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마언니 Feb 01. 2022

담임선생님은 백신을 거부했다


" 더이상 미안하다고 하지 말아요, 이건 당신의 잘못도, 특히나 아이의 잘못은 더더욱 아니예요.

우리 중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다만 운이 나빴을 뿐이예요. 우리 모두 당신과 아이가 어서 빨리 쾌유하기를 바랄뿐이예요. 미안해하지 말아요."


어쩌면 더더욱 극성이라던 이탈리아 엄마의 치맛바람은 비단 우리 학교에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아이 학교의 단톡방은 이탈리아 사람들(엄마들) 집합이라고 하기엔 늘 조용했고 흔한 유머조차 없었으며 필요에 따른 온갖 예의를 다 갖춘 무미건조 딱딱 그자체였다.

그도 그럴것이 계속되는 코로나로 인해 학부모 학교 참여라든지 흔한 생일파티라든지 기타 아무런 모임도 허용되지 않았고 그야말로 우리는 오며 가며 아이를 픽업할 때 잠시잠깐 만나는 것 그마저도 마스크로 모두 가린 상태의 안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친분을 쌓을 계기조차 불가했다.


코로나사태는 도무지 잠잠해질 기미조차 없고 확진자로 인해 주변 학교들은 연이어 문을 닫았다고도 하는데 천만다행으로 2년간, 나라에서의 락다운 지침을 제외하고는 문닫지 않았다. 물론 코로나 라는 이유로 그 어떤 학교 행사도 용납되지 않았고 그럼에도 그저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린 다행이라 여겼다.


이탈리아의 가장 큰 명절이라고 하면 단연 부활절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볼 수 있는데 3개월 이상의 긴 여름방학과는 달리 겨울방학은 크리스마스 시즌 전후로 고작 열흘정도가 전부이다.

곧 다가 올 크리스마스에 학교에서는 나름 캐롤도 배우고 방학식과 겸해 크리스마스 파티라는 주제로 아이들 모두 (학교 표현을 빌리자면) 엘레강스한 복장을 갖춰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다.

첫해에 뭘 몰랐던 엄마는 나름 꾸몄다고 생각했건만 아이 픽업 때보니 우리아이가 제일 수수했고 내 아이가 다니는 이 학교 이 곳이 파티에 진심인 이탈리아라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했다.

그래서인지 새해가 되면서부터 연말의 파티복을 항상 염두해두고 아이템들을 물색했건만, 방학식을 일주일 가량 남겨두고 처음으로 우리학교에 확진자 친구가 나왔다.


그래.. 이만하면 꽤 오래 버텼지…


확진자 친구와 한 교실에서 하루종일 함께 있었기에 우리반은 전체 10일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모두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문제는 이 때부터였다.


전체 코로나 검사를 받고나니 여기저기서 무증상의 확진 친구들이 속출했다.

단톡방은 쉴 틈없이 울려댔고 아이들에 그의 부모들까지 다양했다.


하나 둘 포지티보 결과가 나오고 그들은 정말로 미안해했고 우린 모두 그들의 건강을 더 염려했다.

셋, 넷,,, 자꾸 나오면서 더는 어찌해야할 지…혼란스러운 가운데 최악의 소식 또한 더해졌다.


담임선생님이 (당분간) 그만 두기로 했다.

사유는 개인사정에 의한 백신 거부…


이탈리아에서 선생님은 백신의 우선순위였다.

1차 백신 맞을 즈음 선생님께 한 번 여쭤본 적있었는데 맞아야지..하면서 얼버무리던 기억이 난다.


물론 백신접종은 개인의 자유이다. 

백신을 거부하는 선생님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다른 사유보다 백신미접종에 의해 선생님을.. 무엇보다 반 전체 친구들은 물론 우리 아이 또한 너무나 좋아하는 담임선생님을 잃어야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운거다. 더구나 확진 친구 소식이후 학교는 문을 닫았고, 열흘간의 격리 후 학교로 돌아간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선생님이 사라져버린 상황. 

그렇게 사랑하던 끼아라 선생님과의 마지막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선생님을 보내야만 하는 아이들도 가엽고 망할 역병으로 인해 아이들과의 헤어짐은 물론이거니와 한순간에 일자리 또한 잃어버리는 선생님 또한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모든 상황이 호전되고 더이상 백신패스의 유무가 필요치 않게된다면 다시 돌아 올 수 있다는 선생님 말씀이... 더 없이 슬프다. 

우리 학교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끼아라 선생님의 부재 소식으로 단톡방은 또한번 어수선했다. 


과연 우린 끼아라 선생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이에게는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선생님의 부재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까..









 

이전 05화 아이 스스로 깨우치는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