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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로부터 Mar 08. 2020

[44/100] 호르몬의 노예입니다.

아~ 고기 먹고 싶다!

3/5(목)의 기록 [ 44/100 ]

기상 시간 6:00

집에서 나온 시간 6:34

출근 시간 7:07


호르몬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나름 복근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라 생각했는데, PMS 시기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아랫배가 볼록 나온 (부은 거라 믿고 싶다) 모습을 보니 살짝 우울했다.

이 호르몬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 다이어트 식단을 잘 유지하던 나를 와르르 무너뜨려버린다. 갑자기 세상의 모든 것이 맛있어 보이고 평소에는 별로 먹고 싶지 않은 음식들도 나를 유혹한다.


으으아아아


자기 전에 문득 해물이 잔뜩 들어간 쟁반 짜장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그랗게 말린 칵테일 새우와 칼집이 예쁘게 난 오동통한 오징어, 너무 해물만 가득하면 느끼하니 고소한 죽순과 짜장 소스가 깊~게 배여진 면과 양파를 가득 잡아 돌돌돌 말아서 한 입에 쏙 넣으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구체적으로 상상을 하며 침대 위에서 침을 꼴깍꼴깍 삼켜야 했다. 바디 프로필이 끝나는 날 먹어야 할 건 바로 짜장면이구나, 탕수육도 함께 먹어줘야지 하면서 잠이 들었다.


회사에서는 예민함이 심해진다. 파티션이 없는 오픈 데스크 형태의 우리 회사는 다른 분들이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이 너무 잘 보인다. 너~무..! 덕분에 나의 시선이 자꾸 분산돼서 모니터 메모패드를 열심히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결국 엽서를 붙이는 것으로 간단하게 내 날카로운 신경질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후, 정말 일상이 모두 예민하다.


먹을 거에도 예민하고, 소리, 시각, 그리고 마음까지 예민해지는 시기다.

쉽게 짜증을 낼 수도 있기에 이 시기에는 되도록 말을 꾹꾹 담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보통 이때 감정을 담아 얘기하면 실수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호르몬이 이렇게 무서운 녀석이다.


무슨 조합이죠..?

어제저녁에는 또 호르몬의 공격으로 집에서 실컷 먹방을 찍었다.

갑자기 따듯한 쌀밥에 알싸한 갓김치를 올려서 먹고 싶었고, 내친김에 식탁에 있던 엄마가 예쁘게 부쳐놓은 전도 먹었다. 근처에 아몬드 후레이크도 있길래 마치 팝콘을 먹듯이 한참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침대에서 누워서 잠이 들었다가 깼는데 배가 불룩한 모습에 또 좌. 절...



호르몬에 더 이상 질 수 없다는 생각에 집을 나섰다. 계속 집에만 있다가는 더 우울해질 것만 같아서 일단 몸이라도 움직여야겠다 싶었다. 콧물이 나도록 추운 날씨였지만 마스크가 따뜻하게 감싸주기도 했고 찬 바람을 쐬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 - 감성의 늪에 빠졌다가 다시 이성적인 사람이 된 기분이다.


나는 이렇게 매월 1주일씩은 호르몬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매 월 큰 파도를 온몸으로 맞는 느낌이랄까. 다른 사람과 다르게 유난히 심해서 항상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하고, 노력한다. 하하. ㅠ

이번 시기도 조용히 무사히 잘 지나가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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