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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곤 Sep 03. 2018

부동산 정책의 쓴소리

의도가 선하면 잘못된 정책이 아닐까?

최근 국토부 장관이 주택 임대주택 등록 시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일 수 있다고 얘기했다. 임대주택 등록 시 사업자로 대출을 받는 부작용과 투기 세력들이 임대주택 등록을 악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8년간 장기 임대를 하게 되니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 서울의 인기 지역 아파트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 되었다. 필자는 작년 8.2 대책 발표 즈음에서 진심으로 정부의 미래지향적인 부동산 대책을 기대했다. 하지만 8.2 대책을 보고 잘못된 정책이란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


8.2 대책의 핵심은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핀셋 정책이라고 평가했지만 실제로는 초가삼간을 태우는 정책이었다. 우선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열어주지 않았다. 양도세 중과를 시행함으로써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물건을 내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옛말에 " 쥐를 쫒을 때 출구를 막아 놓지 말라."는 말이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극한 상황에 내몰리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할 수 있고 그 피해는 쫒는 사람에게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 시점 이후에 시장에 매도 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매물 품귀 현상이 왜? 나오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둘째, 재건축을 규제해서 강남 등 서울 도심의 입지 좋은 곳의 공급을 막아 버렸다. 그리고 기대 심리도 없애 버렸다. 당분간 강남의 신규 아파트가 공급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실수요자들이 서둘러 아파트를 매입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셋째,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으로 장기간 주택을 사서 보유하는 게 유리한 전략이 되었다. DTI, LTV 규제 없이도 사업자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자금의 부담도 크지 않았다. 재산세 종부세 취득세 양도세까지 감면 혹은 면제되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나쁠게 없어진 거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역, 조정지역, 비조정지역의 지정은 향후 어디가 유망한 지역인지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


돌이켜보면 정부의 정책은 주택 수요를 억제해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집 값 상승만 일으킨 실패한 정책의 연속이었다.


애당초, 다주택자들의 주택수가 문제였다면, 조정지역 비조정지역 투기지역 투기과열지역 등을 나눌게 아니라 갖고 있는 주택 수에 따라 차등해서 제재를 가하면 그만이었다. 3 주택 이상은 보유세를 올리거나 3주택 이상부터 취득세를 높이는 방법으로 하면 어땠을까? 혹은 전세 세입자들에게 집주인이 몇 채를 보유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사이트를 개설하면 갭 투자로 50채, 100채씩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과연 나올까?


다주택의 갭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대출규제나 양도세 중과가 아니다. 만기에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게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거다. 애당초 부작용 많은 세금 정책 대신 세입자들이 집주인들의 주택수를 알 수 있는 사이트, 혹은 세입자에게 의무적으로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 수를 알려주는 제도만 만들었어도 집 값도 잡히고 조금 더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가장 단순한 처방을 두고서, 실험실의 쥐처럼 이것저것 실험만 하다가 상처만 받는 게 국민들 같아서 안타깝다.


선한 의도라 하더라도 결과가 참혹하면 나쁜 거다.

필자도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나가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필자보다는 우리 자녀 세대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부동산 정책의 결과는 참혹하다. 집값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더 증폭되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잘못된 거다.


어제 필자에게 전화가 온 한 고객이 있다. 1년 전 고덕지구 새 아파트에 청약을 넣어서 당첨이 돼서 2년 후 입주해야 하는데, 그때 청약에 당첨되고 계약을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찔하다고 한다. 지금은 입주 전이라 전세를 살고 있는데 최근 집주인이 전세금을 6천만 원 올려달라고 한다. 집주인이 임대주택 등록했지만 과태료를 내면 그만이라고 5% 이상 전세금을 올리겠다는 거다. 도대체 누굴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법을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1년 전 필자에게 상담받고 운이 좋게도 좋은 입지에 청약에 당첨되고 계약까지 완료해서 정말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무 희망 없이 전세금만 올려줬을 테니 말이다.


필자에게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다 이 분 같은 소시민이다. 그냥 열심히 살고 집으로 돈을 불리겠다는 것보다는 내가 살고 싶은 집에 살고 싶은 너무나 당연한 사람의 욕구를 가진 그런 평범한 시민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내가 살고 있는 집이 투자가치가 조금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선량한 시민들이다. 이런 욕구조차도 죄라면 모든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죄를 짓고 있다.


돈키호테는 허상의 적을 만들어 풍차를 향해 돌진한다. 무모한 돈키호테처럼 허상의 적을 만들어 모든 국민을 적폐나 투기꾼으로 만들면 안 된다. 또한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집 가진 사람= 투기꾼, 집 없는 사람=선량한 시민, 이런 식의 대응도 곤란하다. 강남에는 20억짜리 전세를 사는 사람도 수두룩 하다. 돈이 있는데도 전세를 사는 이유는? 취득세 재산세 양도세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도 집 값 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열심히 세금 내는 집 가진 사라들이 더 애국자라는 얘기다. 왜? 선악을 구분하고 적폐를 만들고 프레임으로만 평가하려 하는가?


정말로 핀셋 규제를 하고 싶다면?

초고가 다주택자들 혹은 다수의 다주택자들 에게만 제재를 가해야 한다. 왜? 선량한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들까지 피해를 주는 규제를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역효과가 나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명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핀셋 규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정책보다는 벼룩만 선별적으로 없애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렇게 할 자신이 없으면 그냥 시장에 맡겨야 한다. 더 이상 제재를 통해 시장을 왜곡시키고 부작용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선한 의도라 하더라도 결과가 참혹하면 잘못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https://blog.naver.com/readingfuture  미래를 읽다 투자자문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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