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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곤 Jun 18. 2020

6.17 부동산 대책의 단상

현명한 교장 선생님은 언제 부임하실까?

어디서 읽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떤 학교에서 아이들이 담을 넘어서 등교하는 일이 너무 빈번해서 골치를 앓았다고 한다. 그런데 새로운 교장선생님이 부임하셔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담을  넘는 그곳으로 교문을 만들었다. 교문을 만드니 굳이 학생들이 담을 넘는 일도 없어서 그동안 골치 아팠던 문제도 해결하고 학생들의 안전도 지킬 수 있었다. 학생들이 담을 넘었던 이유는 기존 교문이 학교로 가는 빠른 길이 아니어서 삥 둘러가야 했기 때문이다.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대책을 내놓았다.


최근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6.17 대책은 사실 큰 틀에서 별반 다르지 않은 대책이다. 조금 더 추가하자면 법인에 대한 제재. 그리고 재건축 2년 실거주해야만 아파트 분양권 등을 주는 게 기존 대책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내용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부동산 문제의 본질은 아직도 투기꾼들 때문에 집 값이 오르기 때문에 투기꾼들을 제재해야 집 값이 잡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모든 사람들이 자본 이득에 관심이 있는 건 당연하다. 집 이 한 채가 있든 여러 채가 있든 혹은 집이 없어도 모든 사람들이 본인 재산이 불어나길 원하고 희망한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투기꾼과 실거주자를 나누며 무주택과 다주택자의 의사 결정의 선의를 어떻게 국가가 분간할 수 있을까? 집을 샀는데 본인이 원하는 금액에 집이 안 팔려서 다주택자가 된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세금을 안 내고 정부의 눈먼 돈을 타야 한다고 생각해서 모든 재산을 차명으로 돌리고 집을 안 사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다주택자는 투기꾼, 정부의 눈먼 돈을 타내는 무주택자들은 선량한 시민들인가?


모든 걸 정부가 통제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유 시장 경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이 만드는 세상은 모순과 비효율성이 난무한다. 과거 러시아가 그랬고 공산주의 체제의 중국이 그랬고 베네수엘라도 그랬고 쿠바도 그랬다. 그리고 최근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도 현재 진행 중이다. 정부가 통제하면 할수록 부작용이 생기고 그로 인한 반사이익만 생길 뿐이다.


헌 집에 2년 거주해야 아파트 분양권을 받는다면 정부의 의도대로 헌 집에서 거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헌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를 내쫓고 헌 집에 본인이 전입 신고만 해 놓고 그냥 공실로 남겨 놓을 가능성도 크다. 쫓겨난 세입자는 더 높은 전세 가격으로 집을 알아봐야 하지만 모든 집주인들이 그런 식으로 공실로 남기니 전세 가격이 치솟아도 들어갈 집 조차 없다. 결국 피해는 집 주인보다 세입자가 더 크다.


그제야 정부도 재건축 아파트를 전입신고만 하고 공실로 남기는 걸 단속하기 위해서 365일 행정력을 동원한다. 그 행정력의 낭비는 피 같은 국민의 혈세이며 단손을 하느라 정작 본인 고유 업무를 할 수 없다는 공무원들의 불만이 쌓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자살을 하는 공무원도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19로 인한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자살하신 공무원에 안타까운 실제 사례도 있다.


정부는 집주인과 끝없는 숨바꼭질을 하며 거주 자유조차 침해된 집주인을 향해 투기꾼이라고 욕을 한다. 내 집이지만 헌 집에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잘못한 걸까? 애당초 이런 법을 만든 게 더 잘못 아닐까?


앞서 얘기한 현명한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원하는 걸 바로 인지하고 그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했다. 만약 이 교장선생님이 담을 넘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야단치고 제재를 가한 면 가할수록 담을 넘는 아이들이 정말 없었을까? 애당초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엉뚱한 결과와 풍선효과만 야기된다.


지금 집 값 상승의 문제이자 본질은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새 아파트가 적절한 가격에 없는 거다. 그게 현재 부동산 시장이 갖고 있는 부동산 문제의 본질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과연 현명한 교장 선생님은 언제 부임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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