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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마언니 Oct 12. 2022

고마운 이탈리아 엄마들

이탈리아 몬테소리 유치원


수영과 유도 방과 후 레슨들 덕에 하원하고 근래는 학교 정원에서 놀다 올 일이 없었는데 화요일은 아무런 레슨이 없는 날이라 놀고싶어 쭈뼛거리는 아이들에게 쿨하게 승낙했고 중간쯤 한 번 집에가자! 타일렀건만 한창 재밌는 중에 쉬이 따라 나설 아이들이 결코 아니었기에 못 이기는 척 조금 더 놔뒀더니 그사이 결국 일을 치고 말았다.


놀이용 통나무 위에 자유롭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첫째비롯 형아들 사이에서 잔챙이 둘째, 몇 번 주의를 주긴했지만 곧 잘 하길래 지켜보다가 다른 친구들과 첫째가 흙바닥을 기어다니길래 그건 좀 아닌것 같다며 친구들과 아이를 다독이며 일으켜 세우고 있는데 “노엘라 노엘라!“ 엄마들이 연신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 잠시 잠깐 사이에 통나무에서 흙바닥으로 고꾸라져얼굴이 흙범벅이 된 둘째 아론


사실 아들 둘 엄마에게.. 이런 일은 광장히 사소한 일이기도 하고 우왕좌왕하던 첫 아이에 비하면 둘째는 호들갑 자체가 사치에 가까워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 차로 데려가 물티슈와 생수로 닦고 가글을 시키는 와중에도 차 주위를 애워싸고 “얼음팩 있는데 줄께! 소독약도 있어! 물은 더 안 필요할까? 어머나 아론! 대체 무슨 일이야!! 괜찮니? 정말 괜찮니?“ 연신 걱정어린 눈망울들이 너무 고마우면서도 피식 웃음이 났다.

잘못한 걸 아는 건지, 혼날까봐 두려운 건지 흙범벅이 된 얼굴을 물티슈로 소독티슈로 닦는 동안 꼼짝도 않고 울지도 않고 얌전히 서 있던 아론, 그만하길, 크게 안다쳐서 다행이야


첫째 유치원 마지막 학기+초등 진학 여부 관련 회의가 있었는데 아론 사단 덕분에 회의 참석도 못하고.. 엄마 이태리어 듣기 평가 안하게 하려는 빅피쳐 였냐?  


그나저나 이탈리아 엄마들은 차에 얼음팩과 소독약을 다 들고 다니는지 순식간에 상비약 준비해 준 이탈리아 엄마들 진짜 리스펙

언제나 따뜻하고 친절하고 아이가 유치원 다니는 3년 내내 참 고마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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