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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un 26. 2021

완벽한 사랑, 완벽한 조건은 없다

결혼의 조건


 유월초, 서울 근교에서 초여름의 달큼한 꽃향기를 맡으며 대학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했다. 운동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어두운 밤, 네비의 안내에 따라 밤길을 운전하며 블루투스로 연결된 아이폰에서  저장해둔 음악을 볼륨을 높이고 듣는 즐거움이란 혼자 운전하는 사람들의 매우 큰 기쁨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늦은 밤에 집에 돌아와서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말고, 우연히 돌린 영화 채널에서 ‘타이타닉(1998, 제임스 카메론)을 다시 보았다. 하루 종일 강렬한 햇볕을 받은 탓인지 눈이 피곤해서 끝까지 볼 순 없었지만, 주인공 잭과 로즈의 만남을 보면서 새삼 결혼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해당화


 처음 해보는 결혼생활로의 존재 이전을 꿈꾸는 모든 싱글들에게는 결혼의 조건은 매우 중요한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는 말을 관념적으로만 이해할 뿐, 도대체 어떤 사람을 만나서 결혼할까 고민하고 있는 많은 청춘들에게 스스로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은 진실이지만 크게 가슴에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남부러울 게 없는 형식과 조건을 갖추고 결혼해서 함께 살던 부부들이 이혼 소송을 통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일이 몇 번 있었다. 결혼의 조건들을  말할 때, 대개 상대방의 경제력이나 외모, 태도나 성격 등을 일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부모를 떠나서 살아갈 수 있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의 완전한 독립정신이다.



 결혼을 하고 함께 생활인으로서 자신의 책임과 의무에 충실하다 보면 어느덧 결혼 전의 젠더인 man, woman에서 그냥 같은 human이 되어 서로 돕고 사는 휴머니즘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게 된다. 결혼 생활이란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새로운 결합이 일어나고 각자 어떻게 결혼 생활을 대하느냐에 따라 각자 가지고 있던 정체성의 새로운 결합은 비빔밥처럼 각 재료들의 본연의 맛과 더해지는 양념에 따라 그 비빔밥의 새로운 이름이 붙여지는 것과 같다.


 결혼 또한 형식과 조건이 잘 갖추어졌다고 해서 긴 삶의 여정 속에서 반드시 해피엔딩이 된다고 할 수도 없고, 결혼할 때의 형식과 조건이 조금 덜 갖추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 결혼 생활이 되는 것도 아니다. 완벽한 사랑, 완벽한 조건은 없다. 굳이 결혼의 조건을 따진다면 변하지 않는 것들에 베팅하라고 권하고 싶다. 예를 들면 결혼할 상대의 본질인 태도나 성격은 변하지 않는 조건들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태도나 성격은 잘 안 변한다. 결혼의 교만은 연애할 때처럼, 결혼하면 상대방을 예의 그 사랑의 힘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돈이 많거나 외모가 훌륭하다고 해도 태도나 성격이 나쁘지 않은 사람이 많은 것처럼, 지금 경제적 능력이 조금 부족하고 외모가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해도 열심히 살다 보면 경제력도 좋아지고 훌륭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갈 수도 있다. 그 변별력, 즉 평가와 판단은 본인의 몫이다. 다만 연애할 때 한 번쯤은 쎄한 느낌, 이건 아닌데 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대를 사랑하는 하느님이나 조상신이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으니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변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 재산, 외모 등이다. 경제력은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고 사람은 누구나 늙어간다. 무조건 돈이 많거나  잘 생기던가, 예쁘면 된다는 단세포적인 선택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로 인해 고통받을 수도 있다. 그때는 고장 난 전기제품처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미약해지고 존중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드시 그렇진 않겠지만 그 결혼생활은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어이없게도, 변할 수밖에 없는 결혼의 조건에 베팅한 사람들일수록 헤어지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언제나 성격차이라고 말한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뭐,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 진심이 조금  부족하거나 성격은 잘 안 맞지만, 본인의 능력이든 부모의 능력이든 우선적으로 경제적 조건을 보고 결혼하겠다고 선택한다면 어쩔 수 없다. 선택한 그 결혼 조건이 반드시 나빠진다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혹시, 나빠지더라도 거실의 고급 가죽소파에서 눈물을 흘릴지언정 차디찬 부엌의 시멘트 바닥에서 눈물 흘리지 않게 된 것에 만족하고 잘 살면 된다. 모든 결혼의 조건은 변하지 않는 조건들, 상대의 태도와 성격에 투자하고 오늘이 아닌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연애는 짧고, 결혼 생활은 매우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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