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손가락 빨기 끊기
스스로 잘해내줄거라 한 편으로 굳게 믿었건만 아직 그정도의 의지는 불가능 한 듯했다
그렇다면 도와줘야지, 울고불고 안쓰러워 그냥 저냥 넘겼었지만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 다짐했다.
아이의 손가락 빨기 끊기!!
이런것도 유전적인 요인인지 성향 문제인지 정확하게 알 순없지만 어린시절 나도 꽤 오랜시간 엄지 손가락을 빨았다. 내 기억 속에도 손가락 빨기로 인해 대차게 혼났던 몇몇 장면이 떠오르는데 3살 아래 여동생 또한 나로 인해 손가락 먹으면 안돼! 세뇌가 상당했던지 성인이 되어서도 지하철에 마주앉아있던 아이의 입 속에 손가락이 있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그만 확 잡아 빼버린 적이 있어 당혹스러웠다 했다
10살 즈음까지, 그러다 어느 날 자연스레 손가락 먹는 걸 그만하더란다
줄곧 먹어댔던 왼쪽 엄지손톱이 오른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은 것 빼곤 다행히 다른 문제는 없다
공갈젖꼭지를 한사코 거절하던 아이였다
대신 손가락은 이 손 저 손 바꿔가면서도 참 야무지게도 먹었드랬다
나도 엄마는 처음이었고 해외에서 출산하여 조리원 동기도 없었고 주변에 비슷한 또래의 아이도 그 땐 잘 알지 못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검색하고 또 검색하는 것 뿐이었다
‘주먹고기 시즌이니 내버려두세요,
빨기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아이는
더 불안해할 수도 있습니다’
초보엄마는 먼저 경험한 랜선 육아 선배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 어떤 부모도 내 아이가 불안함 속에 있게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기라는 텀이 지났음에도 아이는 꾸준히 손가락을 먹었고 소아과 검진이 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간단히 상담을했지만 별 문제 없다, 지켜보자 라고 했다
오랜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내가 스스로 손가락 먹기를 그만뒀듯이 내 아이의 손가락 빨기도 스스로 멈춰주길 바랐지만 아이의 의지는 아직 역부족이었고 마냥 기다려만 주기엔 아이의 손가락이 보기 싫어지게 변하고 있었다 단순하게 빨기에만 그쳤다면 나았을까?
고집이 생기고 무언가 불만이 생길때면 아이는 손가락을 깨물어 상처를 냈다
상처난 손을 잠결에는 무지막지하게 또 먹어대니 손가락이 불고 상처가 계속 덧나고 굳은살이 박혀 3세 아이의 손가락이라고 하기엔 다소 거친 피부결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강제성을 띄더라도 고쳐야지 마음먹다가도 아이 혼자 해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싶었던 마음도 한 편이었지만 결국은 더는 지켜보지 못했다.
깁스 한 듯 붕대로 감아두면 괜찮을거라 단순히 생각했고 적어도 낮에는 붕대가 눈에 보이니 덜했지만 잠들려는 순간에는 초인적인 힘으로 풀어냈다, 아니 뜯어냈다
결국 여러방법 모두 실패로 끝나고 성공확률 높다는제품들의 도움을 받고자 알아보니
손가락 먹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군이 있다는 사실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부모가 많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처음 생각했던 건 효과가 좋다는 손가락에 바르는 약이었다. 후기를 보면 아이에 따라 다르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큰 무리없이 고쳤다는 평이었고, 손가락에 발라서 입 속에 넣으면 감당할 수 없는 쓴 맛으로 아이들이 두번 다시 입 속에 손가락을 넣을 생각을 하지 않는단다. 다만 그 ‘쓴 맛’이라는 것이 실로 엄청나니 부모 또한 결코 시험삼아 입에 넣어보는 행위를 절대 하지말라는 어느 후기의 문구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당연스레 이 약을 사다가 강제성으로 끊어내야지 했건만 '약'이라는 것에 거부감부터 일으킨 남편의 반대로 다른 방법은 없을까 라는 의견이 되돌아온다.
그 외에도 손가락 문어 어쩌고 하는 책도 효과가 좋다고는 하나 한국 방문했을 즈음에 아이가 책을 이해하기엔 다소 어렸던 지라 두번 째 방법은 내가 탐탁치 않았다.
여러날을 고민하던 중 내가 선택한 방법, 핑거 실리콘을 만나게되었다.
핑거 실리콘을 만든 사람 역시 아이의 손가락 빨기가 고민이었던 여느 아버지였다.
보통 엄지 손가락을 많이들 먹으니 엄지손가락에 대한 실리콘 제품, 손가락 먹기 방지 제품은 제법 다양한 편이었지만 특이하게도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을 먹는 내 아이에게 해당하는 제품이 딱히 없었건만 운도 좋게 한창 검색하고 알아보던 그 시점에 검지와 중지용 실리콘이 나온것이다.
이거지! 단숨에 결제를 함과 동시에 이미 아이의 손가락 빨기를 끊은 것 같은 홀가분함이었다.
보통 2주쯤 착용하면 자연스레 손가락 빨기의 재미를 잃어버린다고 했다.
첫째날은 신기함에 제법 잘 착용을 했다.
아야,아야, 아픈 시늉을 하며 아파서 착용한다고 착각하는 듯 왼손을 전혀 사용할 생각조차 하지않았다
의식이 있는 낮동안은 겨우 참아내는 듯했지만 밤이 되니 아이는 역시나 돌변했다
손가락빨지않고 잠을 들 수 없던 아이는 온갖 짜증을 내면서 밤새도록 울다가 지쳐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다
제대로 잠을 못 잔 아이는 다음날 역시 하루종일 짜증으로 일관했고 셋째날이 되던날 안쓰럽다는 이유로 그만 실리콘을 풀어주고 다시 착용하기가 어려워졌다
거부반응이 심해질 수록 혹여나 트라우마로 남을까 하는 또다른 염려에 한동안 눈에 띄지않게 착용도 하지 않은채 내버려뒀고 어느날은 심각하게 빨다가 어느날은 또 손가락 도움 전혀 없이 잠들고 하는 양상으로 이러면 스스로 끊어낼 수도 있겠는걸? 하는 또 다시 기대감에 부풀기도 했다.
이제나저제나 끊어낼까 기회만 엿보던 차에 아이는 입병이 났다
음식을 먹다 데였는지 씹었는지 제법 크게 상처가 생겼더니 이내 곪아 입이 다물어지지도 않을만큼 입술이 탱탱 부었다
좋아하는 음식은 너무 잘먹는데 반해 반찬투정 할 때만 입이 아파 못 먹겠단다
사소한 것에도 입 핑계를 대며 투정이 극도로 심해졌다
퉁퉁 분 입술로 인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으니 잠 자는 것 자체도 불편했을거다 그런데 이와중에도 손가락을 빨아야하는데 당연히 입술을 스치니 쓰라릴테고 어찌 잠을 잘 수 있겠는가
밤새도록 울고 투정부리고 지쳐 자다가 다시 깨서 또 울고 불고 4일을 연신 울어댔다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이때라도 손가락 안 먹으면 덜 아파도 될텐데 울화도 치밀고 아파하는 아이와 함께 밤새도록 달래도 봤다가 소리도 쳤다가 아픈 아이가 무슨 잘못이라고 반성도 했다가 나도 혼란스러운 지난 밤들이었다
일주일쯤 되었을 때 입술 붓기는 정상 입술쯤 돌아왔고 반면 입술 안쪽의 여린 살은 너무나 더디게 아물고있었다
여전히 먹는 건 잘먹고 원치않을 땐 핑계투정도 여전한데 더는 잘 때 손가락을 빨지 않게 되었다
지난 일주일간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아이는 잠시나마 손가락빨기를 멈추기로 한 듯했다 (물론 이번을 계기로 영원히 끊어버리길 엄마는 너무나 바라지만)
“이야! 우리아가, 손가락 도움없이 잘 잤나봐, 밤사이 손가락이 너무 예뻐졌는데? 그치?”
매일 아침 격하게 호들갑떨며 아이와 이야기한다.
처음엔 부끄러운지 손가락 숨기기에 급급하더니 이젠 아침마다 당당하게 내 앞에 손을 내밀며 밤사이 손가락 도움없이 잘잤다고 손이 예뻐졌냐고 되묻는다
고군분투하던 숙제를 예상밖의 복병 입병이 도와줬다. 할 일을 모두 마친 양 입병은 느리긴해도 점진적으로 아물어 이젠 미비해졌고 곧 ‘손가락빨기 끊기’라는 멋진 결과물만을 남겨둔채 홀연히 사라질 듯 하다
지독했던 입병이 고마울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