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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로부터 Feb 24. 2020

[36/100] 님아, 그 강은 건너지 마오

힘내요 모든 직장인들!

2/24(화)의 기록 [ 36/100 ]

기상 시간 5:45인데,

10분 더 잠 (어제 늦게 잔 탓이다)

집에서 나온 시간 6:36

출근 시간 7:06


참 어지러운 때다. 갑자기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온 사회가 일시 정지된 느낌이다. 어제는 새신부님 특송을 해야 하는데, 성당이 텅텅 비었고 성가대도 마스크를 꼭 써야만 했다. 사람들이 서로 평화의 인사를 건네는 시간도, 성체를 분배해주는 시간도 모두 긴장과 경계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미사 후- 앞으로 3주간 성가대는 없다는 지침이 내려와서 8년 동안 휴가를 가도 1주일 정도만 쉬었던 나는 갑자기 오랜 휴식기를 갖게 되었다. 성가가 울리지 않는 성당은 너무나 침체되어있어서 파견 성가에 온 마음을 담아 불렀는데 그러길 잘했다 싶었다. 이제 당분간 부를 수 없으니..


집에 오니 한국은 다른 나라의 위협적인 나라가 되고 있었다. 3월에 잡아둔 내 미국 여행도 아슬아슬 해지는 것 같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환불규정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요가원도 이번 주는 쉰다고 한다. 내 일상들이 모두 멈추고 있다-


그나마 이른 출근은 한적해서 다행이다


이런 와중에도 출근은 한다.

사실 어제인 일요일에도 출근은 했다. 화요일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내 일상이 멈춘다고 해도 내 일들은 멈추지 않는다. 


예전에 강남역이 침수되었을 때 - 나는 영어학원에 가는 길이었다. 겨우 1.2m 남짓한 도로블록에는 갑자기 급류가 흐르는 강이 생겼고, 나는 거기에 발을 한 번 내디뎠다가 크록스 한쪽을 떠나보내야 했다. 한쪽 신발만 남은 상태로 동동거리는데, 그때 양복을 입은 직장 인분이 바지를 걷고 신발을 들고  작은 강을 건너던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왜냐면 그 강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하수구가 역류하는 모습을 본 사람은 그 물에 쉽게 담을 생각을 하지 못 할 텐데, 장인은 그래야 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그 쉽게 건너기 힘든 강을 건너 출근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학생이었던 나는 한쪽이 맨발인 상태로 수업에 갈 수 없어 집에 들렀다가기로 결정했었는데 버스에 2시간 동안 갇혀야 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엄청난 하루였다.


강남역에서 맨발로 있어보셨나요..?



몇 년이 지난 후의 나는 이제 그 바지를 걷고 강을 건너는 직장인이 되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에 100명이 넘어도 내 출근이 멈추지 않는다. 돈을 번다는 건, 어떤 일에 프로로서 일을 한다는 건 그런 거다. 어떤 상황이든 기한에 맞춰 퀄리티 있는 작업물을 내놓는 것. 개인의 건강을 챙기는 것 또한 그 프로페셔널에 포함되는 것. 냉정하지만 월급쟁이나 사장님이나 이건 모두에게 다 똑같지 않을까. 징징거릴 수는 없다. ‘그냥 하루쯤 수업 빠지지 뭐.’하고 쉽게 집에 가던 때는 지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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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을 건너던 분에 다리에 아무런 피부병도 없었기를,

무사히 출근해서 나중에 언젠가 해프닝처럼 그 일을 말하는 때가 왔었기를 바라본다.


이제 그런 강을 건너고 있는 나와 모든 직장인들이

이 시기가 잘 지나서

퇴근 후에 밖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고

주말이면 근교로 나가 스트레스를 푸는

원래 일상으로 잘 돌아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모든 직장인들이 건강하시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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