한껏 밝아 진 표정의 닐카와 갑자기 양 손이 무거워 진나, 빗방울이 흩날려 서둘러 인사를 하고 차로 돌아왔다.


물려사용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아니 어쩌면 물려 사용이 가능한 건 물려 줄 사람만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 써주는 사람이 있다면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지구환경보호..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물려쓰기는 가계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할 수 없을만큼 효율적인 건 물론, 제 시기에 딱 알맞게 예쁘게 입힐 수가 있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학교 내에서 독점으로 판매하는 교복 대용 셔츠는 개당 3만원, 주5일 등교에 2회는 체육시간으로 의무 착용이고 3회쯤은 비슷한 하얀셔츠로 대체도 가능하지만 여벌만 있다면 비슷한 사복보다는 주5회 모두 착용케 하고 싶다.


첫 입학 시 아이들에겐 각 2벌씩.. 두명 분이니 셔츠만약 12만원어치를 샀다. 거기에 바지와 동복 세트, 가디건, 조끼 등등


한 해 예쁘게 딱 맞춤처럼 입히고 싶지 않은 어미가 어디 있겠냐만은 마치 콩나물 시루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는 아이들에게 그건 사치와 같은 일, 두어사이즈쯤 큰 것을 사고 첫 해는 루즈 핏으로, 다음 해는 적당히 예쁘게 이렇게 해도 최소 두 해, 욕심 조금 더 부리면 한 해쯤은 타이트하게 입어도 옷은 멀쩡하지만 작아져못입게 되는데, 물려쓰기를 하면 매 해 딱 예쁘게 입을수 있는 것도 내 기준 크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 이것에 대해 큰 거부감 없고 되려 이 옷이 건네지기까지 알맞게 입을 수 있는 아이들 중 우리 아이의 몫이 되기까지 많은생각을 하고 또 하였을 걸 알기에 되려 우리를 생각해주는 것만 같아 고맙고 아주 기쁘게 받아들이는편이다


실제로 작년에도 작은 아이는 물려받은 셔츠와 첫 입학식 때 사 준 셔츠로 매일 벗어내도 아무 문제 없고 제 사이즈로 알맞게 예쁘게 입은 것에 반해 입학 때 사 준 단 두벌의 셔츠 큰 녀석은 비슷한 느낌의 사복과 번갈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셔츠가 든 봉투를 들고 차에 올랐더니 남편이 뭐냐 묻는다.

처음엔 셔츠 그냥 사주면 되지.. 하던 남편도 이젠 별소리가 없다.


”에르메스, 샤넬 들고 다니는 노엘라가 아이들 셔츠는 물려 입힌다고 하겠네?“


”그러니까! 그게 문제야..

나도 에르메스, 샤넬.. 누가 물려주면 냉큼 받을 자신 있는데.. 아무도 안 물려주잖아!”


어이없다는 듯 호탕하게 웃는 남편의 웃음소리가 차 안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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