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게
3/4(수)의 기록
기상 시간 6:00
집에서 나온 시간 6:39
출근 시간 7:07
문득 출근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공기도 좋은데 마스크를 쓰고 있는가.'
코로나만 아니라면 꽤나 아름다운 아침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도 적고, 해는 예쁘게 뜨는데 딱 하나 문제는 코로나였다. 옆에 마스크를 끼지 않는 사람이라도 지나가면 흠칫흠칫 하고, 오히려 사람을 마주치지 않을 때야 비로소 안심하는 - 휴먼 포비아를 겪고 있는 요즘이라서 말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언제쯤 나아지게 될까? 너무 억울하다! 왜! 왜! 왜!'
하며 온 세상의 나쁜 일이 나에게만 생기는 것처럼 화가 나고 답답해진다. 이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지금 해야 하는 것들을 하기 싫어지고, 그냥 잠이나 자자하고 이 순간을 피해버린다.
태풍이 크게 와서 홍수피해가 났던 곳도 어느새 구호 손길로 다시 원래 일상으로 돌아갔고,
끝이 나긴 할까 답이없던 야근의 나날들도 지났으며,
가까이 지낸 동생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의 허무함도 이제는 이따금씩 떠올릴 뿐이다.
우리는 결국 나쁜 일이 언제 일어났냐는 듯이 하루하루의 행복을 찾게 될 것이다.
시원한 봄 밤에 퇴근 후 한강에 앉아 맥주와 치킨을 맛있게 먹을 것이고
여름이면 바다에 가서 물장구도 치고 살도 까맣게 태울 거고
주말에는 근처 멀리 나가서 콧바람 쐬며 한 주의 피로를 모두 날려버리는
그런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느끼는 날들이 곧 올 것이다.
신경은 써야 하지만, 마음은 쓰지 말자.
코로나에게 내 행복까지 뺏기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아깝다.
지금 이 순간은 최대한 안전하게 보내서 얼른 지나가게 하는 수밖에.
다시 즐거워질 일상들을 생각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